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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8일 13시 33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6월 01일 16시 26분 KST

[인터뷰] '발로 쓴 족첩(足帖)':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세상 모든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고재열 시사in 기자)

"천둥벌거숭이 같은 시민운동가"(안수찬 한겨레 기자)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 중 일부다. 그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문 사회면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사람 중에 하나다.

안 처장은 1999년 참여연대 상근자가 된 후 줄곧 민생 문제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광우병 촛불집회, 반값등록금, 남양유업 갑을문제, 기업형슈퍼마켓(SSM) 반대, 통신비 원가 공개 등이 그가 주도했던 이슈다.

최근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고 전방위로 뛰어다니고 있다. 참여연대 처장으로서 하는 것이지만, 그가 고발한 이들에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이석채 전 KT 회장(배임 혐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수뢰후 부정처사 혐의) 등이 있다.

그는 ‘시민사회단체 마당발’로도 유명하다. 종로경찰서를 출입했던 한 기자는 “안 처장은 시민단체의 ‘콘트롤 타워’와 언론가교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며 “안진걸을 통하면 시민사회가 다 통한다. 환경, 남북, 경제, 어떤 분야든 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관련된 일이 있을 때 사회부 기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또 다른 기자는 그를 ‘사회부 기자들의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가 2년여 동안 인터넷 언론사와 희망제작소에 갔다가, 2007년 참여연대에 돌아왔을 때 한겨레21는 “그가 다시 참여연대로 돌아왔다”는 소개 기사를 내기도 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으로 기자회견 중 연행돼 구속 기소됐을 때는 고재열 기자 등이 그의 구속을 항의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시민단체 상근자의 구속에 언론인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나서는 건 드문 일이다.

안 처장은 활동력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참여연대 업무 외에도 그는 ①주중 아침 YTN라디오(코너명: 대한민국을 고발한다), ②수요일 저녁 TBS라디오(소비자는 봉이 아닙니다), ③토요일 아침 CBS라디오(안진걸의 레미제라블)에 출연해 민생 이슈를 이야기한다. 목요일에는 국민TV 라디오(안진걸의 을(乙)아차차)도 직접 진행한다.

최근 참여연대는 안 처장의 수첩을 찍은 사진을 회원모집 홍보물에 넣었고, 이 게시물은 SNS에서 상당히 공유가 됐다. “이건 수첩이 아닙니다. 발로 쓴 족첩입니다”라는 설명이 붙은 그의 수첩은 참여연대의 활동을 가장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정말 궁금했다. 지난 15년 동안 지치지 않고 현장을 뛰어다니는 그를 이끄는 힘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그래서 지난 17일 오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에서 그를 만나봤다.

안진걸 처장이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 고발과 관련해 기자와 통화 중이다.

- 협동사무처장이 하는 역할이 궁금합니다.

“참여연대엔 15개 활동 기구가 있어서 사무처장(이태호)이 모두 총괄할 수가 없어요. 여러 협동사무처장이 있는데 저는 사회, 복지, 노동, 민생, 경제 분야를 지원하고 있어요. 사회복지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민생희망본부, 조세재정개혁센터, 경제금융센터 등이죠.”

- 여러 분야, 그리고 여러 단체가 있는데 참여연대에 들어간 이유는 무엇인가요?

“IMF가 터지고 1998년 대규모 실업과 노숙, 자살… 그렇게 수많은 가정이 파탄 나는 걸 봤어요. 그때 ‘정부라는 게 국민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나라를 말아먹을 수도 있구나’라고 깨달았고요. ‘이 사회는 하나도 안전한 게 없네’라고 생각했고, 그럼 민중을 위한 사회복지활동을 해야겠다고 한 거죠.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에서도 일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여건이 보장되지 않았어요. 집도 너무 가난했고요. 아버지는 광부를 하시다가 화순 탄광이 기울어지니깐 장사도 하시고, 경비도 하셨죠.

