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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3일 11시 02분 KST

유럽행 불법 이민자들이 '유령선'을 타는 까닭

난민들을 유럽으로 밀입국시키는 주선업자들이 이른바 '유령선'을 이용해 지중해를 건너는 새로운 수법을 쓰고 있다.

이탈리아 해상에서 이틀 만에 승무원도 없이 난민만 수백 명이 탄 화물선 2척이 발견된 것은 유럽행 난민선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AFP 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불법이주 주선업자들은 노후 화물선을 헐값에 손쉽게 살 수 있고 난민 1명당 수천 달러를 받기 때문에 배를 버려도 떼돈을 벌 수 있다.

해양 전문지인 로이드의 데이비드 올슨 국장은 주선업자들이 유령선 전략을 쓰는 이유로 "할인 판매하는 선박은 100만 달러(약 11억원)로 런던의 아파트보다 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배들은 40~50년 된 것으로 인도에 고철로 파는 것보다 그들(주선업자)에게 팔면 더 많이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일과 지난달 31일에 각각 발견된 난민들만 태운 '유령선'은 모두 건조된 지 40년이 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노후 화물선은 이베이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럽의 난민 구조 정책이 바뀐 것도 '유령선' 전략의 이유로 분석됐다.

종전에는 업자들이 난민들에게 해안경비대가 어쩔 수 없이 구조하도록 바다에 뛰어들거나 일부러 난민선 사고를 내라고 시켰지만 난민 구조가 중단되자 전략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국 BBC는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 11월부터 이탈리아 해군이 난민구조 작전을 중단하고 대신 유럽연합(EU) 국경수비대 프론텍스가 제한된 해역에서 경비 임무만 수행하자 브로커들이 선박을 버리고 난민들 스스로 지중해를 건너도록 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최근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유럽으로 탈출하려는 난민이 급격히 증가하는 것도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터키 아나돌루통신은 지난해 터키 연안에서 그리스 섬들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다 해안경비대에 적발된 난민은 1만2천872명으로 전년보다 60% 급증했지만, 밀입국 주선업자들은 배를 버리고 도주하기 때문에 74명만 체포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해 1~7월 배를 타고 밀입국한 난민이 8만7천명에 이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유엔난민기구(UNCHR)에 따르면 2014년 한해 유럽으로 가려고 지중해를 건넌 난민은 2011년(7만여명)의 3배인 20만7천명에 이르며 이 과정에서 3천400명 이상이 숨졌다.

이탈리아 정부가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지중해 난민 구조를 중단키로 한 가운데 배에 난민만 남겨두는 유령선 수법은 매우 위험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탈리아 해양경비대 필리포 마리니 대변인은 이에 대해 "매우 위험한 새로운 현상"이라며 "곧 대재앙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