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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5일 14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05일 14시 47분 KST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눈물은 마를 날이 없다

친족 성폭력 신고가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성폭력이 ‘피해자 잘못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늘고 있는 덕이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신고했을 때 ‘가족 해체’ 우려에 더해 수사·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가 잦아 여전히 신고를 꺼리거나 이중고를 겪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대검찰청이 내놓은 ‘친족 성폭력 사범 접수 및 처리 현황’을 보면, 2003년 184건이던 신고 건수가 지난해 502건으로 10년 새 2.6배 증가했다. 올해도 10월까지 이미 479건이 접수돼 연말까지는 지난해보다 더 많아질 전망이다.

김유림(가명·25)씨는 7살 때부터 14년간 아버지한테 성폭력을 당했다. 김씨가 2010년 이를 알린 뒤 겪은 가장 큰 고통은 어머니와 두 동생이 아버지 편을 들며 외면한 일이다. “스물한살 때 엄마한테 사실을 처음 털어놨더니 ‘네가 유혹하지 않았냐’고 되물었어요. 동생들은 ‘언니가 무섭다’고 하더군요.” 아버지한테 유죄가 선고되자 가족들이 연락을 끊었다. 김씨는 “지금은 엄마와 가끔 전화 통화는 하지만, 가족마저 저를 지지해주지 않는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 사례처럼 피해자가 친족 성폭력을 공개하려 할 때 가족이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풍경은 낯설지 않다. 문숙영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열림터 원장은 “피해자를 지지해주지 않는 가족이 절반가량 된다. 특히 가해자가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일 경우 생계 곤란을 우려해 고소를 취하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신고해 수사·재판을 받더라도 피해자들은 ‘2차 피해’와 ‘입증 책임’이라는 또다른 벽에 가로막히기 일쑤다. ‘친족 성폭력 생존자 인터뷰집’ <우리들의 삶은 동사다>(이매진 펴냄)를 엮은 김지현 전 한국성폭력상담소 열림터 활동가는 “피해자들은 가해자인 아버지한테 어쩔 수 없이 ‘사랑한다’ 따위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경우가 있는데 재판에선 이를 아버지와 연애한 것으로 취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성폭력 사실을 신고한 이수아(가명·21)씨는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몇 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일어난 일인데 성폭력을 당한 날짜를 구체적으로 기억해 보라고 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털어놨다. 피해자들이 정신적 충격으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수사기관에선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며 증거로 인정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한다. 이씨는 “재판은 받아보지도 못하고 가족과 친척 사이에서 저만 ‘이상한 아이’가 됐다”고 말했다. 친족 성폭력 사건 기소율이 2003년 74.3%에서 2013년 61.6%로 10년 새 12%포인트가량 낮아진 데는 신고 건수 증가뿐만 아니라 이처럼 친족 성폭력의 특수성에 대한 수사기관의 인식 부족이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련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가해자가 보호자이면 분노와 함께 연민·미안함이라는 양가 감정을 가진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재판에서 피해자가 가해자한테 ‘미안하다’고 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난 적도 있다”며 “판검사를 상대로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