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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9일 10시 14분 KST

8개의 시위로 보는 2014년의 세계(사진)

ASSOCIATED PRESS
AP10ThingsToSee - A protester holds an umbrella during a performance on a main road in the occupied areas outside government headquarters in Hong Kong's Admiralty in Hong Kong Thursday, Oct. 9, 2014. A democracy protest has blocked main roads in the Asian financial hub for nearly two weeks. (AP Photo/Kin Cheung)

2014년은 전 세계적인 시위의 해였다.

아프리카, 유럽, 미국 할 것 없이 올해는 시위가 불타올랐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을 퇴치한 사례도 있었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한 국가의 정치 풍토를 재정비하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사례도 있었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시위도 있다.

지난 일 년간 매우 강력한 시위 장면들이 사진으로 기록됐다. 그 이미지와 구호를 보면 모든 이가 공통으로 지향하는 정의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시위자들의 용기를 엿볼 수 있다.

아래는 2014년에 있었던 다양한 시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다.

우크라이나

"유로매이단(Euromaidan)"

우크라이나 혁명 초기에서부터 SNS 이용자들은 #Euromaidan이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했다. 러시아 후원을 입은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2월에 실각할 때까지 이 문자가 시위의 주요 구호로 활용됐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문구는 유럽을 지향한다는 우크라이나인의 감정을 나타내는 글이다. 친-러시아 행정을 지향하는 야누코비치가 2013년 11월 유럽연방과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면서 발생한 시위의 여파였다. 여기서 'maidan'은 'Maidan Nezalezhnosti'의 약자인데 시위대가 처음 모였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중심에 위치한 '독립 광장'을 뜻한다. 대형 시위도 나중에 그 곳에서 치러졌고 또 폭동 진압 경찰과의 혈전의 장소이기도 했다.

그런데 AP는 여기에 더 깊은 뜻이 숨어 있다고 설명한다. 많은 우크라이나인은 야누코비치의 부패 정권과 폭력적인 진압 경찰에 대비해 유럽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인권 존중을 상징한다고 믿는다. 또 매이단은 더 역사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데, 2004년에도 매이단은 우크라이나 오렌지 혁명의 중심이었으며 지금까지도 평화 시위의 상징이 되어왔다.

키예프 독립광장에서 우크라이나인이 애국가를 부른다.

키예프 중심. 폭동 진압 경찰들 앞에서 한 시위자가 피아노 연주를 한다.

베네수엘라

#SOSVenezuela

치솟는 범죄율과 물가 상승에 진절머리가 난 시민들이 2014년 초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자 시위에 나섰다.

구호 '#SOSVEnezuela'는 기억에서 잊히지 않을 대형 시위 이미지로 세계인에게 인지되었다. 이 캠페인은 'Un Mundo Sin Mordaza(검열이 없는 세상)'이라는 카라카스에 위치한 운동단체로부터 시작됐는데, 시위 참여자들을 지휘해 대형 'SOS' 자를 만들었다. "미디어는 정부 간섭에 의해 그 기능을 잃었다."라고 시위를 조직한 아나벨 나바로는 말했다. "표현의 자유가 위태로운 이 나라에서 우리는 우리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위가 방대해지자 정부는 강력 조치를 취했다. 친정부 조직폭력이 동원되어 항의세력과 혈전을 벌였고 치안 부대는 시위 바리케이드를 무너뜨렸으며 수천 명의 시위자가 감금됐다. 반정부 인원 또는 시위 옹호자들 중에 적어도 43명이 폭동 중에 목숨을 잃었다. 5월엔 '검열이 없는 세상'의 창립자인 로드리고 디아만티가 감금되면서 "고속도로 차단을 조장한 행위와 폭탄물 소유죄"로 체포되었다.

여름이 지나면서 시위는 한 꺼풀 시들었다. 그러나 범죄율 상승과 생활필수품 부족에 대한 항의는 지속되고 있으며 마두로의 인기는 바닥을 기고 있다.

한 여인이 베네주엘라 국기가 그려진 모자를 쓰고 'SOS' 문구를 얼굴에 그리고 시위 중이다.

