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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0일 02시 24분 KST

카드 대란·단통법 혼란 부른 규개위, 위원 53%가 '친기업'

[월요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개위

규제개혁위원회는 ‘숨은 권력’이다. 정부 규제의 심의·조정, 규제의 심사·정비 등을 목적으로 1998년 만든 대통령 소속 기구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휴대전화 보조금 분리공시는 “영업기밀 침해”라는 이유로, 청소년 금연환경을 조성하려는 규제는 “(업계)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철회시켰다. 규개위는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 규제에 제동을 걸어, 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2003년 ‘카드대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막강한 권력기구이지만, 설립 이후 국회와 언론 등의 감시나 검증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대통령 전권으로 선출하는 민간 규개위원들은 친기업 성향의 인사에 편중돼 있다. 이름은 ‘규제개혁위원회’지만, 실제 활동은 ‘규제완화위원회’에 가깝다. 모든 국민이 따라야 할 결정을 내리면서도,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은 장막에 가려 있다.

<한겨레>가 정부 발간 <규제개혁백서>를 바탕으로 규개위 설립 시점인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규개위에서 활동한 민간위원 232명을 전수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기업인이거나 기업에 가까운 활동을 한 인사로 나타났다. 이런 편향된 인적 구성은 규개위 활동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규제 완화 일변도의 결정이 내려진 배경이라는 분석도 여기에 덧붙는다.

규개위 민간위원들은 기획재정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법제처장 등 정부 쪽 당연직 위원과 더불어 규개위를 이끌어가는 존재로,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현재는 25명 가운데 18명)을 차지한다. 분석 결과, 민간위원 232명 가운데 연임 등에 따른 중복을 제외한 106명이 활동했다. 이 중 직접 기업을 경영하거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삼성경제연구소 등 기업 관련 단체에서 근무한 민간위원은 모두 22명으로 전체 민간위원의 20.8%를 차지했다. 여기에 대기업 사외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교수와 전문직(변호사·회계사 등), 시민단체 인사 등이 34명(32.1%)이었다. 기업인이거나 기업과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민간위원이 53%에 이르는 셈이다. 현직 민간위원 18명 중에도 4명이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나머지 인사들도 기업 영향권에서 온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 전문 자격증 소지자들은 대부분 김앤장법률사무소, 삼일회계법인 등 대기업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대형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몸담고 있었다.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1998년 규개위원, 2008~2009년 규개위원장),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현직 규개위원) 등은 한국경제연구원과 매년 공동 학술지를 내는 ‘규제학회’ 회장을 지낸 이들이다. 한경연은 재벌 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의 유관기관이다.

반면 시민단체 출신 인사는 5명(4.7%)에 그쳤다. 이들이 활동한 시민단체는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여성민우회’ ‘시민경제연구소’ 등 세 군데였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 소속은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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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업 편향적 규개위의 인적 구성은 규제 개혁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재벌 기업 사외이사를 하면서 수천만원씩 받는 사람들이 공익적 관점에서 규제를 심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규제는 항상 손해 보는 쪽과 이익을 보는 쪽이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기업 쪽 이야기만 들을 게 아니라 노동계나 시민단체 쪽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구조를 규개위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규개위의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관련 법인 행정규제기본법은 규개위 전체회의와 분과회의를 공개할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으나, 1998년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규개위 회의가 공개된 적이 없다. <한겨레> 기자가 규개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참관했다. 온라인에 공개하는 회의록에는 발언자가 누구인지 적혀 있지 않고, 민감한 안건을 다룬 회의의 발언 내용은 전부 누락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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