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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1월 01일 08시 20분 KST

2015년 스타일 키워드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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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2015년 스타일 키워드-직구, 복고, 놈코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하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 등이 쓴 <트렌드 코리아 2015>(미래의창 펴냄)의 서문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살얼음판’이 깔린 채 맞이한 2015년, 책은 “불경기의 소비자는 무조건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구매의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일갈한다. 그렇다면 2015년 ‘패션 피플’들은 무엇에 관심을 갖고 어떤 물건 앞에서 지갑을 열까.

잘나가는 패션디자이너, 패션업계 종사자들에게 물어 2015년을 이끌 패션계 트렌드 키워드 세가지를 뽑아봤다. 수많은 단어가 쏟아졌으나 그중 중복되는 것들은 ‘대세를 거부하다 대세가 되어버린 것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를테면 기존 유통 질서의 틀을 벗어나 소비자가 직접 외국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직구(직접구매)’나, 최첨단 유행 스타일에 반해 ‘촌스러운’ 1990년대로의 회귀를 이야기하는 일 같은 것.

직구 열풍을 이끌고 있는 미국 아마존 사이트

그리하여 esc가 ‘달리는 마을버스 2-1에서 뛰어내린 육봉달처럼’ 날렵한 몸놀림으로 뽑아낸 2015년 패션계를 이끌 세마디 외침은 “직접 구하리!” “다 돌려놔!” “내버려 둬!”다.

직구, 이제 열풍 아닌 대세

연말, 롯데카드에서 이메일이 왔다. “해외 직구로 특별한 연말 선물 준비하세요. 롯데카드가 알뜰하게 쏩니다!” 백화점에서 만든 신용카드인데, 백화점이 아닌 해외 직구로 물건을 사라니, 직구가 대세는 대세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이들에게 ‘하고는 싶은데 복잡해서 엄두는 안 나는’ 영역에 머물던 ‘해외 직구’ 시장은 2014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5년엔 ‘대세’가 될 전망이다.

김영민 디자이너(‘유르트’ 대표)는 “중국 시장의 ‘유커’들을 겨냥한 직구 사이트 등 온라인 마켓에 대해 주변 디자이너와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곽현주 디자이너(‘기센 바이 곽현주’ 대표)는 “세계적인 불황으로 좀더 저렴하면서 파급력 있고 실용적인 패션 제품 구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 해외 구매 대행 서비스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면 해외 직구도 망설이지 않는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연말에 ‘2014년 패션 트렌드’를 분석해 자료를 내며 이렇게 썼다. 직구 규모는 2013년 4만여건, 1조1000억원 수준에서 2014년 8만여건, 2조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하지만 ‘망설이지 않는다’ 수준으로는 2015년에 불어닥칠 직구 열풍은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2014년에 발생한 ‘해외 직구’ 주문의 대부분이 몰테일 등의 국내에서 해외 직구를 도와주는 사이트와 아마존·이베이 등 글로벌 쇼핑몰, 랄프 로렌, 갭 등 브랜드몰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2015년에는 ‘타오바오’와 같은 중국 사이트들이 가세해 판이 커질 예정이다. 국내에서 해외에 주문을 넣는 형태만이 아니라 외국으로 수출된 국내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다시 사오는 ‘역직구’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의 글로벌 쇼핑몰들까지 세계 각지의 직구 쇼핑몰 개설을 적극 돕는 상황에서 대기업보다 의사결정이 민첩한 개인 쇼핑몰들이 유리할 수 있다.

복고, 널 만나기 전의 내 모습으로

무도 토토가

문화방송의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편 지난 27일 방송분이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현정, 에스이에스(SES), 터보, 소찬휘, 지누션, 김건모 등 1990년대 큰 인기를 끈 가수들이 완벽하게 90년대 분위기를 재현한 이 프로그램은 10대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30~40대의 열광(“우리 엄마가 왜 티브이 보면서 울죠?”와 같은 질문으로 대표되는)을 끌어내고 있다.

패션계의 주 소비층으로 부각된 40대는 이러한 ‘복고’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이들에게 1990년대는 젊고,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 ‘좋았던 시절’ 이상의 의미다. 영화 <건축학개론>,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시리즈의 인기에 이어진 ‘토토가’ 열풍은 2015년 새해를 여는 키워드로 ‘복고’를 강력하게 밀어올리고 있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초기에는 드라마나 음악을 중심으로 복고 무드가 전파되었지만 지난해부터는 패션에도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은애 디자이너(‘티백’ 대표)는 2015년 트렌드 키워드로 ‘오버랩’을 꼽으며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특성이 한번에 나타나는 해”라고 설명했다. 김영 신세계인터내셔널 홍보팀 과장도 “이전 시대를 회상할 수 있는 우아한 복고 스타일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며 ‘복고’를 키워드로 선정했다. 심상보 디자이너는 열쇳말로 ‘딥’(deep)을 선정하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위에서 아래까지, 짙은, 신중한’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놈코어, 스타일에서 현상으로

2014년에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가 신조어로 등록한 단어인 ‘놈코어’는 올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놈코어’는 ‘노멀’(normal)과 ‘하드코어’(hardcore)의 합성어로 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을 뜻한다. “놈코어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옷에 의해 다른 사람들과 구분지어지길 바라지 않는다”고 위키피디아는 정의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입는 스웨터와 티셔츠, 바지 등을 떠올리면 된다.

티셔츠에 바지, 놈코어 스타일

최인복 나비컴 과장은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평범함 속에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놈코어가 패션을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혜진 디자이너(‘더 스튜디오 케이’ 대표)는 “포멀한 의류와 스포츠웨어의 결합, 단순한 옷과 예상외의 디테일의 결합 등 의외의 요소가 시너지를 내는 패션 스타일이 유행할 것”이라며 열쇳말로 ‘하이브리드’를 뽑았다. 한동우 디자이너는 ‘과하지 않은 가벼움과 활동적인 스포티함과 액티브함’을 뜻하는 ‘마일드 액티비티’를 꼽았다.

옷장 속에 누구나 한두벌쯤 갖고 있을 법한 평범한 옷을 매치하는 것에 불과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놈코어’ 스타일을 제대로 구현해내기란 쉽지 않다.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번뜩여 자신만의 개성이 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서울패션위크에서 ‘스포티즘’을 통해 놈코어 스타일을 구현했던 권문수 디자이너(‘문수 권’ 대표)는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옷 안에서 자신만의 감각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입는 이에게도, 만드는 이에게도 ‘놈코어’는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놈코어’가 패션의 울타리를 벗어나 문화 현상으로 번져 나간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세상도 복잡하고 하니 옷이라도 단순하게 입으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한 디자이너는 이렇게 분석했다. 단순한 옷을 입고 “나 좀 내버려 둬”라고 외치는 듯한 젊은이들의 모습, 올해는 하나의 현상이 될 듯하다.

그밖에 명유석 디자이너(‘헴펠’ 대표)는 스마트폰 위치 빅데이터, 3D 프린터, 인공지능 등 기술과 패션의 결합을, 반애진 더엠퍼블릭 대리는 ‘정보기술(IT) 패션’과 ‘패션브랜드의 리빙 제품 강세’를 2015년 패션 열쇳말로 꼽았다. 고태용 디자이너(‘비욘드 클로젯’ 대표)는 ‘페이크가죽(에코),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이주영 디자이너(‘레쥬렉션’ 대표)는 ‘로맨틱, 플라워리 실루엣’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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