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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9일 16시 18분 KST

롯데그룹 장남 해임 : 후계구도 차남으로 정리?

한겨레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씨가 그룹 내 모든 임원직에서 해임됐다. ‘한국 롯데는 차남 신동빈 회장, 일본 롯데는 장남 신동주씨’로 정리된 듯 보였던 롯데그룹 후계구도에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일본 소재)는 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신동주(61) 부회장을 해임했다고 9일 발표했다. 지난달 롯데·롯데상사·롯데아이스 등 3개 회사의 임원직에서 해임된 데 이어 롯데홀딩스의 부회장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그룹 내 신동주씨의 역할은 완전히 사라졌다. 일본 롯데뿐 아니라 한국 롯데도 “신격호 회장만이 안다”며 인사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신동주씨가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물러난 것을 두고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일본롯데홀딩스를 정점으로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의 출자구조로 돼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지난해 계열사 지분 매입으로 후계구도 안정성에 ‘잡음’이 일게 했던 신동주씨에 대한 아버지 신격호 회장의 문책성 인사라는 추측이 나온다. 2013년 8월 상호출자금지 규제에 따라 롯데쇼핑이 소유했던 롯데제과 주식 42000주가 시장에 풀리자, 신동주씨는 지난해 8월까지 롯데제과 주식을 12차례에 걸쳐 한번에 500~600주씩 매입해 2009년 당시 3.48%였던 지분율을 지난해 9월 3.92%까지 끌어올렸다. 2013년 기준 한국 롯데 매출은 83조원에 이르지만 일본 롯데의 매출은 5조7000만원에 불과해 실적도 부진한 상태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경영권 구도로만 보면 ‘일본은 장남, 한국은 차남’으로 분리된 상태였고, 한국 롯데의 매출이 일본 롯데의 매출을 크게 앞서지만 지분으로 보면 한국 롯데는 여전히 일본 롯데의 지배를 받는 회사다. 회사 규모 차이로 후계구도를 점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은 신동빈 회장이 19.1%를 확보하고 있으며, 신동주 회장의 지분은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드러나 있지 않다. 롯데홀딩스 지분은 일본 회사인 ‘광윤사’가 27.65%를 소유해, 이 회사를 누구에게 넘겨주느냐에 따라 롯데의 지배권이 달라진다. 더구나 롯데쇼핑·롯데제과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율에서도 형제간 거의 차이가 없다. 2014년 9월 기준 롯데제과의 지분은 신동빈 회장이 5.34%, 신동주씨가 3.92%를 갖고 있고 롯데쇼핑 지분은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씨가 13.45%를 소유하고 있다. “지분구도에 변화가 없는 이상 이번 해임도 일시적 조치에 불과할 수 있다”(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여러 계열사의 두 형제간 지분이 엇비슷한 상태가 되도록 안배하는 등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후계구도를 아직까지 명확히 정리하지 않고 있던 신격호 회장이 아직 건재한 지금 시점에서 자신이 가진 롯데 지분을 두 형제 중 누구에게 줄 것인지에 대한 모종의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후계구도가 어떻게 정리되든, 이를 계기로 사업 부문의 연관성보다 ‘지리적 경계’로 경영권을 나눠왔던 롯데의 경영 방식이 합리적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라는 조언도 있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2013년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롯데제과와 한국 롯데제과가 충돌하는 등 비즈니스의 영역이 아니라 ‘후계’ 관점에서 그룹 분할경영이 이뤄져왔다. 후계구도 면에서도 단순한 지역 분할은 뒤처지는 쪽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한국 롯데와 일본 롯데가 비즈니스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격호 회장의 장남 신동주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