대만

해바라기

지난 3월, 중국과 비밀리의 무역정책을 강행한 대만 정부를 반대하기 위해 10만 명 이상의 항의자들이 해바라기를 들고 수도 타이베이에 모였다. 학생들은 3주 동안 국회의사당을 점령했고 대만 정부는 중국과의 모든 관계를 더 세밀하게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만을 아직도 중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중국을 많은 대만인이 우려한다.

학생 시위대는 3월 운동을 '해바라기 운동'이라 일컬었다. 시위자들이 해바라기를 선택한 이유는 국정은 물론 대만과 중국의 관계를 비밀리 하지 말고 '햇빛'에 보이자는 의도에서 선택되었다고 뉴욕타임스지는 보도했다.

타이베이 시위에 해바라기를 들고 나선 시위자들.

나이지리아

#BringBackOurGirls(우리의 소녀들을 되찾아주세요)

보코하람이라는 나이지리아 소속의 이슬람 전투 세력이 지난 4월 14일 나이지리라 북동쪽에 위치한 칩복(Chibok) 기숙학교에서 270명의 소녀들을 납치했다.

전 세계가 이 사건을 개탄했는데 #BringBackOurGirls라는 해시태그 운동도 한몫을 했다. 나이지리아의 한 운동단체가 시작한 이 구호가 트위터를 타고 전 세계로 퍼지면서 미셸 오바마 미국 영부인과 말랄라 유사프자이까지 운동에 참여하였다.

아직도 감금된 상태로 남아있는 소녀들은 이미 세계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에서는 소녀들의 친지와 친구들이 수도 아부자에서 소녀들의 해방을 위한 시위를 매주 벌이고 있다. 우리의 소녀들을 되찾아달라고 말이다.

나이지리아 소녀들과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 소녀들을 되찾아야 한다.

라고스에 모인 시위대 여인들이 납치된 소녀들을 찾아달라고 정부에게 요구하고 있다.

태국

'헝거 게임' 경례

라이벌 정치 운동가들이 벌였던 수개월에 걸친 시위는 태국 군부의 성공적인 무혈 쿠데타로 5월에 끝났다. 태국의 군사 정부는 시위를 곧장 금지시켰는데 그중 하나가 세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영화 '헝거 게임'의 경례 모습이다.

영화에서는 이 동작이 디스토피아 독재 국가를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나타내며 세 손가락은 "감사"와 "존경" 그리고 "사랑하는 이와의 작별"을 뜻한다. 그런데 태국인들은 세 손가락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1. 쿠데타 없는 나라 2. 자유 3. 민주주의"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AP는 보도했다.

세 손가락을 공공장소에서 드는 이는 누구든 체포하겠다고 정부는 6월에 경고했다. '헝거 게임' 개봉을 앞둔 11월엔 쿠데타 선동자이자 현 수상인 프라윳 찬오차의 연설장에서 세 손가락을 들었다는 이유로 학생 5명이 체포되었다. 시위 단체가 한꺼번에 수백 장의 극장표를 매입한 어느 상영관에선 더 많은 학생이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는데 극장 체인은 곧바로 영화 상영을 취소하였다. "세 손가락을 드는 행위는 기본 정치권리를 주장하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고 정치 운동가 솜밧 분담은 페이스북에 설명했다.

'헝거 게임: 모킹제이 1'을 상영하고 있는 태국 방콕에 있는 어느 극장 앞에 나차차 콩구돔(21)이 세 손가락을 들고 있다.

태국 콘켄 지역에서 연설하는 수상 프라윳 찬오차 앞에서 학생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한다.

미국

손들어(Hands Up)

지난 8월에 미주리 퍼거슨에서는 아무 무기도 소지하지 않은 십대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백인 경찰에 의해 살해된 사건으로 파동이 있었다. 피살되기 직전에 브라운이 항복하는 자세를 했다는 목격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손을 들었으니 쏘지 마세요."라는 구호가 경찰 폭력과 인종 차별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표현하는 상징으로 이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11월에 브라운을 살해한 퍼거슨 경찰 대런 윌슨이 아무 혐의도 없이 대배심에 의해 풀려나자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으로 항의의 목소리가 퍼졌다. 그리고 며칠 후 뉴욕의 대배심이 '숨을 못 쉬겠어요'라고 11번이나 애걸하다 죽은 또 한 명의 흑인 에릭 가너를 목 조르기로 죽인 백인 경찰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따라서 "숨을 못 쉬겠어요"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라는 구호와 함께 시위 구호가 되었다.

