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4년 12월 23일 05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23일 05시 00분 KST

철도노조 파업, '업무방해죄' 아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서부지법이 1년여 전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가 벌인 파업을 업무방해죄로 보지 않은 핵심 근거는 코레일이 이 파업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노조의 파업 목적이 정당하지 않더라도 회사가 미리 알고 대비할 수 있었다면 막대한 손해를 입었더라도 노조 쪽을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법원은 파업이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는 데 필요한 두 가지 필수조건, 곧 파업의 목적성과 전격성 가운데 목적성 부분은 불법이라고 봤다. 철도노조는 코레일 이사회가 수서발 케이티엑스(KTX)를 전담하는 회사를 따로 세우려고 출자를 결정하던 지난해 12월9일 파업에 들어갔는데, 법원은 “출자 여부는 철도공사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것”이어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목적이 정당하지 않더라도 노조가 사용자한테 파업 여부를 사전에 충분히 알리고 노동위원회 중재 등 법적인 절차를 모두 거침으로써 사용자가 파업의 시기와 방법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2011년 대법원 판결을 따랐다. 예측이 가능해 ‘전격성’이 없는 파업은 무죄라는 것이다. 업무방해죄에서 목적이나 절차의 불법성을 중요하게 따지는 검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여러 이유를 들어 철도노조 파업에 ‘전격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철도노조 파업이 오로지 정부 정책에 반대하려는 정치파업이라는 검찰 주장을 부정한 대목이 눈에 띈다. 법원은 수서발 케이티엑스 법인 설립을 위한 이사회 출자 결의가 “철도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며 노조가 파업을 하리란 사실을 코레일이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봤다.

노동자 쪽 소송을 대리한 권두섭 변호사는 “기존 철도를 민영화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 철도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무관하다는 철도공사와 정부의 주장이 비상식적이라는 사실을 재판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철도가 노조법상 파업 때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인력은 필수유지업무 인력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 필수공익사업장이라는 점도 코레일 쪽이 파업을 예측할 수 있었던 근거로 삼았다. 노조가 파업에 앞서 필수유지업무의 내용을 회사 쪽과 협의하고 인원도 통보했다는 사실을 들어서다.

노동계는 이번 선고를 앞두고 마음을 졸여야 했다. 지난 8월 대법원이 2009년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한 업무방해 사건 상고심에서 “대중의 일상생활이나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필수공익사업을 영위하는 철도공사로서는 노조가 부당한 목적을 위해 파업을 실제로 강행하리라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된다”며 이미 충분히 알려지고 협의된 파업이더라도 불법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어서다. 노동계가 이 사건의 상급심 판결을 안심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날 판결로 꼭 1년 전인 2013년 12월22일 업무방해죄 위반 혐의로 수배중인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를 검거하겠다고 서울 정동 민주노총 사무실에 난입해 노-정 관계를 얼어붙게 만든 정부는 할 말을 잃게 됐다. 파업 뒤 코레일 쪽이 몰아붙인 초강경 조처들과 관련한 사법·행정적 판단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회사가 같은 혐의로 김 위원장 등 4명과 함께 고소한 철도노조 간부와 조합원 172명에 대한 1심 판결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주범’으로 지목된 지도부에 무죄 판결이 났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파업을 이유로 파면·해임당한 이들에게도 주목한다. 99명 가운데 73명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중앙노동위원회가 다음달께 재심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 판결이 “목적이나 절차의 불법성과 관계없이 미리 알리기만 하면 모든 파업이 전면 허용된다는 논리로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광고] 스톤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