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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6일 06시 5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26일 07시 23분 KST

4대강 물 맑아진다더니, 거짓말이었다

한겨레
영산강 녹조 현상

4대강 조사위 보고서 분석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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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보 설치로 수질이 악화되리라는 우려에 이명박 정부와 관변 전문가들은 이른바 ‘물그릇’론으로 맞섰다. 준설과 보 설치로 물그릇을 키워 강에 물이 많아지면 오염물질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내 물이 맑아진다는 주장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상식적 반론에는 수질오염의 원인 물질인 총인을 줄이는 사업을 함께 하기 때문에 정체에 따른 오염이 상쇄될 뿐 아니라 수질이 크게 개선된다고 대응했다. 막대한 예산과 전문가들을 동원한 강력한 홍보는 상식을 논쟁 대상으로 만들었고, 국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사이 4대강 사업은 끝나버렸다.

국무총리실 소속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조사평가위)는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보에 의한 수체(물덩어리)의 확대는 희석에 의한 수질 개선 효과가 없다”고 못박았다. 상류에서 들어오는 물의 수질이 같은 상황에서 양질의 물이 추가되지 않는 한 희석 효과가 없다는 당연한 결론이다.

조사평가위는 보와 준설이 인근 상류 수질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려고 낙동강을 대상으로 2013년 실제 기상조건을 입력해 보를 세우지 않고 준설도 하지 않았을 경우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과 총인 농도 변화를 모델링했다. 결과는 모든 측정 지점에서 수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보와 준설로 인한 체류시간 증가는 식물성 플랑크톤을 증가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였고, 식물성 플랑크톤의 증가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증가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며 보와 준설을 ‘수질 악화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수의 인 제거 사업을 통해 보로 인한 정체 효과를 상쇄하고 수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 과장 홍보라는 사실도 구체적으로 확인됐다. 인 제거 사업의 효과가 없지는 않으나 강물 정체에 따른 수질 악화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조사평가위가 낙동강을 대상으로 모델링했더니, 총인 저감 사업은 8개 보 상류 지점에서 비오디를 평균 0.011~0.038㎎/L, 녹조의 지표인 클로로필-에이(Chl-a) 농도를 평균 0.009~1.051㎎/㎥ 떨어뜨렸을 것으로 계산됐다. 반면 8개 보 설치와 준설에 따른 같은 지점에서의 수질 악화 효과는 비오디 0.205~0.937㎎/L, 클로로필-에이 5.418~14.96㎎/㎥나 됐다. 보 설치와 준설 없이 인 농도 저감 사업만 했으면 강물은 훨씬 맑아졌으리라는 뜻이다.

4대강 사업 뒤 4대강 곳곳에서 ‘녹조라떼’로 비유될 정도로 녹조가 번성했다. 보 설치로 강물의 흐름이 정체돼 벌어진 일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환경부와 일부 관변 전문가들은 녹조 발생에는 물의 유속과 영양물질인 인 농도, 수온, 일조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원론적 주장으로 논점을 흐렸다. 햇빛과 수온 등이 더 근본 원인이라며 이 문제도 다시 논란으로 몰고 간 것이다. 대운하 전도사를 자임하다 4대강 사업 당시 국립환경과학원장을 지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지난해 여름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4대강 사업이 원인일 수 있다는 발언을 하자 언론 기고를 통해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졌고 물그릇이 커져 높은 일사량에도 수온 상승이 줄어든 것을 사업 전과 후에 4대강에서 관측된 수질 자료가 증명한다”며 보와 준설이 녹조 억제 효과까지 냈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환경부 장관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꾸짖기까지 했다.