대배심 증인 자료에는 브라운의 '손든' 자세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 자세가 경찰에 의해 수없이 많은 흑인이 죽고 있다는 상징으로 남게 된 것이 사실이다. 국회의원, 미식축구 선수, 시위자들 할 것 없이 모두 '손들어' 자세로 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마이클 브라운을 죽인 경찰 데런 윌슨의 무기고를 항의하고자 '손들었으니 쏘지 마'를 외치며 시민들이 시위하고 있다.

오클랜드 레이더스와의 개임 직전, 세인트루이스 램스 팀원들이 퍼거슨 결정을 항의하는 모습을 취한다.

홍콩

우산

첫 홍콩 지도자 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을 중국에서 미리 추려내겠다는 의도를 반대하는 학생들과 야당원들이 지난 9월에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홍콩 경찰이 최루 가스와 고추 스프레이로 쫓으려고 하자 시위자들은 우산으로 그들의 공격을 막았는데 그 과정에서 우산이 평화적인 항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홍콩 도로는 물론 SNS에도 우산 이미지로 만발했다.

'우산 운동'으로 알려진 이번 항의는 영국이 1997년에 홍콩을 중국에 돌려준 이후에 중국을 겨냥한 가장 큰 시위 사례였다. 3개월 동안의 도로 시위는 무력으로 인해 제압되었지만 시위 세력은 장기적인 작전이 있다고 한다. 월드 포스트 중국의 매트 시한은 이렇게 설명한다. "홍콩 청소년은 자기들이 바라던 정치 자유를 얻지는못 했다. 하지만 자기들의 의지는 확실하게 알렸다. 부모 세대나 중국 본토인보다 훨씬 더 투쟁적이고 덜 순종적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시위대가 정부청사 앞에 우산을 들고 서있다.

홍콩 중심부 애드미럴티에 위치한 정부청사 앞에 있는 노란색 대형 우산을 경찰이 부수고 있다.

멕시코

'43'

지난 9월 멕시코 이괄라에서 지역 교대 학생 43명이 실종되었다. 시위운동 장소로 향하던 그들은 갑자기 나타난 경찰에게 붙들린 후 자취를 감췄다. 멕시코 정부는 지역 마약조직원들이 시장 및 경찰과 공모하여 이들 학생들을 죽인 것을 시인했다고 발표했다. 43명 중에 적어도 한 명의 시체는 밝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과 학생들 가족은 멕시코 정부가 학생 실종에 더 깊이 개입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이번 실종 사건으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항의자들은 '43'번을 벽, 얼굴, 헝겊 등에 적어 학생들의 실종사건을 알리고 있다. "우리는 모두가 아니다. 왜냐면 43명이 빠졌으니까."라고 어느 간판에 쓰여있다.

가디언지는 "실종 학생들은 국가 전체의 보안 문제를 상징하는 사건이 되었다. 수많은 죽음과 2만 건 이상의 실종 사건에 대해 이들은 항의하고 있는데 라이벌 조직폭력배들과 만성 부정부패가 이런 사태를 가능케 한다는 것을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멕시코 법무장관이 실종 사건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Ya me canse," 즉 '더 이상은 못 참겠다."라고 말하자 새로운 구호가 생성됐다. 그의 말과 멕시코의 불안전한 보안 문제를 비꼬는 뜻에서 시위자들은 해시태그 #YaMeCanseDelMiedo("난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을 더 이상 못 참겠다.")를 퍼뜨렸다.

실종된 43명에 대한 학생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43명의 실종은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어느 시위자가 그래피티로 쓰고있다.

*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US의 8 Unforgettable Symbols From An Extraordinary Year Of Protests를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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