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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1일 06시 51분 KST

대한항공에 대한 제보가 끊이지 않는 이유

연합뉴스

[현장에서]

“회사가 이제 좀 바뀔까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토교통부 조사를 받던 지난 12월12일, 대한항공 한 직원이 탄식하듯 말을 꺼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조 전 부사장이 미국 뉴욕발 비행기에서 객실 사무장을 강제 하기(비행기에서 내림)시킨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날이었다. 이때만 해도 대한항공 직원들 사이에선 조 전 부사장이 법망을 무사히 빠져나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았다. 사무장과 승무원만 억울하게 희생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체념의 말이 곳곳에서 들렸다.

결과는 달랐다. 조 전 부사장은 계열사와 학교법인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고, 검찰은 그를 구속했다. 그가 비행기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솔직히 털어놓지도 않고, 진정한 사과는커녕 적반하장식으로 직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사건의 실체마저 왜곡하려 했던 게 일을 여기까지 키웠다. 돌이켜보면 이번 사건을 전후해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 경영진의 행태엔 별 변화가 없었다. 오너 일가의 치부를 숱하게 숨겨왔듯 이번 사건도 또 숨길 수 있을 것으로 여긴 듯하다.

하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은 달라져갔다. 이번 사건을 <한겨레>가 처음 보도한 뒤 대한항공 전·현 직원들과 대한항공에 지인을 둔 수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겪고 들었던 이야기를 제보해왔다. 내용의 대부분은 오너 일가의 제왕적 행태와 대한항공의 비리·부조리에 관한 것들이었다. 조 전 부사장의 경악스러운 처신이 어쩌다 벌어진 일탈적 행동이 아니라는 내용이 많았다. 그뿐 아니었다. 이번 사건이 일어난 뒤 대한항공 경영진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도 시시각각 제보가 들어왔다. 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더는 숨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닌 사람”이라고 말한 박창진 사무장의 말에 많은 대한항공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었다. 그들이 진정으로 바란 것은 회사의 변화였다.

조 전 부사장이 구속되고 법정에 서게 된 것으로 이번 사건이 다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이번 일을 큰 교훈으로 삼아, 조양호 회장과 대한항공 경영진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한항공의 앞날은 어둡다. 직원들은 이제 감시자가 됐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에 썼듯이 모욕당한 직원들은 반드시 보복을 한다. 전에는 회사의 보복을 걱정해 쉬쉬하던 직원들이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의 위력을 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을’들도 대한항공에 대한 감시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경영진은 이제라도 회사의 위상에 걸맞은 경영방식, 기업문화를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 3세들이 경영을 승계하기 전에 이번 일이 터진 것이 회사의 앞날을 위해 차라리 다행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을 대한항공 경영진은 새겨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