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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0일 12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10일 12시 47분 KST

빚내라던 정부, 이제와서 대출 억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빠르게 늘어난 가계대출 중 상당수는 주택담보대출이다. 8월부터 10월까지 모두 15조원 가까이 늘었다.

지난 여름,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하면서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빚을 더 낼 수 있게 해줄 테니 집을 사라’는 것.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통해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먹히지 않는’ 정책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목표대로 되지 않은 것만 문제인 게 아니라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빚은 빚대로 늘었지만 집은 안 산다

대출을 더 쉽게,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덕분에 자연스레 대출규모는 늘었다. 그것도 아주 아주 빠르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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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대출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은 빚을 내서 집을 샀을까?

다음은 지난 1일 열린 ‘주택금융규제 완화, 그 효과는?’ 컨퍼런스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한 연합뉴스 기사의 일부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규제완화 이후 기존 부채의 구조 개선이나 주택 구입보다는 기존 주택을 담보로 더 많은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 등을 빌린 추가 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이 확대됐다"며 "추가 대출 중 자영업자 비중도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12월1일)

지난달 한국은행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진짜로 집을 사려는 목적으로 받은 대출은 절반이 채 안 됐다. 나머지는 기존에 있던 빚을 갚거나 생계자금·사업자금 등의 용도로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는? 빚은 빚대로 늘어났지만, 부동산 시장에는 ‘반짝 효과’가 나타났을 뿐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최근 커버스토리로 전한 ‘신기루로 사라져간 정부 대책’을 살펴보자.

올해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듯하다가 다시 꺾이면서 실망감은 한층 더 커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앞으로 부동산 시장이 영영 살아나지 못할 것이란 비관론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나 홀로 창창할 것만 같았던 부동산 시장이 3개월도 채 안 돼 얼어붙은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최근 일련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들이 국내외 경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단절된 정책’이었다는 데 입을 모은다. (매경이코노미 제1784호 12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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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가계대출 경고

반면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져만 간다.

대형은행의 한 여신 부행장은 "가계대출이 과도하게 늘어나는 부분이 경기가 좋아진 효과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로 보인다"며 "예전에는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상쇄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B은행의 여신 부행장 또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이 모두 생계형으로 전용되는 부분이 위험해 보인다"며 "내년에 시장이 급랭하고 경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 12월8일)

자연히 가계들의 대출 상환 부담도 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은 21.5%로 지난해(19.1%)보다 2%포인트 이상 올랐다. (한국일보 12월9일)

가계의 재무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잠정)은 137%로 집계됐다. 지난해(135%)보다 2%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128%, 2011년 131%, 2012년 133%로 꾸준히 상승해 왔다. 이 비율은 가계가 1년간 쓸 수 있는 소득으로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비율이 해마다 상승하는 것은 가계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민일보 12월9일)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결국 ‘빚으로 버티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임금 생활자가 대부분인 가계는 임금이 회복되지 않자, 부채를 늘리면서 버티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가계부채(가계신용 기준)는 1021조4000억원으로 2007년 665조4000억원에 견줘 53.5%나 더 늘어났다. 올해 들어선 가계부채 증가율이 다소 둔화된 모습을 보였으나,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 정책에 따라 8월부터 월평균 6조원가량 급증세를 다시 보이고 있다. 가계가 미래 소득(부채)을 끌어와 부족한 현재 소득을 메우는 모습이다. (한겨레 12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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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대출규제 강화 ‘뒷북’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가 ‘미세조정’을 통해 대출규제를 다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빚을 내라고 부추길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다시 대출을 억제하겠다는 것.

88일 금융감독원 핵심 관계자는 “최근 2~3개월 동안 가계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것이 일시적 현상인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를 지켜볼 예정”이라며 “계속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별도의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략) 금감원은 은행 여신담당자들과 함께 이와 관련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으며, 특히 대출규제의 미세조정 등을 통해 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12월8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야기하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문제는 ‘왜 이제와서 호들갑이냐’는 것.

그렇게 위험성을 뭉개가면서 가계부채를 키워놓고 다시 가계대출 억제책을 검토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임계점을 넘어설 때까지도 위험성을 애써 무시하더니 뒤늦게 “큰일 났다”고 호들갑 떠는 꼴이다. (세계일보 12월8일)

정부가 주택대출 규제를 완화를 추진하던 때로 돌아가보자. 그때도 이미 ‘가계 빚만 늘릴 것’이라는 경고가 적지 않았다.

금융권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를 초과하는 대출잔액이 3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당수는 그 동안 LTV 85%까지 허용됐던 상호금융에 남아있는 잔액. 정부가 LTV 규제를 금융권역과 관계없이 70%로 일원화하기로 한 만큼 대출 만기 시에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일보 7월25일)

김 의원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가계부채가 964조에서 1025조로 약 61조 가량 늘어난 상황에서 LTV/DTI 완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고 가계부채가 악화된다면 그 결과는 전적으로 박근혜정부의 책임"이라며 "이런 점에서도 가계부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LTV/DTI 완화 정책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머니투데이 7월24일)

이런 상황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밝힌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방침은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와 가계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엘티브이와 디티아이 규제를 완화할 경우 영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자금을 추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마련할 유인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겨레 6월19일)

가계부채 시한폭탄, ‘미세조정’으로 막을 수 있을까...

정부가 대출을 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도 ‘살짝만 손보겠다’는 뜻을 강조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KDI는 내년 경제 정책에 DTI 산정 방식 등 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의 현재 소득뿐 아니라 미래의 소득 흐름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DTI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LTV를 70%로 단일화한 것은 적정한 수준이지만, DTI의 60% 비율은 조금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밖에 비거치식·분할상환 방식을 확대하고 자산 유동화 시장을 활성화해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12월10일)

입법조사처는 "대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서민금융정책의 목표가 돼선 안 된다"며 "LTV·DTI 규제와 이자율 수준을 정상화해 가계부채의 적정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12월10일)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어려운 경기 탓에 기준금리를 더 낮춰야 하지만 가계부채가 걸림돌로 작용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며 “당국이 미세조정에 만족하지 말고 개인회생절차나 파산절차를 보다 쉽게 하는 적극적 정책을 펼쳐 빚을 못 갚는 이들이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12월9일)

경고음, 빨간 불, 시한폭탄.... 가계대출이 1000조원을 훌쩍 넘어버린 시대, 우리는 정부를 믿어도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