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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4일 16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14일 16시 59분 KST

[인터뷰] 이장석 넥센 대표 "꿈을 주는 야구단 만들고 싶다"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14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소감 등을 밝히고 있다.

2014년 한국시리즈는 올해로 33년째를 맞는 한국 프로야구에 일대 사건이었다.

세계적인 글로벌기업 삼성의 든든한 재정적 뒷받침을 받는 삼성 라이온즈에 맞서 모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국내 최초의 '프로야구 전문기업' 넥센 히어로즈가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비록 4승 2패의 시리즈 전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은 삼성이 차지했지만, 투자이론을 접목한 넥센의 '신개념 야구'는 '재벌 야구'가 지배하는 한국 프로야구판을 뒤흔들어놓았다.

경제력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유격수 출신의 류중일 감독을 시작으로, 이승엽 등 스타가 즐비한 삼성과 후보 선수 출신 사령탑 염경엽 감독과 서건창 등 신고 선수 출신이 포진한 넥센의 대결은 약자가 강자를 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스스로 인정하듯이 한때 '사기꾼', '프로야구의 적'으로 불리며 손가락질을 받았던 이장석(48) 서울 히어로즈 대표이사를 14일 오후 서울 목동구장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삼성의 경험을 넘지 못해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이번 한국시리즈의 경험을 소중한 성과물로 삼는다면 절반의 성공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우리 선수단과 구단이 이러한 경험을 어떻게 중요한 산물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시리즈를 마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어설픈 소리일 수 있지만 꿈을 주는 야구단을 만들고 싶다"면서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스토리를 전해줄 수 있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려면 앞으로 더 잘해야 하고 더 잘할 것"이라며 "한국 사회에 소중한 메시지가 될 수 있는 생존 스토리,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나왔고, 프랑스 유럽경영대학원(INSEAD)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연세대 졸업 후엔 보잉항공사 컨설턴트와 메릴린치 어소시에이트, 아서디리틀(ADL) 부사장 등을 지냈다.

스포츠 매니아이자 재계에서 이름난 경영 컨설턴트였던 이 대표는 2008년 1월 30일 공중분해 위기에 놓였던 현대 유니콘스를 인수해 지금의 넥센 히어로즈를 만들었다.

창단 초기엔 '선수 팔아 장사한다'는 비난을 들었지만, 지난해 포스트 시즌 진출, 올해에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뤄내면서 '야구 경영의 혁신가'로 재평가받았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2011년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머니볼'의 실제 주인공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의 이름에 빗댄 '빌리 장석'으로도 통한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한국시리즈 마친 소감은.

▲ 지금은 굉장히 평온하고요. 지금은 내년 시즌에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할지 파악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 시즌 맞을 생각에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된다.

한국시리즈에서 비록 우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이번의 경험을 앞으로 히어로즈 구단이 야구를 함에서 소중한 성과물로 삼는다면 절반의 성공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앞서 한국시리즈를 우승하지 못하면 실패라고 언급한바 있다) 우리 선수단과 구단이 이러한 경험을 어떻게 중요한 산물로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

-- 삼성 라이온즈에 패한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경험의 차이는 분명히 있었던 것 같다. 비록 우리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일부 선수가 뛰었고, 이택근은 한국시리즈와 올림픽을 경험했지만 길게는 10년 이상, 짧게는 7~8년 정도의 한국시리즈 경험을 가진 삼성과는 비교할 수 없다. 더군다나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대부분 승리했다.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1승 3패의 열세를 딛고 일어선 경험까지 있다. 그런 한국시리즈의 경험이 삼성 선수들의 침착함, 또는 냉정함으로 이어진 것 같다. 삼성이 대구에서 열린 1차전에서 패했음에도 반등한 요소는 그런 경험치, 자신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투수 엔트리를 10명만 넣은 것이나 3명의 선발, 3명의 불펜에 의지한 전략이 패배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 그런 의견에 일부 동의하지만, 선수 엔트리의 최종 권한과 결정은 염경엽 감독에게 있다. 그의 결정에 대해서는 전폭적으로 지지한다. 실질적으로 여러 명 더 가져갈 수도 있고 여러 명 더 쓸 수 있다고 외부에서 볼 수도 있겠지만, 감독께서 믿는 선수가 그 6명이었다. 플레이오프는 잘 마쳤기 때문에 삼성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승산을 보고 하신 거다. 일부 선수들, 특히 한현희와 조상우는 좀 파워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았다. 지쳤던 것 같다.

