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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8일 14시 50분 KST

문화재청의 '불도저' 사직단 복원 사업

한겨레

서울 종로구 사직단(사적 121호) 복원 사업이 다음달 시작된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사직단 경계구역 안에 있는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등에 대한 아무런 대안 제시 없이 복원을 밀어붙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은 1979년 한국 최초로 지어진 어린이도서관으로, 한 해 이용자가 100만명이 넘는다.

문화재청은 7일 “사직단 복원과 관련해 다음달 발굴조사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직단은 토지신과 곡식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곳으로, ‘종묘사직’이라는 말에서 보듯 조선시대 국가 존립의 상징적 공간이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 이후 사직공원 조성과 도로 개설 등으로 훼손된 상태다. 지난해 4월 국회가 ‘사직단 복원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킨 뒤 문화재청이 복원 사업을 맡았다.

문화재청은 올해 주민들의 체육 공간과 신사임당, 율곡 이이 동상 철거 등 일부 구역을 우선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예산 8억원을 배정받았다. 문화재청 자문회의 자료를 보면, 사직단 복원 정비 기본방향에는 중기 계획으로 시립어린이도서관과 종로도서관 등의 이전이 포함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직단 앞 도로인 사직로도 함께 복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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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사업에 총 40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결의안 통과 때 추산됐던 비용보다 1년 사이 100억원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 금액에는 어린이도서관 등의 대체 부지 확보와 신축비용 등은 빠져 있다. 문화재청은 도서관 등 공공시설물에 대해서는 “2028년 이후 ‘갈등 관리와 조정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이전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어린이도서관과 종로도서관 등 관련 공공시설들과 인근 주민들은 아무런 협의나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주먹구구로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송숙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관장은 “이곳은 1979년 5월4일 세계어린이날을 맞이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공공 어린이도서관으로, 예전에 고아들을 돌보던 시립아동병원 자리이기도 했다. 소중한 역사적 장소인 도서관이 옮겨가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지키기 시민운동’의 김은아씨는 “사직단 복원의 취지는 존중하지만 삽질부터 하고 보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정부가 사직단 복원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의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한 제대로 된 공청회부터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