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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0일 11시 21분 KST

허니버터칩, 증산 안 하는 이유

한겨레

지난 11일, 새벽 3시까지 야근을 한 직장인 ㄱ(31)씨가 퇴근하자마자 달려간 곳은 편의점이었다. 인기절정의 감자칩 ‘허니버터칩’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대여섯번의 실패 끝에 이날 새벽 편의점 창고에 하나 남아 있던 허니버터칩을 겨우 산 그는 “친구와 동료들에게 자랑했다. 솔직히 ‘먹고 싶었다’기보다는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18일 회사원 ㄴ(38)씨는 집 근처 편의점 7곳에서 허니버터칩 구매에 실패한 뒤 아예 한 편의점의 ‘허니버터칩 구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 사람에 1봉지로 구매량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해당 편의점에서 지정해 준 그의 구매 예정일자는 ‘2015년 1월16일’이었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연말이라 선물 수요도 있고, 유사 제품이 나오면서 ‘오리지널’에 대한 관심도 증가해 수요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허니버티칩 먹어봤냐’가 단골 화제가 될 정도로 이 과자에 대한 관심도는 높다. 하지만 앞으로도 소비자가 허니버터칩을 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같다. 해태제과가 증산을 검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8월 출시된 뒤 12월까지 누적매출이 200억원에 이르는 이 과자의 한 달 최대 생산량은 출고가 기준 60억원어치다. “크리스마스 등 휴일도 없이 24시간 3교대로 공장을 가동해도 60억원이 최대”라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생산량을 늘리려면 설비를 증설할 수밖에 없는데 허니버터칩이 출시된 지 넉 달밖에 안 된 상황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과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 상품이 가진 역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1년 정도는 필요하다. 설비증설에는 수십억~수백억원이 드는데 영업이익률을 고려하면 신중할 수밖에 없다. 해태제과가‘품귀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해태제과식품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4.25% 수준이다. 허니버터칩을 월 60억원어치 판다면, 영업이익은 2억5000만원 가량이다. 자칫 많은 돈을 들여 설비를 늘렸다가 된통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제품 역량 판단에는 재구매율이 중요한데, 허니버터칩의 경우 아직 수요자들이 ‘첫 구매’도 못한 상황이다. 증산을 할 지 판단이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꼬꼬면’의 사례는 섣불리 증산을 망설이게 하는 ‘반면교사’다. 2011년 8월 나온 ‘꼬꼬면’은 출시 직후부터 ‘하얀라면 돌풍’을 일으키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제조사 한국야쿠르트는 그해 11월 500억원을 들여 새 공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투자에 나섰지만 꼬꼬면 등 ‘하얀라면’의 시장점유율은 2011년 12월 17.1%까지 치솟았다가, 꼬꼬면 출시 1년만인 2012년 8월 2.7%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를 늘리는 대신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을 늘릴 수도 있지만 식품 안전·위생에 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며, 중소 회사에 생산을 의뢰하는 방식도 점차 축소되고 있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