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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5일 13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05일 14시 00분 KST

'비리 백화점' 수원대가 국감을 피한 4가지 이유

어떤 사립대가 있다. 총장은 일주일에 2~3일만 출근하고, 아들에게는 가짜 졸업증명서를 발급해준다. 학교 소유 미술품을 총장 개인 소유로 관리하고, 총장 소유의 건물을 보수하는 데 학교 돈을 끌어다 쓴다.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 교수는 파면하고, 무단으로 연구실을 폐쇄해버린다. 심지어 오전에 사망한 이사장이 당일 저녁에 열린 이사회를 ‘주재’하는 황당무계한 상황까지 연출한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유독 문제투성이인 이 학교에만 비판의 화살이 쏟아지지 않는다. 국회 국정감사의 칼끝도 이 학교만 피해간다. 도대체 왜 그럴까.

<한겨레21>은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과 언론계 등 넓은 인맥으로 학교 비리와 부정을 막아온 ‘수원대’를 해부한다. 그동안 수많은 비리와 부정을 저질러온 의혹을 받고 있는 이인수 수원대 총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누가 그리고 왜, 비리로 넘쳐나는 한 대학교를 제대로 검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도록 막는 걸까. 이인수 총장의 ‘뒤’에는 과연 누가 버티고 있는 걸까.

“아주 질이 나쁘다. 법망을 피해다니면서 줄타기를 벌이는 상지대는 누가 보더라도 초라하고 비굴해 보인다. 그러나 수원대는 아주 당당하다. 이인수 수원대 총장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권력의 그늘 아래에서 당당하고 떳떳하다. 하는 짓은 아주 저열하지만 그 천박성을 권력의 그늘 아래 교묘하게 감추고 있다. 권력 안에 숨어 마치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 정진후 정의당 의원의 말이다. 정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사학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인수 수원대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정 의원이 혼자 사투를 벌이는 동안 새누리당 소속 교문위원들은 이 총장의 증인 채택을 강력하게 저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교문위원들 역시 새누리당에 맥없이 끌려다녔다. 덕분에 이 총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감이라는 화살을 피해갈 수 있었다. 그에겐 과연 어떤 힘이 있는 걸까.

1. 여당 실세 친구 둔 덕에 피한 국감 화살

수원대학교 비리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재임용에서 탈락한 장경욱 연극영화과 교수(오른쪽) 등 수원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이 지난 10월29일 경기도 화성 수원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가운데 양복을 입은 수원대 교직원이 교협 교수들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맞불 시위를 하고 있다.

수원대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해 자신의 딸이 수원대 교수로 채용되는 대가로 이인수 수원대 총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불발시켰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부터다. 김 대표의 둘째딸인 김현경(31)씨는 지난해 8월 수원대 미대 조교수로 채용됐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국회 교문위에서 이인수 총장을 국감 증인으로 채택하려 하자, 김무성 대표는 당시 교문위 상임위원장실을 찾아가 증인 채택이 불발되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는 지난 6월 “김 대표는 자신의 딸을 수원대 전임교원으로 채용되도록 한 뒤 이에 대한 대가로 비리사학 의혹이 있는 수원대 총장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수뢰후부정처사죄 위반으로 김 대표를 고발했다.

김 대표 쪽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실 관계자는 <한겨레21>에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와 이인수 총장은) 딸과 관계없이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다. 여러 모임에서 만나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국감 증인 문제도 친구(이 총장)가 ‘사생활 문제로 나를 국감 증인으로 부르려 한다. 난 억울하다’고 하자 친구로서 상황을 알아보러 간 것이다.

빼달라고 부탁하거나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 친구가 부탁한 것을 알아보지 않는다는 것도 좀 그렇지 않느냐.” 김 대표의 친구인 이 총장이 자신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고 김 대표가 나서서 ‘친구가 부당한 증인 채택을 당하는 건 아닌지’ 직접 알아보러 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해명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김 대표의 행동은 사적인 관계를 위해 국회에 ‘압력’을 가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감에서는 여야 간사 간 협의 과정에서 서로 마찰을 빚어 교문위 전체 증인 채택이 무산됐다.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새누리당의 저지로 이 총장의 국감 증인 채택이 불발됐다는 점이다. 지난 10월1일 열린 교문위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이 총장과 그의 부인 최서원 전 고운학원 이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기로 여야 간사 간 협의까지 마쳤으나 막판에 새누리당 교문위원들의 반대로 이 총장 부부가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정진후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자, 여당 교문위 간사인 신성범 의원은 “(이 총장이)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국정감사법 위반 소지도 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여당에서는 동의해줄 수 없다고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2. 이 총장 ‘잘 안다’던 정세균의 입김?

