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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14일 13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01일 06시 41분 KST

밀양 할매·할배들 20일째 농성, 도대체 왜?

한겨레

경남 밀양 송전탑이 지난해 12월 완공됐다. 반대하는 마을 주민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엄청난 사회적 갈등 끝에 착공 6년 만에 완공된 것이다.

송전탑이 완공됐으니 주민들의 반대 투쟁도 종료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그렇지가 않다.

반대 주민들은 송전탑 시험운전을 이틀 앞둔 지난달 26일 밀양 115번 송전탑에서 농성을 재개했다. 60~80대 주민들의 농성은 오늘(14일)까지 20일째다.

시험운전 저지를 위해 몸에 밧줄을 맨 주민들

지난달 26일 이후 밀양 115번 송전탑에서 농성을 재개한 주민들

도대체 어떻게 된 사정일까?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14일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회 이계삼 사무국장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연유를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 얼마 만의 농성인가?

한전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농성은 2014년 6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 이유가 뭔가?

작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을 기억하시는지? 쇠사슬을 몸에 묶고 버티니까 경찰이 절단기를 들이대서 주민들을 끌어냈고, 칼로 농성장도 다 찢어버렸다. 그날이 정점이었을 뿐, 10년간의 투쟁 속에서 주민들이 입은 육체적/정신적 상처는 어마어마하다. 70여 분 정도가 아직도 대구로 매주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다니신다.

그런데 한전은 최소한의 사과도 하지 않고 시험 송전을 강행했다. (송전탑) 노선을 정할 때부터 일방적으로 주민 동의 없이 추진했고, 공권력으로 주민들을 다치게 했고, 결국 2명의 어르신이 돌아가셨다. 유례없이 높은 마을 보상금을 책정해서 주민들을 분열시켰고, 찬성 주민들에게 온갖 특혜를 몰아줬고, 반대 주민들은 철저히 고립시켰다. 도대체 이게 뭔가?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

한전이 송전탑 피해 주민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그렇다. 밀양은 '운이 나빠서' '외부 세력이 들어와서' 일이 커졌다고,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행정대집행 이후에도 주민들이 촛불문화제도 열고 간헐적으로 농성도 했지만, 대화 제의는 일절 없었다. '끝났다' '우리들이 이겼다'라고 생각하면서 주민들을 백안시했으니까. 저희들이 다시 농성하면서 언론에 좀 보도되니까, 그제야 대화하자고 했다.

- 그래서,7일 한전과의 대화는 어땠나?

△한전의 공식 사과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와 실질적인 피해 보전 △송전선 필요가 사라질 시 송전선 철거 약속 등 요구 사항 3가지 가운데 2번째(조사기구 구성)를 주로 이야기 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요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전은 상업운전이 아직 시작되지 않아 재산상, 건강상의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런 기구를 만들어야 하느냐고 한다. 현재 마을 주민들은 부동산 거래가 중단돼서 재산 가치가 사라지고, 담보 설정을 거부당하고 그런다. 심리적인 위압감도 상당하다. 이미 피해를 보고 있는데, 아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니? 송주법(송ㆍ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으로 법적인 조치는 다했기 때문에, 추가로 뭘 더 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한전 입장이다. 만약 송주법이 제 역할을 다했다면, 왜 이런 갈등이 생겼겠나?

한전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이제 반대 주민들이 10%밖에 남지 않았다는 식인데, 이게 공기업이 취해야 할 태도인가? 마지막 남은 주민까지도 설득하겠다고 해야지, 돈과 공권력이면 다 된다는 식으로.(한숨) 문제를 평화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한전이 걷어차고 있다. 한전은 앞으로도 송전선을 세워나갈 텐데 이런 식으로 라면 또 갈등이 벌어지지 않겠나? 물론 저희가 한전을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 투쟁이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도 있지 않나?

어차피 돈을 더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계속 갈 거다. 의외로 주민들 분위기는 느긋하다.

- 고령의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너무도 잔인하게, 조금의 물러섬이나 양보도 없이 일방적으로 일을 밀어붙이는 한전 때문이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한전이 제공했다. 만약 한전이 상식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여기까지 왔겠나? 밀양은 다른 지역과 달리 송전선이 주거지를 곧바로 관통하고...도저히 포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 전기를 끊었다고 들었다.

농성을 다시 시작한 이후, 충돌이 빚어지니까 한전 현장소장이 '자꾸 이러면 전기를 끊어버리겠다'고는 했다. 그런데 정말로 끊을 줄은 몰랐다. 너무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결국 300~400미터 떨어진 마을에서 선을 끌어와서 전기를 연결해서 쓰고 있다. 날이 너무 추워서.

농성은 농성이고, 전기는 전기이지 않나? 마치 공공재인 전기가 자기들 것인처럼, 고령의 노인들을 상대로 이런 행태를 보이다니. 정말 유치하고 천박하다. 이게 한전이란 공기업의 실상이다.

- 지난해 송전탑이 완공됐다. 이제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은 끝난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럴 것이다. 정부, 한전의 입장을 담은 언론 보도들이 많이 나가니까.

하지만 225세대의 주민들이 지금, 여기, 밀양에서 계속 싸우고 있다. 3가지 요구안에 대해 한전이 책임 있는 조치를 해주지 않는다면 농성은 끝나지 않는다. 현실이 그렇다. 할매, 할배들도 10년간 투쟁해온 저력이 있기 때문에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밀양은 계속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밀양 송전탑은 한국 사회 에너지 문제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부디 시골 할매, 할배들의 투쟁으로만 바라보지 말아달라. 노인들의 투쟁이라고 애처롭게 바라보는 것, 혹은 '왜 저러고들 있는 거냐?' 하는 것, 둘 다 옳지 않다.

이것은 시민들 삶 전체의 문제다. 일상 속 우리는 전기를 마치 공기처럼 여기면서 살아간다. 이러한 전기가 만들어지고 전해지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에게 엄청난 폭력이 가해졌다. 이를 바로잡는 것은 밀양 주민들만의 몫이 아니라 시민들 전체의 몫이다. 부디 밀양 주민들이 외치는 소리를 귀담아들어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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