-- 2009년 인터뷰에서 2014년에는 우승에 도전할 만한 전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거의 '예언' 수준인데, 그렇게 말한 근거는 무엇이었는지.

▲ 당시는 구단이 재정적으로 많이 불안한 상태였고, 제 심리상태 역시 상당히 불안정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구단이 쓰러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희망을 보려고 했다. 2009년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2014년까지 신인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을 믿고 4~5년간 끊임없이 출전 기회를 준다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물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그 상황에서 다른 구단들은 현금 트레이드 대상으로만 우리를 바라봤다. 그걸 저는 기회로 삼았다. 너도나도 우리 구단을 만만히 보는 상황에서 박병호를 얻을 수 있었고, 그것이 성장동력이 됐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기형적인 성장동력이다. 트레이드로 전력을 키운다는 것은 흔치 않고 지속성도 없다. 이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신인 드래프트로 눈을 돌렸다. 히어로즈 구단이 지난해와 올해 거둔 신인 드래프트 성과물은 10개 구단 중에서 감히 최고라고 자평한다. 앞으로도 최고가 될 것이다. 제가 거기에 들이는 시간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선수 보는 것만큼은 자신 있다. 과거에는 트레이드를 택했다면 이제는 다를 것이다. 저는 창단 작업을 인제야 마친 것 같다. 야구 시즌으로 보면 지금이 마무리 캠프 마치고 내년 시즌을 시작하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 작업에 약 7년이 걸렸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에서 앞으로 좀 더 확실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에 승리한 넥센 염경엽 감독이 이장석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신인을 고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이나. 또 기준은 무엇인지.

▲ 제가 다른 사업 안 하고 7년 동안 야구만 했다. 제 머릿속은 가족과 제 취미 생활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구다. 일에 중심이자 전부가 야구다. 2011년부터 운영에 관여하기 시작해 작년부터는 제가 신인 선수를 다 뽑고 있다. 신인 선수들에게 관심이 많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저희 구단 레이더망에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구단 스카우트와 협심해서 특정 선수들을 섬세하게 관찰한다. 그 외에 운동장 바깥에서의 여러 가지 요소들도 면밀하게 파악한다.

행실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왕이면 프로의식을 갖출 수 있는 선수, 아마추어지만 프로 의식을 갖출 수 있는 선수들에 주목한다. 유형의 요소들인 키, 파워, 주력은 누구나 체크할 수 있지만, 무형의 가치는 주관적일 수 있지만 레벨업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성장 동력이다.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선수를 선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 '프런트 야구'가 요즘 화두다. 일부 구단은 프런트 야구가 구단을 망쳤다고 하고, 반대로 넥센 히어로즈는 프런트 야구로 성공한 대표적인 구단으로 평가받는다.

▲ 우리 구단은 태생적으로 제가 오너이면서 대표이사이기 때문에 헤게모니가 제게 있을 수밖에 없다. 태생적으로 프런트 야구라는 색채가 나오지만, 프런트 야구라는 것은, 그리고 현장 야구라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현대 야구에서는 프런트 야구로만은 안 된다. 일본도 무늬만 감독 야구이지 실제로는 프런트에서 다 해준다. 현대 야구는 총체적 야구를 해야한다. 프런트 야구도, 현장 야구도 아닌 둘이 힘을 합쳐서 소통해 합심해야 한다. 서로 각자 영역이 있고 겹쳐지는 영역이 있을 것이다. 겹쳐지는 영역에 대해서는 당연히 소통이 돼야 할 것 같은데, 적지 않은 구단이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 자기 영역을 벗어나서 간섭하고 명령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현장도 현장의 전문성이 있고, 프런트도 프런트의 전문성이 있다. 중요한 건 서로의 고유 영역이 있고, 서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서로 끊임없이 조언을 주고받으면서 더 좋은 선수 기용, 더 좋은 선수 선발, 더 좋은 육성 방법을 찾아가는 총체적인 야구를 해야한다. 어떤 구단은 프런트 야구를 접었다고 하는데 우스운 얘기다. 그걸 포기하는 순간 프런트가 아니다. 각자 야구를 하지만 구단 밑에서는 합심의 야구, 팀워크의 야구를 해야한다. 그게 선진 야구가 지향해야 할 바라고 생각한다. 믿음과 소통이 중요하다.