왼쪽부터 이인수 수원대 총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 총장은 이 두 정치인을 통해 2년 연속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모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속사정은 다르다. 여당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는 김 대표 쪽의 설명과는 크게 어긋난다. “수원대 자체는 사학으로서 문제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당대표의 딸이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걸(증인을) 넣으면 우리 당의 체면이…. 그리고 보나 마나 야당은 그 문제를 자꾸 끄집어낼 거 아닌가. 정치적으로 뺀 거라고 봐야 한다.” 김 대표가 딸 문제로 정치적 공격을 당할 것을 우려해 이 총장을 증인에서 제외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교문위 회의에서 이 총장을 증인에서 빼도록 강하게 요구한 인물은 김 대표 쪽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대 자체는 사학으로서 문제가 굉장히 많다. 그런데 당대표의 딸이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걸(증인을) 넣으면 우리 당의 체면이…. 그리고 보나 마나 야당은 그 문제를 자꾸 끄집어낼 거 아닌가. 정치적으로 뺀 거라고 봐야 한다.” -여당 관계자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총장의 든든한 우군이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도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일부 야당 교문위원들이 이 총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려고 하자 정세균 새정치연합 의원(당시 교문위원)이 이 총장을 증인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온다. 야당 관계자는 “정세균 의원이 한 야당 교문위원에게 ‘내가 이 총장을 잘 안다. 도움도 받고 그랬다’고 말하며 증인에서 빼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정 의원이 후원회 얘기도 꺼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특히 지난해 국감에서 이 총장의 증인 채택을 처음으로 요구한 같은 당의 안민석 의원에게도 증인 철회를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대 비리를 폭로했다는 이유로 지난 1월 대학교 쪽으로부터 파면을 당한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안 의원을 만났을 때 안 의원이 ‘정세균 의원으로부터 (이 총장을 증인에서 빼도록) 압력을 받고 있다’고 했다. 그것 때문에 안 의원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 의원과 이 총장의 인연은 남다르다. 두 사람은 학연으로 얽혀 있다. 특히 둘 사이에는 현재 수원대 기획실장을 맡고 있는 조기준 경제금융학과 교수라는 연결고리가 있는데, 셋은 모두 고려대학교 동창(71학번)이다. 우선 조 교수와 이 총장의 관계는 이렇다. 조 교수는 대학 시절 당시 이 총장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인 삼익건설에서 장학금을 받고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현재는 수원대 기획실장으로 재직하며 수원대 파면 교수들을 상대로 이 총장 쪽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동향(전북) 출신에 같은 나이인 조 교수와 정 의원의 관계도 막역하다. 조 교수는 2012년 당시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정세균 캠프 자문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했고, 2012년 2월 정 의원의 블로그에 ‘친구가 본 정세균’이라는 글을 통해 “정세균은 청렴 자랑보다 문제의 근원에 천착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하는 등 평소에도 ‘친한 친구’ 사이임을 강조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3. 박근혜 친척, 박희태 딸… 줄줄이 잇는 인맥

박희태 전 국회의장

지난해 국정감사 증인 채택 과정에서 조 교수는 정 의원 방에 찾아가 수원대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한겨레21>이 취재에 들어가자 조 교수는 “(정 의원실을 찾아가) 학교에 대해 얘기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 학교를 ‘비리백화점’이라고 하는데 이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취지로 학교의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수원대 관계자로서 교문위원을 찾아가 학교 상황에 대해 사실관계를 설명한 것일 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둘 사이가 막역하고 실제로 정 의원이 이런 이유로 다른 동료 의원들에게 적절치 못한 ‘요구’를 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 쪽은 “국정감사 증인 채택과 관련해서 전혀 개입한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정 의원의 설명과 달리, 새정치연합 교문위원들은 여당 교문위원들이 자신들의 당대표를 보호하기 위해 이 총장의 증인 채택을 강하게 막는 동안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했다. 김태년 새정치연합 교문위 간사는 10월1일 교문위 전체회의에서 이 총장 증인 채택이 불발된 이유에 대해 정진후 의원이 따져묻자 “어찌됐든 여야 간에 한쪽에서라도 완강하게 반대를 해버리면 사실은 채택이 어려운 게 우리 위원회의 사정이 아니겠느냐”고 얼버무렸다.

이 총장이 증인에서 빠진 것을 성토하는 야당 의원을 오히려 야당 쪽 간사가 나서서 설득한 것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총장이 국감 증인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알다시피 정세균 라인이 버티고 있어서 그렇다”며 야당 쪽 내부 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이 총장이 국감 증인에서 빠진 것과 관련해 “알다시피 정세균 라인이 버티고 있어서 그렇다”며 야당 쪽 내부 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총장이 2년 연속 국정감사의 화살을 피해갈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처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인맥을 무시하긴 힘들다. 과연 이것뿐일까? 수원대에는 김무성 대표의 딸 외에도 여러 정계·언론계 인사의 인척들이 교수로 재직했거나 또는 재직하고 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둘째딸 박가경씨도 현재 수원대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교 관계자는 “박희태 의장은 수원대에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종사촌인 육동건씨도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말까지 수원대 건축공학과 겸임교수로 근무했다. 육씨는 당시 건축공학과 교수 지원 자격인 한국 건축사 전공도 아닌데다 석사 학위만 가진 채로 채용됐고, 10년 동안 근무하다 2009년께 강의 평가와 관련된 문제로 자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4.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는 사돈

이 총장의 손길은 언론계에도 뻗어 있다. 이 총장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도 지인 관계로 알려져 있다. 현재 수원대 기계공학과에 재직 중인 홍석우 교수는 홍 회장의 사촌이다. 또한 이 총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는 직접 사돈을 맺었다. 방 사장의 둘째아들 방정오씨가 이 총장의 사위다. 이 총장 일가가 소유한 수원대 법인인 고운학원은 TV조선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26~28쪽 기사 참조).

“이 총장은 정계나 힘있는 사람들과 인척 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교수로 채용하는 데 힘써왔다. 심지어 교직원들에게 집안 친척 중 힘있는 사람을 써내라고 한 적도 있었다.” 학교 관계자가 전하는 이 총장의 인맥 관리 방식이다. 이 총장의 전방위적 인맥 관리는 과연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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