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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8일 12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18일 13시 01분 KST

한겨울 제주도에서 할 수 있는 4가지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제주 온천 여행

“추위 피하겠다고 제주도로 여행 오겠어요? 제주도니까 오는 거지.”(서귀포시 40대 주민) 중부 내륙이 섭씨 영하 10도 안팎으로 떨어지던 지난주, 제주도를 ‘따뜻한 남쪽 여행지’라고 표현하자 대뜸 나온 반응이다. 이 말엔 ‘제주도도 춥다’는 뜻과 ‘제주도는 추워도 괜찮은 사철 여행지’란 뜻이 들어 있다. 그렇다. 추워도 제주도다. 빼어난 자연경관에다, 색다르고 남다른 체험거리들과 몸에 좋은 탄산온천까지 한겨울에도 여행객을 기다린다. 모처럼 겨울 제주도를 찾은 가족여행자들이 자녀와 함께 들를 만한 곳들, 제주도에서 만나야 제맛 나는 색다른 체험이 기다리는 곳들을 골라 찾아갔다. 제주도의 명소들을 오가는 길에 짬을 내 들러볼 만한 곳들이다. 각각 1시간 안팎이면 온 가족이 거닐고 보고 느끼고 맛보며 즐길 수 있는 짭짤한 체험거리다.

제주만의 상록수림 곶자왈 ‘환상숲’ 탐방 50분

“어때요. 훈훈하죠? 곶자왈 숲은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온화하게 느껴집니다. 사철 섭씨 13~17도를 유지하기 때문이죠.”(곶자왈공원 ‘환상숲’ 해설가 문은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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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처럼 푸르고 울창한 숲속으로 들어서자, 찬바람 부는 숲 밖과 달리 정말 훈훈해지는 느낌이다. 탐방로 곳곳에서 만나는 빨갛게 익어가는 딸기(겨울딸기)와 자금우(앵초목의 상록활엽수) 열매, 흰색 꽃봉오리를 내민 백서향(일명 천리향) 들이 계절을 잊게 만든다. 곶자왈은 구멍이 많은 용암 지역에 우거진 숲을 일컫는 제주말이다. ‘곶’은 숲을, ‘자왈’은 나무와 가시덩굴이 마구 엉킨 돌밭 지역을 말한다. 사철 푸른 난대림과 온대림이 공존하는, 제주도만의 특이한 식생을 보여주는 숲이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의 곶자왈공원 ‘환상숲’은 짧은 시간에 곶자왈의 독특한 생태와 경관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대개 2~3시간 걸리는 여느 곶자왈 코스에 비해, 여기선 안내와 해설을 곁들인 곶자왈 숲길 탐방을 1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 종가시나무·동백나무들 우거지고 고사리·콩짜개난들 깔린 3만3000㎡(1만평)의 넓이의 상록수 숲 사이로 난 600m 길이의 탐방로를 돌며 곶자왈의 특징과 가치를 배우게 된다.

해설가 문씨가 콩짜개난으로 덮인 돌무더기를 가리켰다. “이 돌틈을 ‘숨골’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뿜어지는 습기와 온기로 식물들이 자랍니다.” 곶자왈은 옛날부터 주민들의 땔감 공급원이었다. 흔히 보이는, 한 뿌리에 줄기가 무수히 뻗은 나무들이 바로 그 흔적이다. 탐방 중에, 층층이 쌓인 용암 지층과 빈터에 조성해놓은 제주의 다양한 돌담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입장료 5000원.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매시간 정시에 해설을 곁들인 탐방을 진행한다. 석부작 만들기, 목공예 체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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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곶자왈공원 ‘환상숲’.)

한라산 눈꽃·서리꽃 ‘어승생악 트레킹’ 1시간

흰 눈 흰 구름 덮어쓴 채 어디서든 제주도 여행자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영산 한라산(1950m). 이 아름다운 산 정상까지 다녀오려면 어느 코스를 이용하든 하루 낮이 꼬박 걸린다. 눈꽃 트레킹 코스로 많이 찾는 산 중턱의 사라오름(1325m)이나, 영실~윗세오름~어리목 코스도 4~5시간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눈꽃·서리꽃 만발한 산길을 걸으며 한라산의 위용도 감상할 수 있는 짤막한 코스가 가족여행자들을 기다린다. 한라산 북서쪽 중턱에 솟은 기생화산 어승생악(1169m)이다.

