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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6일 07시 19분 KST

홍수 막는다는 보, 되레 홍수 위험도 높였다

한겨레
4대강 여주보

4대강 조사위 보고서 분석 (상)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23일 “4대강 사업이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해 야권과 환경단체들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들이 내놓은 보고서에서마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밝혀낸 대목이 적지 않다. 두 차례로 나눠 보고서의 내용을 집중 점검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의 보 설치에 따라 오히려 ‘홍수위’가 높아져 홍수 위험성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홍수 방지라는 4대강 사업의 주요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며,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지적해온 보의 위험성과 일치하는 내용이다.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미경·김상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입수한 국무총리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의 ‘4대강 사업 조사평가 보고서’ 전체 보고서를 보면, 4대강 사업에 따라 16개의 보를 건설하면서 이들 보의 홍수위가 200년 빈도 기준으로 0.04~3.56m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 사업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가 홍수 방지였음에도, 오히려 4대강 사업의 보 설치로 홍수 위험이 더 커진 것이다. 전날 국무총리실이 배포한 226쪽의 요약 보고서에는 이 내용이 단 1개 문단에 간략히 적혀 있었으나, 일반에 공개되지 않은 800쪽의 전체 보고서에는 4대강 보들의 홍수위 상승치를 담은 표 4개를 포함해 모두 5쪽에 걸쳐 이 내용이 설명돼 있다.

홍수위는 홍수 때의 최고 물높이를 말하며, 보통 홍수를 막기 위해 보나 댐, 제방에는 최고 홍수위보다 더 높은 ‘여유고’(여유높이)를 둔다. 홍수위가 높아지면 여유고가 작아져 범람이나 침수 위험이 커지며, 이를 피하려면 유수지를 확보하고 보와 주변 제방을 더 높이거나 하천을 더 깊이 준설해야 한다. 200년 빈도의 홍수위는 200년 만에 한번 올 만한 큰 홍수 때의 최고 물높이를 말하며, 4대강 등 국가하천의 정비 사업 때 적용하는 기준이다.

강별로 보 설치로 인한 홍수위 상승치를 보면, 4대강 사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낙동강의 홍수위 상승이 가장 두드러졌다. 특히 낙단보의 경우는 보가 없을 때의 200년 빈도 홍수위가 40.55m였으나, 보 설치로 인해 44.11m로 무려 3.56m나 높아졌다. 홍수 때는 불과 몇㎝의 수위 상승이 결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3.56m의 홍수위 상승은 위험도를 엄청나게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상주보도 2.29m, 구미보 1.54m, 칠곡보 1.27m, 강정고령보 0.39m의 홍수위가 높아졌다.

그다음으로 홍수위가 높아진 곳은 한강의 보들이었다. 보 설치로 인해 강천보는 0.65m, 여주보는 0.36m, 이포보는 0.18m의 홍수위가 높아졌다. 금강의 공주보는 보 설치로 인해 0.17m, 백제보는 0.07m, 세종보는 0.06m 홍수위가 높아졌다. 영산강은 상대적으로 보 설치로 인한 홍수위 상승 수준이 낮았는데, 죽산보와 승촌보 모두 0.04m가 높아졌다.

특히 이 보고서는 홍수 때 4대강 보의 수문이 붕괴되는 경우, 16개 모든 보에서 오히려 홍수위가 낮아지며, 하류에서도 홍수위의 상승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4대강의 보들이 대형 댐과 달리 홍수 조절 용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홍수 때 붕괴하는 것이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오히려 홍수 위험을 낮춘다는 것이다. 결국 이 보고서는 홍수 때 4대강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위험도를 낮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문을 개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시에 이 보고서는 홍수 때 4대강 보의 수문이 오작동으로 열리지 않아 물을 원활하게 하류로 흘리지 못할 때 홍수위가 높아지고 홍수의 위험도가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4대강의 보들이 홍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홍수 때 수문이 열리지 않는 일이 없도록 평소에 보를 잘 유지, 관리해야 한다는 처방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이 보고서는 “보의 홍수 조절 효과가 전혀 없다. 일부 전문가들을 포함한 국민들은 보가 홍수 조절 능력을 보유했다고 생각하는데, 보의 역할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다만 이 보고서는 4대강 사업이 전체 홍수 위험 지역 807.9㎢ 가운데 757.1㎢(93.7%)에서 홍수 위험도를 낮췄는데, 그것은 주로 준설에 따른 효과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 보고서는 “홍수 방어 대책의 필요성은 공감하나 그 목표치가 (용량으로) 9억2000만㎥, (깊이로) 0.9~3.9m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리적 타당성은 미흡하다”며 준설과 댐·제방 건설 규모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가 보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핵심 이유가 홍수 방지였는데, 오히려 보 건설이 홍수 위험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에서의 홍수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하루빨리 보의 수문 개방, 보의 철거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둔 물 88.7%는 쓸 데가 없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통해 확보한 수량 11억6600만㎥ 가운데 88.7%인 10억3400만㎥는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총리실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23일 공개한 ‘4대강 사업 조사평가 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4대강 사업을 통해 11억6600㎥의 수량을 확보했으나, 이 가운데 가뭄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은 11.3%인 1억3200만㎥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 수량인 10억3400만㎥(88.7%)는 가둬놓기만 했지 현재로서는 전혀 사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 보고서는 가뭄 때 물이 부족하면 실제 확보한 11억6600만㎥의 수량 가운데 하한 수위 이상에 있는 최대 6억4800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한 수위란 하천이 하천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유지하는 최소한의 수위를 말한다. 문제는 6억4800만㎥ 가운데 5억1600만㎥는 물이 전혀 부족하지 않은 곳에 설치된 보와 댐에 모아뒀기 때문에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량은 가뭄 때 물이 필요한 지역에 가둔 1억3200만㎥뿐이다.

이와 관련해 이 보고서는 “수자원 확보 지역과 용수 부족 지역의 위치가 불일치한다. 4대강에서 확보한 물은 본류 인근 지역에서만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 부족 지역과 보의 위치가 일치하는 지역은 낙동강 상류의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 강정고령보와 영산강의 죽산보, 승촌보 등 6개의 보 주변 지역뿐이다. 나머지 10개 보가 설치된 지역은 물이 부족하지 않은 곳이었다. 또 4대강 사업과 함께 추진된 영주댐과 보현산댐은 ‘댐 건설 장기 계획’에 포함돼 타당성이 검증됐으나, 안동댐~임하댐 연결수로 사업은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그러면서도 왜 이런 불일치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4대강 마스터플랜’, ‘하천기본계획’ 등 4대강 사업에서 다기능 보의 건설 계획과 관련한 보고서에는 물 이용 차원에서 제시한 보의 위치 선정 기준과 선정 과정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이런 불일치가 발생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물 이용이나 홍수 방지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 아니라, ‘운하 건설’의 전 단계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큰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에 물 부족 지역이 아닌 본류 지역에 일정한 간격으로 보를 건설한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보고서는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수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가뭄 피해 지역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용수 공급 계획을 세우고, 용수 공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것은 현재 보가 설치된 지역 중 상당수에서는 물이 필요 없으니 어느 지역에 얼마만큼의 물이 필요한지를 조사하고, 4대강 보의 물을 물 부족 지역에 공급하기 위한 물 공급 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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