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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05일 05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2월 05일 09시 01분 KST

뉴욕 인종차별 항의시위 대규모로 확산 조짐

흑인 에릭 가너를 체포하려다가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게 뉴욕시 대배심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촉발된 맨해튼 도심 시위가 이틀째인 4일(현지시간) 대규모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뉴욕 경찰의 수사 관행을 개선하겠다며 격앙된 민심을 가라앉히는 데 주력했다.

"WE CAN'T BREATHE" ⓒAP

에릭 홀더 법무장관도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경찰의 최근 몇 년간 '지나친 무력사용'을 지적하는 발표를 했다. 또 다른 사건을 통해 경찰력의 남용을 인정함으로써 악화된 여론을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흑인 인권 운동가들은 이달 13일 워싱턴DC에서 '경찰 폭력에 항의하는 국민행진'을 갖겠다고 공언하는 등 '퍼거슨 사태'로 불붙은 미국의 인종갈등은 갈수록 악화되는 양상이다.

◇ 뉴욕 또 '일촉즉발' 긴장 고조…전날 83명 연행

뉴욕 대배심의 결정에 분노해 3일 오후 맨해튼의 거리로 나섰던 시위대는 4일 오전 시위를 부분 재개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일부 시위대는 이날 아침부터 브루클린 다리 위와 타임스퀘어에서 거리 행진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보다 더 많은 시위가 계획돼 있다고 전했다.

4일, 시위대가 미국 뉴욕 브루클린 다리 위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AP

뉴욕 경찰은 이날 오전까지 83명을 연행했으며, 폭력이나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타임스퀘어, 콜럼버스 서클, 록펠러센터 등 맨해튼 번화가의 10여 곳에서 전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가너가 죽어가며 남긴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을 구호로 외쳤다.

시위대 1천여명은 자정께 맨해튼 남부 브루클린 다리의 도로를 점거, 경찰과 대치하다가 4일 새벽 1시께 해산했다.

◇ 뉴욕시 경찰 대책 발표…보디캠 프로그램 가동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날 뉴욕시 경찰관을 재교육(retraining) 시키는 대책을 발표했다.

더블라지오 시장은 "근본적인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며 "우리의 치안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종합대책의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뉴욕 경찰관이 주기적으로 받는 총기사용 재교육에 맞춰져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윌리엄 브래턴 뉴욕경찰청장은 2만2천명의 경찰인력이 3일간의 재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는 이번 주와 다음 주 6개 경찰서 소속 경찰관 54명의 유니폼에 담뱃갑 절반 크기의 카메라(보디캠)를 부착, 현장 상황을 녹화하기로 했다.

6개 경찰서는 뉴욕 시내 경찰서 중 불심검문을 가장 많이 한 곳으로, 소수 인종을 집중적으로 검문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곳이다.

◇ 오바마 "누군가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하면 문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뉴욕 대배심의 결정에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시위 확산에 대해서는 "인종과 지역, 신념을 넘어서는 미국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나라의 누군가가 법에 따라 공정하게 대접받지 못한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문제로, 그것을 해결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내 의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날 클리블랜드 경찰에 대해 지난해 3월부터 실시해온 조사 결과를 발표, 지난 몇 년간 지나친 무력 사용이 만연해 있었다고 밝혔다.

클리블랜드 경찰은 지난달 22일 장난감 총기를 든 12세 소년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하면서 미국인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홀더 법무장관은 특별 기자회견에서 "지역 사회가 경찰을 신뢰하려면 (경찰 업무의) 투명성과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논란 가열…경찰노조, 백인 경찰관 옹호

흑인 인권운동가들은 이달 13일 워싱턴DC에서 경찰의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흑인 인권운동가 20여명은 이날 알 샤프턴 목사가 이끄는 단체에서 모임을 갖고 대배심의 결정을 강도높게 비판하면서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퍼거슨 사태'와 '에릭 가너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뉴욕 순찰경찰관노조는 가너를 목조르기로 제압한 백인 경찰관 대니얼 판탈레오의 대응은 적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패트릭 린치 노조위원장은 "그는 경찰관에게 기대되는대로 (행동)한 모델"이라고 감쌌다.

판탈레오는 전날 가너를 해칠 의도가 없었다고 말했으나, 가너의 부인인 이같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소 가너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과나 후회는 나의 남편이 '숨을 수 없다'고 소리쳤을 때 해야 했다"고 말했으며, 대배심의 결정에 대해서도 "공정하지 않다. 어떻게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느냐"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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