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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2월 09일 11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2월 09일 11시 45분 KST

'증세가 할 소리냐!' 박 대통령이 틀린 4가지 이유

박근혜 대통령이 9일 복지와 증세에 대해 언급했다. 결론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복지를 위한 증세는 없다’는 것. ‘증세 없는 복지’라는 정부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 단호하게 ‘NO!’를 외친 셈이다.

그동안 증세가 없었다는 뜻인지, 아니면 앞으로 복지를 하지 않겠다는 얘긴지 헷갈린다고?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박 대통령의 발언이 틀린 4가지 이유를 정리했다.

관련기사 : '증세없는 복지'로 국민 편가르는 대통령

1. 안 되는 줄 알면서...

박근혜 대통령 : “최근 들어 국회를 중심으로 복지와 증세 수준에 대한 논의가 진행이 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복지를 공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

박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는 얘기를 반복했다. 그러나 ‘지하경제 양성화와 지출구조 개선을 통해 아낀 세금으로 복지 예산을 충당할 수 있다’던 대선 공약이 무색해졌다는 증거는 많다.

국세청이 29일 연 매출 1000억원 미만중 경기침체 업종 등 4대 중점 지원분야에 속한 130만 중소상공인에 대해 내년말까지 세무조사를 유예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은 국세행정이 경제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약인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기조에서 한걸음 후퇴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조선비즈 2014년 9월29일)

당초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의 재원을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혜택 조정 등으로 조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 거둬들인 세금 중 30% 이상이 '부당 징수'로 판정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지난해 일몰이 도래한 53개 조세특례 중 46개가 존치되면서 비과세·감면 조정도 유명무실했다. (CBS노컷뉴스 2월5일)

2. 그것은 증세였다

박근혜 대통령 : “과연 국민에게 부담을 더 드리기 전에 우리가 할 도리를 다 했느냐, 이것을 우리는 항상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우리가 경제도 살리고 복지도 더 잘 해보자 하는 심오한 뜻을 외면한다면 정말 국민을 배신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거듭 ‘증세는 안 된다’는 입장을 새삼스레 강조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알고 있다. 이미 정부가 증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담뱃값 인상, 연말정산이 증세가 아니라고 강변하나 국민 10명중 8명은 증세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27~29일 사흘간 전국 성인 1천9명에게 증세 논란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80%는 현 정부가 '증세를 하고 있다'고 봤다.

9%만이 '증세를 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고 11%는 의견을 유보했다. (뷰스앤뉴스 1월30일)

올해부터 모든 담배의 가격이 2000원씩 일괄적으로 오르면서 국민의 세금부담이 연간 최대 5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 소비량이 34% 감소해 세금이 연간 2조78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국회예산처는 담배 소비량이 20% 줄어드는데 그쳐 세수(稅收)가 5조456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비즈 1월3일)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고소득 계층에 적용되는 소득세율을 다시 올리는 등의 세제 개편에 나선 이유는 세수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저물가·저임금 흐름을 보이면서 ‘자연 증세’에만 기대기 힘들어졌다. (한겨레 1월25일)

모두가 증세라고 하는데, 정부는 자꾸 증세가 아니라고 한다. 증세는 안 된다고 펄쩍 뛰기까지 한다. 결국 남은 건 ‘꼼수증세’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최근 이 문제를 지적했다.

-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지적의 정확한 의미는? 증세해야 한다는 건가, 복지를 줄여야 한다는 건가?

“지난 대선 때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세수 충당이 가능하다’고 했던 공약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고, 담뱃값 인상, 소득세제 개편(연말정산) 등 사실상 증세를 하면서도 ‘아니다’라고 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의미다. (한겨레 2월4일)

3. 법인세 인상은 모른다?

박근혜 대통령 : “세수가 부족하니까 국민에게 세금을 거둬야 된다는 게 우리 정치권에서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소리냐는 생각이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최근 제기되는 ‘증세론’의 핵심은 법인세 인상이다. 복지 수준을 확대하려면 전반적인 증세가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앞서 기업들 중에서도 특히 대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것.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기업’을 쏙 빼놓고 ‘국민’만 거론했다.

대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법인세는 세수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세의 주요 수입 항목 중 전년보다 실적이 감소한 것은 법인세와 관세(-1조8천억원) 정도다. 소득세(49조원), 부가세(52조9천억원), 교통세(12조3천억원) 등은 전년보다 늘었다.

특히 소득세는 최고세율 구간 확대 등으로 4조8천억원이나 증가해 정부가 법인세율 인하 등으로 '펑크'난 세수 부족분을 소득세로 메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1월31일)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 평균(23.4%)보다 낮다. 미국(35%)과 프랑스(33.3%)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10% 포인트 낮은 것이다. 여기에 각종 조세 감면을 빼고 실제로 내는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이보다 더 낮다. 평균 실효세율은 2013년 14.68%까지 떨어졌다. (서울신문 2월9일)

특히 법인세 감세의 혜택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 집중됐다. 3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 따른 37조2000억원의 감세액 중 28조원가량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돌아갔다.

법인세 인하로 인한 세수 감소는 소득세로 메웠다. 2009년까지도 법인세 수입이 소득세 수입보다 많았으나 2013년에는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5조원 가까이 더 걷혔다. (경향신문 2월3일)

4. 법인세 낮춰도 투자 안 늘어난다

박근혜 대통령 : “아무리 세금을 거둬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고 기업이 투자 의지가 없고, 국민들이 창업과 일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그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저는 먼저 경제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소득이 증가해 세입도 자연스럽게 더 늘어날 수 있도록 경제활성화에 총력을 다해야 하고 국회도 적극 동참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기업·가계소득 증가→세수 증대’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인세를 올리면 경제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낮춘 이래 지금껏 대기업의 투자가 늘어 경제가 활성화됐다는 증거는 찾기 어렵다. 대기업들은 번 돈을 내부에 쌓아놓고 있을 뿐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돕기 위해 법인세율 25%를 22%로 내렸다. 지난 5년간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분만큼 투자를 더 하지는 않았다. 경기가 더 좋아졌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박근혜 정부도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되고 사내 유보금으로만 계속 쌓여 왔다는 것에 동의한다. 그래서 지금 법인세가 인하된 만큼만이라도 기업이 투자나 배당 확대, 임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고 읍소하고 있다. (서울신문 2014년 11월18일)

최근 10여년간 주요 대기업들의 기업들의 부가가치 생산이 정체돼 있는데다 이익을 유보금으로 쌓아두는데만 치중, 기업활동이 고용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 역시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 1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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