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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1일 12시 42분 KST

남편까지 속인 '한국판 화차', 징역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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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의사라고 신분을 속이는 등 상습적인 거짓말로 다수 피해자들로부터 10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사기범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진수 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모(38·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박씨는 2011년 1월 재력가의 딸이자 산부인과 의사인 것처럼 속여 남편과 결혼했다. 이후에도 의사 행세를 하며 고급 수입차를 사는 등 사치스럽게 살았다.

박씨는 자신이 돈 많고 유능한 의사인 줄 아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아 개인적으로 썼다. 시누이, 가사도우미, 경비원, 수입차 판매원 등이 줄줄이 속아 넘어갔다.

박씨의 거짓말은 변화무쌍했다.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의사인 척했다가 삼성병원 소아과 의사라고도 했다. 동생이 금융감독원에 다닌다거나 남편이 재벌가 3세의 친척이라고 떠버리기도 했다.

박씨는 피해자가 속출하자 갓난 딸을 데리고 자취를 감췄다. 남편은 그제야 박씨의 정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소설 '화차'의 여주인공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화차'는 갑자기 사라져버린 약혼녀의 행방을 쫓으면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의 과거 행적을 알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피해자에게 고소를 당해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된 박씨는 재판 중에도 사기 범행을 계속 저지른 끝에 구속됐다. 병원에서 육아휴직했다며 미국 채권 운운하는 박씨에게 또 여러 사람이 속았다.

피해자 중에는 박씨가 의사라는 말에 혹해 위암에 걸려 받은 보험금을 넘기고 충격에 빠진 사람도 있었다.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피해자만 8명, 사기 금액은 9억1천320만원에 달했다.

박씨는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박진수 판사는 지난달 31일 선고 공판에서 "중단이 됐어야 하는데…. 피고인이 어느 시점에서 누군가가 제지해 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며 "피해자들의 경제적 고통을 생각해보라"고 꾸짖었다.

박 판사는 동종 전과가 있는 점, 범행 수법이 계획적이었던 점, 불구속 기소 후에도 추가 범행을 저지른 점, 스스로 반성하는 점, 어린 아이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치소에서 딸과 같이 생활하는 박씨는 구속된 후 반성문을 여섯 차례나 냈으나 중형을 피하지 못했다. 잠든 딸을 데리고 법정에 나온 박씨는 판사가 주문을 읽자 담담한 표정으로 딸을 꼭 껴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