-- 모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재정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빚을 얻어서 하고 있다. 매년 적자다. 올해도 적자가 예상되지만 어느 순간에 가서는 재정 자립도를 이룰 것 같다. 매출은 끊임없이 올라가고 있고, 물론 비용도 올라가고 있지만, 매출이 올라가는 쪽이 더 빨라서 앞으로 2년 정도면 괜찮아지리라 생각한다. 2012년에는 재정 자립도를 이룰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때 이택근과 김병현을 영입하면서 무산됐다. 그렇지만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의 연봉이 자꾸 커지긴 하지만 그에 맞춰서 매출을 빨리 올리면 되니까 문제없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다면 2017년 정도에는 재정 자립도를 이룰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2019년에는 좋은 구단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 고척돔 이전 문제는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가.

▲ 서울시와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조금 오래 걸릴 것 같다. 고척돔이 내년 하반기에 완공되기 때문에 이전한다고 한다면 내후년 시즌이 되기 때문에 아직 시간이 있다. 원하건데 서울시가 히어로즈 구단을 바라볼 때 이익단체라고 보기보다는 서울시민에게 좋은 기운을,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키는 구단으로 봤으면 좋겠다. 서울 야구팬들에게 여가거리와 편안함을 선사하는 파트너로 인식해주기를 바란다. 상암구장에서 벌어졌던 콘서트 논란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축구장을 위해 행사를 유치한다기보다는 축구장을 통한 매출 극대화를 우선시하는 것 같았다.

어설픈 시설관리 같다. 야구장과 관련되지 않은 행사는 제한해야 한다. 고척돔 야구장을 수천억원을 들여서 지은 것은 거기에 유치하는 야구단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한 건데, 그 대명제를 제외한 것은 방해요소밖에 될 수밖에 없다. 시설 관리 공단이 아닌 프로야구단이 운영권을 갖는 게 맞다. 아울러 최대 고객이 될 수밖에 없는 넥센 히어로즈가 원하는 게 뭔지를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가 공짜로 쓰는 것이 아니다. 저희에게 맡긴다면 저희가 내는 세금이 시설 관리 공단이 얻는 이익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만약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이 작아도 허락할 것인지.

▲ 중요한 결정을 하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는다. 시뮬레이션은 게임 같은 것이다. 리더의 결정은 실험도 아니고 장난도 아니고 진중해야 한다. 그때 가서 생각할 것이다. 강정호는 우승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선수인데, 헐값에 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미리 사서 고생 안한다. 그때 가면 현명한 판단을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상황이 안 왔으면 좋겠다. 고민 안 하고 내보낼 수 있길 바란다.

-- 궁극적으로 어떤 야구단을 만들고 싶은지.

▲ 어설픈 소리일 수 있지만 꿈을 주는 야구단을 만들고 싶다. 약자가 충분히 강자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스토리를 전해줄 수 있는 구단을 만들고 싶다. 구단명 히어로즈를 제가 지었는데, 거창하게 지구를 구원하는 슈퍼맨, 그런 것보다는 주변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멋진 영웅이 되는 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 원래 작은 생태계에서 대기업이 와서 다 먹는 것은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없지 않느냐. 그렇게 한국 굴지의 대기업이 야구단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저희 구단과 같이 오너부터가 돈키호테이고 무모한 사람이 들어와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염경엽 감독님도 선수 때는 1할대 친 타자인데, 여기 와서 정말 잘 하셨고, 박병호도 어쩌면 지금도 LG 2군에 있을 수 있는 선수가 이곳에서 52홈런 치고, 서건창 역시 LG에서 방출된 선수가 사상 최초로 200안타 이상을 쳐내는 등 저희 구단에는 구단주부터 감독, 선수들까지 스토리가 있다. 이런 스토리 텔링이 기이하기도 할뿐더러 짠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걸 차치하고 잘할 수 있다. 더 잘해야 한다. 더 잘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충분히 던질 수 있고, 제시할 수 있는 생존 스토리,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그런 구단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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