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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2일 12시 53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12일 13시 09분 KST

'싱글세' 발언이 문제인 3가지 이유

‘싱글세’ 논란이 한창이다. 11일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가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싱글세(1인가구 과세)’를 매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다.

관련기사 : [투표]저출산 대책, '싱글세'를 매겨라?

보건복지부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보완 대책’을 마련중이며, 결혼․출산․양육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여러 과제들을 검토중입니다.

그러나, ‘싱글세’ 등과 같이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싱글세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한 말이 잘못 전달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보건복지부 11월12일)

해명의 요점은 두 가지다. 1. 싱글세를 도입할 계획은 전혀 없다. 2. 저출산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표현일 뿐이다.

자, 그럼 이제 ‘농담’이나 ‘오해’로 받아들이고 그냥 넘어가면 되는 걸까?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싱글세가 당장 도입된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어디에서 그런 발상이 나왔냐’는 쪽에 가깝다. ‘싱글세를 도입할 계획이 없다’고 해명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표현’이라는 해명도 마찬가지다. 해서는 안 될 농담이 있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될 표현이라는 게 있다. 보건복지부 ‘고위관계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왜 그럴까?

1. 문제 원인을 잘못 짚었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구조적 현상이다. 원인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다. 아이디어 차원에서라도 싱글세가 끼어들 틈은 없다.

가장 흔히 거론되는 현상은 두 가지다. 1) 결혼을 안 하(거나 늦게 하)고, 2) 자녀를 안 낳(거나 하나만 낳)는다는 것. 거기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20대 여자대학생에게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당장 졸업 후의 취업부터가 막막해 결혼을 꿈꾸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계륵’ 같은 것이기도 하다. 안 하면 왠지 후회할 것 같고, 그렇다고 하자니 자신이 꿈꾸는 인생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한국경제 6월30일)

저출산 현상의 핵심 원인으로는 교육비 부담과 고용 불안정 등이 꼽힌다. 출산과 보육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더라도 추후 교육비 부담과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로 선뜻 아이를 낳기 어렵다는 얘기다.

(중략)

전문가들은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고용 문제, 청년층의 소득 문제, 주택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 구조적인 불안이 저출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설명이다. (이데일리 11월5일)

“문제의 심각성을 표현한 말”이라고? 혹시, 복지부 고위관계자가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

2. 하던 거나 제대로 하라

정부도 당연히 대책을 열심히 구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열심히 하고 있다’와 ‘잘 하고 있다’는 다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야기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책이 미흡,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대책을 총괄 수립하고 조율해야 할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는 이름만 남은 ‘유령위원회’로 전락했고 그 결과 각 부처에서 산발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11월5일)

올 해 출산율이 수년 만에 대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를 한 번도 주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대통령 산하 저출산 고령사회위원회는 본회의가 1년에 한 번 열릴까 말까 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련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CBS 노컷뉴스 2013년 12월3일)

고(승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이 지난 10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데다 전략적 개념도 없었다는 게 문제"라고 진단한 뒤 "스웨덴이나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출산 선진국을 보면 예산이 증가하는 대로 출산율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머니투데이 6월30일)

매일경제에 따르면,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예산도 부족하고 정책 효과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저출산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싱글세와 같은) 페널티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장기적으로 필요한 게 ‘페널티 정책’일까? 체계적이고 복합적인 대책이 아니라?

3. 결혼도, 자녀도 개인의 선택이다

결혼을 할 것인지, 아이를 낳을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이다. 국가가 장려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싱글세라니? 인센티브가 아니라 페널티라니?

놀라지 마시라. 2010 인구주택총조사 잠정 집계를 보면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이른바 ‘정상 가족’은 약 20%에 지나지 않았다. 1인 가구 역시 2000년 약 222만 가구에서, 2010년 약 403만 가구로 급증했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3.3%에 달한다. 가족 유형과 형태의 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시사in 제190호 2011년 5월6일)

한국 여자대학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으며 취업과 직장생활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여학생도 3분의 1에 그쳤다. (한국경제 6월30일)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는 건 죄가 아니다. 여기에 세금을, 그것도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나올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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