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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25일 07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25일 10시 17분 KST

미국 퍼거슨 흑인 사살 백인 경관 불기소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으로 무참히 사살한 백인 경관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결정이 나오자 퍼거슨 시에서는 분노한 군중이 경찰차를 공격하고 상점을 약탈하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로버트 매컬러크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검사는 미국 중부시간 24일 오후 8시 20분(한국시간 25일 오전 11시 20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8월 9일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 시에서 마이클 브라운(당시 18세)을 총으로 쏴 죽인 대런 윌슨(28) 경관에 대해 기소할 만한 '상당한 근거가 없다'며 대배심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백인 9명, 흑인 3명 등 12명(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이뤄진 대배심에서 기소 찬성 의견을 밝힌 이가 기준인 9명을 넘지 못했다는 뜻이다.

판결을 앞둔 24일 저녁,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 모인 시민들이 두 손을 드는 제스처를 취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AP

브라운의 유족은 즉각 "크게 실망했다"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지난 8월 진상 조사에 착수한 대배심은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 목격자 증언과 부검의 소견, 사건 현장을 찍은 사진 등 여러 자료를 자세히 살피고 윌슨 경관의 기소 여부를 심의해왔다.

브라운의 유족 측과 석 달째 퍼거슨 시를 점거한 시위대는 인종 차별에 근거한 윌슨 경관이 무고한 시민을 사살했다며 기소만이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라고 주장해왔다.

이에 반해 경찰은 브라운과 윌슨 경관이 순찰차에서 몸싸움을 벌였다며 윌슨 경관의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대배심은 경찰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CNN 등 미국 언론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대배심의 결정을 대독한 매컬러크 검사는 브라운이 윌슨 경관에게 물병을 던져 승강이를 유발했다며 이후 사건 개요와 증거를 볼 때 윌슨 경관에게 죄를 물을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브라운이 양손을 머리 위로 든 상태에서 최소 6발 이상을 맞고 사망했음에도 대배심이 불기소 결정을 내림에 따라 시위대의 저항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이 내려진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군중들에 침착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부 미국인들이 이번 결정에 크게 실망하고 심지어 분노하는 것을 이해하지만 "미국은 법의 지배 위에 세워진 국가인 만큼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브라운의 부모가 평화적인 시위를 촉구한 점을 상기시키며 "병을 던지고 자동차 창문을 부수며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이번 일을 재산 약탈의 구실로 이용하는 것으로는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도 대배심 결정 공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와 경찰 모두 대배심의 결정 공개 이후 양측을 존중해달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퍼거슨 시에서는 불기소 결정에 분노한 일부 시위대가 경찰차의 창문을 부수고 돌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방화로 보이는 불길이 치솟는 장면과 일부 군중이 상점을 약탈하는 모습 등도 목격됐다.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경찰은 퍼거슨 경찰서 부근에 모여든 군중을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퍼거슨 일대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닉슨 주지사는 소요 사태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 방위군이 주요 건물을 방어할 것이라고 밝혔다.

퍼거슨 시 교육청 역시 만일의 불상사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25일 관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한편 미국 언론은 사건 직후 근신하던 윌슨이 지난달 24일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동료 경찰과 결혼했다고 전했다. 6년차 경관인 윌슨은 현재 사직 문제를 퍼거슨 경찰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 사태 일지

▲ 8월 9일 = 브라운, 친구인 도리언 존슨과 미주리주 소도시 퍼거슨의 편의점에 들렀다가 귀가하던 중 집 앞에서 윌슨 경관과 몸싸움. 윌슨의 총에 최소 6발 이상 맞고 그 자리에서 절명. 경찰, 브라운 시신 4시간 동안 길거리에 방치.

▲ 8월 10일 = 브라운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 퍼거슨에 집결. 시위대 중 일부 방화, 상점 약탈.

▲ 8월 11일 = 미국 연방수사국(FBI) 사건 수사 개시. 목격자 2명, 언론에 브라운이 양손을 들고 경관에 다가갔다고 증언. 경찰, 시위대 해산 위해 최루가스, 고무 탄환 발포.

▲ 8월 15일 = 퍼거슨 경찰, 윌슨 경관 이름 발표. 브라운이 편의점에서 50달러 상당의 시가를 훔쳐나오는 폐쇄회로(CC)TV 화면을 공개해 그를 도둑으로 몬 경찰 처사에 시위대 격분해 소요사태 격화.

▲ 8월 16일 =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 퍼거슨 일대 비상사태 및 야간 통행금지 선포.

▲ 8월 17일 =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 연방 정부 차원 부검 지시.

▲ 8월 18일 = 닉슨 주지사, 질서 회복 위해 주 방위군 동원. 야간 통행금지 해제. 브라운 유족, 사적으로 시행한 부검 결과 발표.

▲ 8월 20일 = 홀더 장관, 퍼거슨 방문해 철저한 수사 약속.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 진상 조사 착수.

▲ 8월 21일 = 닉슨 주지사, 주 방위군 철수 명령.

▲ 8월 25일 = 브라운 장례식 엄수.

▲ 9월 3일 = 닉슨 주지사, 비상사태 해제.

▲ 11월 17일 = 닉슨 주지사, 대배심 발표 앞두고 시민 보호 명목으로 2차 비상사태 선포 및 주 방위군 동원 승인.

▲ 11월 21일 = 홀더 장관, 시위대와 경찰에 각각 시위·해산 기준 발표.

▲ 11월 24일 =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 윌슨 경관 불기소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