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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5일 05시 03분 KST

이준석 "십상시가 날 소환해 혼냈다"

한겨레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찍힌 ‘문건파동 배후는 K(김무성), Y(유승민)’라는 김무성 대표의 수첩 속 메모의 사실관계가 드러나면서, 이 사안이 당청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상황을 되짚어보면, 지난달 18일 음종환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의 만남은 우연히 술자리가 합석되면서 이뤄졌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음 행정관이 방송에 자주 나가 청와대를 비판하는 이 전 비대위원을 향해 “알지도 못하면서 방송에 나가 함부로 떠들지 마라. 자꾸 그러면 방송에 못 나가게 하겠다”고 말했다는 게 이 전 비대위원의 말이다. 이 전 비대위원은 “(만난 적도 없는) 여자 문제와 회사 내부 문제까지 상세하게 언급했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에 비판적인 당 전 비대위원에게 사실상 협박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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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비대위원은 이를 지난 6일 김상민 의원 결혼식 피로연에서 당사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같은 당 유승민 의원 등 전·현직 의원 12명이 모인 자리에서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혔다. 모임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전 비대위원은 ”(음 행정관이) ‘문건파동의 배후는 당에 있다’면서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실명으로 거론했다”고 말했다. 그는 음 행정관이 “그 배후를 내가 꼭 밝힐 거다. 곧 발표될 거다. 두고 봐라”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 전 비대위원의 말을 전해들은 김 대표는 격노했고, 이때 이 전 비대위원이 전한 “문건파동 배후는 K, Y. 내가 꼭 밝힐 거다”라는 음 행정관의 말을 수첩에 적어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지난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대표가 이 수첩을 들여다보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K, Y가 누구인지, 무엇을 뜻하는지 등을 두고 술렁였다. 다음날인 13일엔 이니셜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가리키며, 이 발언을 음 행정관이 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지면서 파문이 증폭됐다.

음 행정관은 자신이 김 대표와 유 의원을 언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들을 배후로 지목한 건 아니라고 했다. “조응천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배후다. 조 전 비서관은 김 대표와 유 의원에게 줄을 대 배지를 달려는 야심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비대위원은 “(지난달 18일 밤) 음 행정관 등은 3~4시간째 술을 마셨고, 나 혼자 술을 안 마신 상태였다”며 자신의 기억이 정확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또 음 행정관과 이 전 비대위원이 만난 지난달 18일에는 검찰 수사에서 박관천 경정의 배후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목된 상황이 아니었다. 이를 두고도 음 행정관이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검찰수사 진행사항을 전해들었거나, 아니면 청와대 내부에서 이미 문건파문의 핵심으로 조응천 전 비서관을 지목해 실제 검찰 수사도 조 전 비서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시도 등 청와대 주문을 따르려 한 정황 아니냐는 또다른 의구심이 제기된다. 음 행정관이 이 전 비대위원의 ‘회사 내부 문제’를 언급했다는 부분도 ‘사찰’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음 행정관 말대로 조 전 비서관이 이들에게 줄을 대려 했느냐는 점도 의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조응천이란 사람이 있다는 건 뉴스 보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고, 유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언론사 간부를 만날 때 자기 친구라고 데리고 나왔길래 얼굴 한번 본 게 전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