졸업하면 부모님께 한 달에 20만원씩 드리기로 약속한 게 있었죠. 고민을 하다가 월 25만원씩 주는 참여연대로 갔어요. 당시 부모님께는 100만원씩 받는다고 하고, 5만원으로 몇 달을 살았죠. 살 수 있더라고요.(웃음)

그 약속만큼은 반드시 지키고 싶었어요. 미시적으로 볼 수 있지만 저에겐 굉장히 큰 약속이었거든요. 전국연합에 가지 않더라도 우호적인 시민단체에서 민주주의와 민중생존권에 기여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립, 충돌하는 건 아니니깐요.

실제로 진보연대, 참여연대는 함께 반값등록금, 친환경 무상급식, SSM 이슈에서 당사자들과 함께 투쟁했고요. 저는 지금도 진보연대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 다루는 이슈가 너무 많은데요. 그래서 ‘21세기 홍길동’이라는 얘기도 나오고요.

“제가 지원하는 5개 활동기구가 복지, 경제, 노동, 조세인데요. 이게 다 연동이 되어 있어요. 일자리는 줄어들고 들어갈 돈은 너무 많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교육, 주거, 의료 비용을 줄여야 해요. 어렵게 번 돈이 어이 없게 빠지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교육복지, 무상급식해야 하고, 통신료 인하도 필요한 거죠. 무상의료하면 정말 좋고요.

또 국민의 35%는 자영업자인데, 재벌 대기업이 동네슈퍼, 떡집, 공구점, 문구점까지 다 진출했어요. 자영업자가 망하면 동네경제가 무너지는 거죠. 이게 남의 문제가 아니에요.

여러 이슈가 많지만, 모두 사회 경제적으로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민초를 중심으로 하거나, 대안을 다루는 정책이 연동되어 있기 때문이죠. 이게 다 경제민주화 복지국가인 거에요.”

- 이슈가 모두 다른데 어떻게 공부하나요?

“틈틈이 공부하지만 저도 혼자서는 못하죠. 5개 활동기구가 지식을 제공해주는데요. 김남근 변호사(집행위원장), 김남희 변호사(복지노동팀장) 이런 분들이 도와주시고요.”

- 활동범위가 넓고, 활동양도 너무 많은 것 아닌가요?

“너무 많이 하면 후배들이 부담스럽다고 하죠. 그런데 이 모순이 가득한 상황에선 집중과 ‘멀티(플레이)’를 다 같이 해야 합니다. 반값등록금 투쟁하면서, 재벌 대형마트 이슈도 해야 하고요.

지금도 참여연대는 조현아 사건에 집중하지만 용산 화상경마장 문제도 다루고 있어요. 진보에는 우선 순위가 없어요. 아니, 억울한 거에는 우선 순위가 없어요. 조 전 부사장에게 당한 사무장도 억울하지만, 용산 경마장에 당하는 사람들도 억울해요.”

- 하루에 몇 시간이나 자나요?

“평균 4~5시간 자는 것 같아요. 새벽 3시에도 자고 그러는데 6~7시에는 일어나요. 언론에 보내는 아침 보도자료가 누락되지 않아야 하거든요. 그래도 일주일에 두 번은 애기를 보러 일찍 들어가고요.”

-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데 지치지는 않나요?

“일단은 재밌게 살자, 낙관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원래 그런 스타일이고요. 또 가급적이면 지자고 마음먹고요. 동료들과 논쟁에서도 본질적인 게 아니라면 그런 삶의 태도를 가지려고 해요.

당연히 지칠 때도 있고요. 하지만 억울한 사람이 너무 많아요. 그런 사람들 생각하다 보면 지치다가도 힘이 나요. 도움은 못 될 망정 실망을 끼쳐서는 안되겠다. 술 먹고 있다가도 그런 분들에게 전화가 와요. ‘에이~’하면서 받지만, 그러다 보면 힘이 나죠.”

