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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6일 04시 48분 KST

날개잃은 국제유가 : 어디까지 추락할까

Trader Edward Curran works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Monday, Jan. 5, 2015. US stocks opened lower Monday, led by declines in energy stocks as the price of oil plunged again.  (AP Photo/Richard Drew)
ASSOCIATED PRESS
Trader Edward Curran works on the floor of the New York Stock Exchange Monday, Jan. 5, 2015. US stocks opened lower Monday, led by declines in energy stocks as the price of oil plunged again. (AP Photo/Richard Drew)

국제 유가가 새해 들어서도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 경제권의 경기 침체 때문에 수요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데도 산유국들이 생산을 줄일 신호를 보이지 않아 공급 과잉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중반에는 배럴당 국제 유가가 2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투자자들도 나오고 있다.

◇6개월 전의 '반값'에도 못 미쳐

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50.04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49.95달러에 거래됐지만, 마감 가격은 간신히 50달러대를 유지했다.

이날 마감 가격은 불과 6개월여 전인 작년 6월에 배럴당 107달러대에 거래됐던 것을 고려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브렌트유도 WTI와 마찬가지로 약세를 지속해 배럴당 52달러대를 나타내고 있다.

gas flare

국제 유가의 하락은 주요 산유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목적에서 '치킨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 11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감산 반대'를 관철한 뒤 원유 가격의 추가 하락을 내심 즐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예산 규모를 작년보다 32%가량 줄여 유가 하락에 따른 대비책을 세운 데 이어 '오일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되려고 7천500억 달러의 외화보유액까지 동원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 작정이다.

출혈을 감수하면서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업체를 포함한 다른 경쟁자들을 힘들게 해 도태시키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생산량을 줄이는 산유국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산유국들은 일단 감산에 들어가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는 판단에 따라 최대한 버텨보자는 전략이다.

◇수요-공급 불일치로 추가하락 전망 많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 유가의 하락이 당분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OPEC의 감산 결정 등 원유 가격을 상승세로 돌려놓을 결정적인 계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공급 과잉 현상은 지속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 원유 수요의 증가는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중국, 일본, 유럽 등의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원유 소비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작년 12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전 세계 1일 평균 석유 수요량을 9천330만 배럴로 예상했다. 이는 불과 1개월 전의 전망보다 23만 배럴이 줄어든 것이다.

oil price

유로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내는 것도 원유 수요를 줄일 요인으로 꼽힌다.

원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로화의 약세가 지속하면 유로화를 가진 수요자의 구매 능력이 떨어진다.

이에 반해 공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의 작년 1일 평균 생산량이 소련 붕괴 이후 최다를 기록하고, 이라크의 작년 12월 원유 수출이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던 것도 공급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로 여겨진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애덤 롱슨은 "원유 가격 반등을 위한 펀더멘털 개선을 가까운 시기에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중반에 원유 가격이 배럴당 20달러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마켓워치(MarketWatch)는 원유 투자 전문가인 스테펀 쇼크의 말을 인용해 6월에 20달러에 팔 수 있는 권리가 있는 풋옵션에도 투자자들이 베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원유의 배럴당 가격이 2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있다는 의미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저유가로 혜택 볼 듯

이런 가운데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저유가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컨설팅회사인 IH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라지브 비스와스는 "오일 가격 하락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5% 포인트에서 0.5% 포인트 가량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oil price

또 다른 컨설팅회사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작년의 4.3%(추정치)보다 높은 4.7%로 전망했다.

원유 수입 규모가 세계 1위인 중국은 원유가격이 30% 하락하면 GDP 성장률이 1%포인트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의 원유 수입량은 2013년에는 미국에 이어 2위였지만, 지난해에는 미국을 추월해 1위에 올라섰을 것으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추정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윌리엄스는 저유가를 고려해 한국과 대만의 성장률 전망을 각각 0.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금리를 낮출 수 있어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미국도 내수의 GDP 기여도가 70%에 이르기 때문에 저유가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날 백악관의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은 "오일 가격 하락의 효과를 모니터링하는 관계자들은 지금까지의 하락은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 하락은 미국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석유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려 다른 품목의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로 미국의 많은 지역에서 휘발유의 평균 가격이 갤런당 2달러 아래로 떨어진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가 확대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