조사평가위의 이번 보고서는 이 논쟁에도 종지부를 찍었다. 식물성 플랑크톤 가운데 특히 녹조 현상을 일으키는 남조류 성장에 영향을 끼치는 보 건설과 준설, 기온, 일사량, 인 부하 등 4가지 인자의 인자별 기여도를 분석해, “보 건설과 준설에 의한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조사평가위 보고서는 한발 더 나가 “수심 7m 이상, 수온이 20도 이상일 경우에는 성층 형성이 가능하고 심층의 산소 결핍이 일어날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성층 현상은 물 상부와 하부의 온도차에 따라 층이 생기는 현상으로 봄가을에 온도 차이가 적어질 때 심층의 물이 뒤집어져 위로 올라오면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보와 준설이 수질 악화를 넘어 4대강 사업 이후 낙동강과 금강 등에서 여러 차례 발생한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일 수 있음을 내비친 셈이다.

조사평가위 보고서는 보와 준설로 물그릇을 늘리는 사업으로는 수질 개선이 어렵다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해준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에 국민들의 눈을 가린 경위와 책임은 국정조사나 수사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김영희 변호사는 “만약 수질 개선 업무를 책임진 공직자가 물그릇론의 허구를 알고도 보와 준설 사업을 뒷받침해 결과적으로 수질 악화를 초래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방해나 직권남용, 배임 등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사업에 적극 참여한 고위 공직자, 전문가 등 58명을 지난해 10월 검찰에 고발했다.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교평리 송학천 하구와 남한강 합류 지점에 조성된 생태공원의 모습.

생태 망친 생태공원 '총체적 부실'

4대강 사업은 생태 복원을 핵심 목표의 하나로 내걸었다. 생태하천 복원과 생태공원 등 수변생태벨트 조성에 3조원이 투입됐다.

국무총리실 소속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4대강의 생태하천과 생태공원을 조사평가해 “생태계 복원을 고려하지 않고 조성된 것으로 판단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태를 내건 핵심 사업들에 생태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은 “강 살리기는 4대강 사업의 거짓 명분일 뿐”이라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조사평가위 분석 결과, 4대강 사업을 통해 4대강에서 제거된 모래톱과 하중도는 각각 416.72㏊와 242.16㏊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천 주변 생물들을 위한 핵심 생태 공간인 모래톱과 하중도를 물속에 처박은 뒤, 4대강 본류 주변에 생태공원 232곳을 조성했다.

조사평가위가 조사해보니 이 생태공원에 새로 심어진 식물 식재량의 43%는 하천습지 생태계에 어울리지 않는 육상 식물이나 조경 식물이었다. 종수로 따지면 87%나 됐다. 평상시 수위보다 7~8m나 높아 습지로 전혀 기능할 수 없는 인공습지까지 생태공원에 버젓이 조성해 놓은 곳도 있었다.

조사평가위 보고서는 “생태적 특성과 기능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동일한 형태의 공원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신랄한 평가를 내렸다.

4대강 사업으로 서식 환경이 변화된 데 따른 생물 다양성 감소 현상도 이미 일부 확인됐다. 어류 조사 결과, 4대강 전 지역에서 고인 물에 사는 정수성 어종의 개체수는 크게 증가했지만 흐르는 물에 사는 유수성 어종은 대부분 개체수가 감소했다. 어류 군집이 단순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강에서는 한강납줄개·갈겨니·종개가, 낙동강에서는 뱀장어·가시납지리·버들매치·농어가 자취를 감췄다. 금강에서는 각시붕어·국수뱅어·눈동자개·도화뱅어·떡납줄갱이·흰수마자가, 영산강에선 점줄종개·동사리·중고기·가시납지리·각시붕어·납지리·버들매치·줄몰개·참중고기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대부분 유수성 어종이거나 서식처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은 종들이다.

조사평가위는 이런 평가를 토대로 본류와 본류 인근 지천에서 진행되고 있는 정부 부처의 다양한 친수공간 이용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모든 생태공원들을 평가해 필요하면 ‘생태 복원’까지 하라고 권고했다.

조사평가위의 조사 결과 발표 뒤 위원회가 제안한 과제들에 대해 주관부처를 지정해 후속조처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후속조처가 어디까지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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