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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9일 04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09일 08시 30분 KST

만기친람에 소통 부족..."박원순 시장이 달라졌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압도적인 표차로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부터 조금씩 제기되던 ‘박원순 리더십’에 대한 우려는 최근 서울시 산하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의 막말 파문과 인권헌장 제정 무산 과정을 거치면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서울시 내부에서조차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과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터져나오는 불만

최근 박 시장의 리더십에 대한 거센 비판은 인권헌장 제정 무산 과정에서 비롯됐다. 시민들로 구성된 ‘서울시민 인권헌장 제정 시민위원회’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인권헌장에 담았지만, 서울시가 “(이들의 결정이) 합의에 실패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인권헌장을 선포하지 않은 탓이다.

지난 1일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임원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박 시장의 발언은 진보 쪽 인사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성소수자 단체들이 지난 6일부터 서울시청에서 농성을 하고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박 시장이 한때 몸담았던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는 등 박 시장을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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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쪽 인사들은 “박 시장이 견지하고 있다고 여겼던 ‘원칙의 리더십’과 ‘절차의 리더십’이 기대했던 것과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인권 변호사’로서 정체성을 내세워 왔지만, 결국 여느 정치인과 마찬가지로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은 “다른 사람도 아닌 박 시장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실망과 분노가 분출되고 있는 것 같다. 박 시장의 가장 빛나는 성과가 바로 ‘시민 참여 시정’인데, 이런 경쟁력을 스스로 깨뜨리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은 서울역 고가도로를 공중공원으로 바꾸겠다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서울역 고가도로 공중공원화 사업은 시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생략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페이스북의 ‘서울역 고가 공원화 계획 자유토론 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은 “박 시장이 이상해졌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이 소통과 공감이었다면, 이 프로젝트는 분명 내가 알던 박 시장의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향 박현정 대표의 막말 파문도 ‘박원순식 인사 리더십’의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게 서울시 안팎의 분석이다.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음악과는 무관한 삼성 출신 경영인을 발탁해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졌고, 이후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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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단체 회원들이 지난 6일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규탄 농성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 시장, 왜 이러나

전문가들은 박 시장의 변화가 ‘2기 시정’이 시작될 때부터 나타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선거에서 압승했고,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서면서 자신감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좌우를 넘나드는 넓은 판을 짜며 지지층도 확대하려 하는데, 이를 운영할 시스템은 없고 ‘만기친람’ 식으로 본인이 전부 하겠다고 나서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내부 평가도 비슷하다. 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 시장의 만기친람이 심각한 수준이다. 모두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다른 관계자는 “박 시장의 스타일상 모든 것을 스스로 하려 하는데, 정무 쪽 담당자들도 무게중심이 여러 곳에 분산돼 있다 보니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참모들이 제대로 된 조언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지지층 확대에 나서는 상황에서 박 시장의 만기친람형 업무 스타일이 엉키며 난조에 빠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권헌장 문제와 관련해 박 시장은 여전히 출구전략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8일 오전 성소수자 단체의 시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안준호 서울시 대변인은 “교회 목사님 등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쪽에서도 (시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희 소장은 “양쪽을 어정쩡하게 절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인권헌장 on The Huff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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