- 중앙대 법대 학생회장도 하셨죠.

“둘째 형이 학생운동하다가 구속된 적이 있어요. 집도 가난한데 부모님이 너무 힘들어 하셨죠. 그래서 저한테는 절대 데모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초기엔 적극적으로 하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4·19 노래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편이긴 했어요. 그런데 91년 4월26일 강경대 열사가 백골단 쇠파이프에 맞아서 숨졌어요.

전국 대학이 동맹휴업했고,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뛰어들었어요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죠. 너무 슬픈 일이었으니깐요. 2, 3학년 때 법대 학생회 간부, 4학년 때 법대 학생회장, 5학년 때 총학생회 정책위원장을 했고요.”

안진걸 처장은 매일 시민사회단체 관련 일정을 기자, 활동가, 정치인에게 문자로 보낸다.

- 신조를 묻는 질문에 "제가 가진 이론이라고는 휴머니즘밖에 없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바로 그거에요. 휴머니즘. 전남 화순이라는 시골이 중요해요. (어릴 적)서울 명동 땅값이 가장 비싸고, 화순이 가장 싼 지역이었죠.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탄광이 있었고, 주변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다들 열심히 일하는데 왜 이리 가난할까라는 문제의식이 계속 있었어요. 지금도 모토는 ‘억울한 일 없는 사회를 만들자’입니다. 최소한 사회적으로 억울한 일은 없어야 합니다.

열심히 했는데 정작 외교부 장관 딸이, 주요 정치인 딸이 특채된다거나, 중소기업 하는데 재벌 대기업에 당하는 일은 없어야죠. 예전엔 사회주의와 사회민주주의 같은 걸 고민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요. 휴머니즘으로 모두 설명이 돼요. ‘이윤보다 사람을’, ‘신자유주의 반대’도 모두 ‘인간 중심의 경제체제, 문화’를 말하는 거에요.”

- 아직 하지 못했지만 하고 싶은 운동이 있나요?

“남북 화해, 우리민족 서로 돕기 이런 일을 하고 싶어요. 특히 이산가족들이 빨리 만나서 평생의 원한을 풀기를 바라고요. 저는 민생과 사회경제를 주로 하지만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와 진보연대, 통일맞이에 월 5천~1만원씩 후원하면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어요. 남북간의 화해와 동반 발전이 남북 민중의 삶에도 연동이 되어있어요.”

- 후원하는 단체가 40개가 된다는데 들었습니다.

“최근 술 먹고 더 해버려서 45개는 되는 것 같아요. 민언련, 녹색연합, 민족문제연구소, 문화연대, 참교육학부모회, 경실련 등. 한 달에 만원 정도 회비를 내는데, 다른 거 아끼면 가능해요. 강연비 20만원 받는 걸 다른 단체에 낸다고 생각하면 되죠. 제가 다른 사람들이 도움 받아서 강연하는 거잖아요. 이분들에게 배우고 함께 성장했으니, 어떻게든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 조 전 부사장을 고발했는데요. 조현아 사건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 아닌가요?

“조현아 사건이 크게 부각되니깐 일각에선 정윤회 사건을 덮기 위해서 그런 거라는 지적도 있고, 워낙 박근혜 권력이 음습하고 불투명하니깐 그런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조현아 건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요. 조현아 건이 대한민국의 자본주의의 거의 모든 모순을 동시에 보여줘요.

돈과 권력이 있으면 노동자나 시민에게 멋대로 대해도 된다는 건데...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멋대로 폭력을 행사하고, 승객의 안전은 또 그리고 그분들이 늦어지는 건 문제도 안된다는 듯이 멋대로 비행기를 멈추고 뒤로 돌리지 않았습니까.

돈과 권력을 장악한 자들이 한국 사회에서 일반 시민과 해당 노동자들에 대한 엄청난 폭력과 슈퍼 갑질이 응착대어 나타난 사건이기 때문에 국민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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