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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0일 11시 12분 KST

신해철을 죽음으로 몰고 간 한국 의료현실

한겨레

그는 왜 배가 아픈데 하필 ‘위밴드 수술’ 전문병원에 갔을까? 왜 처음 갔던 대학병원에서는 오래 기다렸던 것일까? 아무리 위밴드 수술 전문병원이라도 며칠 동안이나 통증을 호소하는 그에게 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가 만일 가수 신해철이 아니었더라면, 또 사망에 이르지 않았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부검 소견과 병력지를 이렇게 상세히 밝혔을까? 아니었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의료사고와 그 해결 과정을 이야기하진 않겠다. 진실이 명백히 밝혀진다 해도 그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나는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한국의 의료체계에 대해 물으려 한다.

돈이 되는 진료만 하는 ‘전문병원’

왜 그는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을 정도의 복통에 ‘위밴드 수술’ 전문병원을 찾아갔을까? 그가 믿을 만한 병원이 그 병원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병원 홈페이지에 대문짝만하게 ‘비만의 모든 수술이 가능한 서울스카이병원’이라고 쓰여 있는 ‘전문병원’이 장협착 수술을 안심하고 받을 수 있는 종합병원일까?

‘전문병원’의 특징은 고도로 특화된 진료, 다른 말로 하면 돈이 되는 진료만 한다는 점이다. 스카이병원이 바로 그런 전문병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비만클리닉과 비만을 위한 위 수술, 하지정맥류와 갑상선 수술, 무릎 수술을 위한 수술실과 입원실,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위한 시설이 8층 건물 전체 구조의 전부다. 일반적인 진료는 없다. 지역에서 필요한 내과·소아과·산부인과·외과 질환의 진료는 할 수 없는 병원이고 의료진이다. 즉, 돈이 되는 진료 이외에는 하지 않는 병원이다.

전문병원, 특수 분야의 수술이나 처치, 진단 등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은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병원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96%의 공공병원에서는 찾을 수 없다. 영국의 ‘전문병원’은 4% 정도의 사립병원에만 있다.

한국의 전문병원과 비슷한 병원을 찾는다면 그것은 미국의 영리병원이다. 미국 영리병원의 특징은 이렇다. △도심에 집중돼 있고, △일반적인 응급환자를 볼 수 있는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이 없거나 부실하다. △과잉진료를 하며 △의료비가 비영리병원에 비해 비싸다. △이익만을 추구하다보니 의료서비스의 질은 오히려 떨어져서 미국의 영리병원들은 비영리병원보다 사망률이 2% 높다. △의료인력의 고용도 비영리병원에 비해 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미국의 영리병원을 다 비영리병원으로 바꾸면 1년에 약 1만2천 명의 사망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논문까지 나왔을까.  

한국의 ‘수술 전문 네트워크 병원’ 가운데 중환자실이 있는 병원은 얼마나 될까. 최근 기업형 체인병원을 운영하다가 의사 1인이 여러 병원을 운영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1인 1개소법)으로 제재를 받자 소송을 내건 ㅌ병원도 중환자실이 없다.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데 중환자실이 없다는 것은 심각한 수술 합병증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는 뜻이다. 믿을 만한 병원이 아닌 것이다.

 

대기시간은 길고 의료인력은 태부족

전문병원이 늘어나면서 척추·무릎·어깨·치질 수술이니 관련 검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배나 많아졌다. 과잉진료다. 물론 대학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불필요한 진료는 많이 하는데 지역주민에게 꼭 필요한 진료를 하는 병원은 사라지고 있다. 밤중에 아이가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아다녀본 사람은 안다. 대학병원이나 몇몇 공립병원 외에는 갈 병원이 없다는 것을. 아이가 얼굴이 찢어져 흉터라도 남을까봐 성형외과 의사를 찾아다녀본 사람도 안다. 많은 성형외과에서 일반적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응급실을 운영하는 일반 중소 종합병원조차 드물다. 결국 아프면 대학병원을 가야 한다.

대학병원 응급실은 항상 초만원이다. 동네의원은 믿을 수 없고 좀 큰 병원은 하나같이 전문병원이 됐으니 그럴 수밖에. 대학병원 응급실이 혼잡하고 대기시간은 무한정이다. 의료인력도 태부족하다. 신해철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다가 전문병원으로 옮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일반 중소 종합병원이 사라졌는데 한국 응급의료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까. 전국 246개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30분 안에 응급의료시설에 도착할 수 없는 지역만 26곳이다. 대도시라도 가까운 응급의료시설은 대학병원뿐이기 일쑤다.

대학병원은 또 어떤가. 도대체 무슨 검사가 그리 많은지 큰 병이 아닌데도 덜컥 수십만원짜리 검사부터 하란다. 동네의원부터 가까운 중소 병원, 또 대학병원까지 믿을 수 있는 병원이 없는 셈이다.

전문병원이 늘어나면서 척추·무릎·어깨·치질 수술이니 관련 검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배나 많아졌다. 과잉진료다. 물론 대학병원도 예외가 아니다. 불필요한 진료는 많이 하는데 지역주민에게 꼭 필요한 진료를 하는 병원은 사라지고 있다.

만일 신해철에게 믿을 만한 의사 친구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전화라도 걸어 내 증상이 이러이러한데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수술 뒤 닷새 동안 그토록 아팠는데도 신해철은 오직 그 전문병원에만 매달렸다. 그 병원에서도 밤에는 오직 간호사에게만 진통제와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유럽의 대부분 나라에서는 한밤중이나 금요일 저녁~월요일 오전 등 (동네의원이 문을 닫는) 진료 공백 시간에 환자에게 오는 전화를 받아야 하는 게 주치의의 의무로 규정돼 있다. 또 이는 국가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영국에서는 동네마다 있는 공립병원 옆에 야간 진료를 하는 곳이 열려 있고(NHS Walk-in),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전화를 받는다. 그는 의사 상담을 주선하거나 환자를 병원으로 오게 하거나 데리러 간다. 스웨덴에서는 금요일 오후~월요일 오전 동네의사들이 돌아가면서 당직을 서고 24시간 전화를 받는다. 전화로 해결되지 않으면 의사들이 택시를 타고 환자에게 가야 한다. 이들 나라는 물론 공공의료가 최소 70~90%가 넘는 선진국이다. 그러나 일본, 심지어 미국도 최소한 가까운 곳에 공립종합병원은 하나씩 있다. 우리나라는 공립병원이 전체 의료기관의 6% 정도지만 미국은 그렇게 의료민영화가 됐어도 공립병원이 25%나 된다.

OECD 국가들 의료분쟁 해결은 국가 책임

신해철은 왜 사망했는가? 언론들은 의료사고와 그 해결 방법을 파헤친다. 이 문제도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의료분쟁이 가장 많고 그나마 소송으로 해결되는 나라는 미국이다. 공공의료가 중심인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의료분쟁 자체도 적지만 그 분쟁 해결도 국가 책임이다.

한국은 건강보험제도 하나 빼고는 이미 미국보다 더 상업화된 의료전달 체계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도 병원과 의료를 아예 미국식으로 만들자는 게 현 정부의 국정목표다. 그가 저항했던 한국의 이런 현실, 믿을 수 있는 병원 하나 없는 이 기막힌 현실이 신해철을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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