어승생악 탐방안내소에서 1.3㎞, 30분이면 걸어오를 수 있는 전망 빼어난 봉우리다. 꼭대기에서의 휴식시간을 포함해 1시간30분이면 여유롭게 눈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단, 눈길이 얼어붙어 있으므로 아이젠 착용은 필수다. 눈이 온 뒤엔 나무마다 눈꽃을 피우지만, 눈이 녹은 뒤엔 매서운 바람으로 서리꽃이 숲을 덮는 곳이다. ‘어승생’(御乘生)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이 부근에 있던 말목장에서 난 명마를 임금에게 바쳤던 데서 유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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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어승생악 정상. 구름 사이로 한라산 북쪽 능선이 보인다.)

지난 9일 찾은 어승생악 탐방로의 나무들은 잎 대신 온통 서리꽃(상고대)을 피워올리고 있었다. 다래나무·고로쇠나무도, 산딸나무·쥐똥나무도 줄기며 가지들에, 뾰족뾰족 무수한 얼음가시를 두른 모습이다. 정상에서의 전망은 장쾌하다. 제주시내 일부와 무수한 오름들이 눈에 들어오고, 구름에 가린 한라산도 긴 능선 한 자락을 보여준다. 맑은 날이면 북쪽 추자도와 동쪽 성산 일출봉까지 눈에 잡힌다고 한다. 정상엔 일제강점기 동굴진지가 남아 있다. 탐방로변 나무들엔 나무 이름과 간단한 설명 팻말을 걸어놓아, 나무 공부를 할 수 있다.

어리목 탐방안내소에 해설사가 대기한다. 오전 10시, 오후 2시 두 차례, 숲 해설을 해준다. 탐방안내소 전시관에서는 ‘한라산 탄생 이야기’를 자료와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다. 어리목광장엔 아담한 눈썰매장이 설치돼 있어 눈썰매·대나무스키 등을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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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주커피수목원의 커피나무 새순.)

커피 묘목심기·로스팅 체험 ‘커피수목원’ 50분

최근 제주도에선 열대작물인 커피나무를 심어 직접 생산하려는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은 비닐온실 안에서 키우는 수준이지만, 각국에서 들여온 커피나무 품종의 노지 재배 실험을 통해 적합한 품종을 토착화시키기 위한 시도들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단산 밑 제주커피수목원도 그런 곳이다. 8개의 온실 안팎에 심어진, 13개 나라에서 들여온 13개 품종의 커피나무와 묘목들을 만날 수 있다.

“커피나무 북방한계선이 북위 25도로 알려져 있지만, 북위 27도인 네팔의 1500m 이상 고지대에서도 커피나무가 자랍니다. 33도인 제주에서 재배 가능한 품종을 찾고 있습니다.”(제주커피수목원 김영한 대표) 하지만 지난해 비닐하우스 밖에 옮겨 심었다는 커피나무들은 잎이 말라 있었다. “잘 자라더니 눈을 맞자 시들어갔다”고 한다. 김씨는 시험을 되풀이해 제주도 기후에 견디는 품종을 찾아낼 계획이다.

커피수목원에선 방문객을 대상으로 커피 묘목 화분에 옮겨 심기(심어 가져가기), 생두 볶기 체험을 진행한다. 체험비 1만원. 다양한 커피나무의 생장 과정을 관찰하고, 커피 열매 껍질(카스카라)을 이용한 커피 와인 제조 등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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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레숲 체험농장 감귤따기 체험.)

제주 감귤 설명 들으며 친환경 감귤 따기 40분

길고 긴 돌담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황금빛 열매들을 무수히 매달고 펼쳐진 감귤밭. 겨울 제주도 어디에서나(주로 한라산 남쪽) 만날 수 있는,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풍경이다. 감귤 따기 체험이 관광상품이 된 지 오래고, 일부 남해안 지역에서도 감귤이 생산되지만, 감귤 따기는 여전히 제주도의 색다른 체험임이 틀림없다. 특히 제주도를 처음 찾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겐 신선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감귤 생산 시기는 11~1월이다. 감귤은 해거리(격년으로 생산량이 줄고 느는 것)를 한다. “이번 겨울이 바로 해거리 해예요.지난해에 비해 생산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죠. 하지만 출하량 조절로 시중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감귤 체험농장 이레숲 박소영씨)

1월이면 감귤 따기가 마무리되는 시기다. 농약을 쓰지 않고 감귤을 생산하는 친환경 체험농장 이레숲(안덕면 덕수리)에선 1월 말까지 감귤 따기 체험을 진행한다. 나무가 튼튼해 병에도 강하다는 궁천 조생종으로, 제주도의 대표적인 감귤 품종이다. 새들이 귤을 파먹은 흔적이 있는 나무의 귤이 당도가 높다고 한다. 1㎏ 따기(따서 가져가기)에 5000원. 무농약 재배여서 껍질도 말려 차로 이용할 수 있다.

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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