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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2일 07시 40분 KST

[TV쪼개기] '미생', 갑과 을? 친구라서 더 비참했다

tvN

'친구'는 '친구'로 남았을 때 가장 아름답다. 추억 속 친구로 기억됐던 이들이 냉혹한 사회에서 철저한 갑을관계에 내던져졌을 때, 얼마나 비참할 수 있는지를 '미생'은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 1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 원작 윤태호) 6회는 앞서 다뤘던 인턴·신입 사원의 애잔함, 워킹맘·알파걸의 고된 사회생활에 이어 학창시절을 산산히 조각낸 잔혹한 사회생활의 현실과, 갑을 문제를 사실적으로 다뤘다.

이날 오상식(이성민 분) 과장은 학창시절 친했던 동창을 바이어로 만나 안도했다가, 반가운듯 웃는 얼굴 뒤로 따라온 친구의 쓰라린 갑질에 결국 추억까지 난도질 당했다. 과거 학창시절을 공유한 두 사람은, 사회에서는 그저 갑을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친구'라는 어줍잖은 기대와 환상에 잠시나마 사로잡혔던 오과장은 예상지 못한 상황에 상처를 입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의 괴로움조차 겉으로 드러내지도 못한 채 회사를 위해 가족을 위해 꾹 참으며 '을'로서의 역할에 충실한 그는 역시나 '미생'이었다.

학급짱의 폭력을 맨몸으로 막아줬다는 세세한 에피소드까지 기억하며 부하직원 장그래(임시완 분)에게 각별한 절침이었음을 강조했던 오상식 과장은 과도한 술 접대, 무시와 멸시, 결국엔 계약 불가 통보로까지 이어진 친구의 잔인한 행패에 그저 허탈한 웃음으로 일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비단 갑에게 머리를 비굴하게 조아려야 하는 영업맨들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니었다. 사회라는 현실에 던져진 이 시대 모든 이들은 결국 '갑을의 구조'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기에, 이날 '미생'을 보는 이들의 공감은 씁쓸함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추억까지 송두리째 집어삼킨 현실의 갑을 관계는 분명 가슴을 후벼팔 정도로 잔혹했지만, 드라마 속 상황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시청자를 한 번 더 슬픔의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영업을 하며 가장 힘든 순간으로 '친구를 접대할 때'를 꼽으며 "접대라는 게 어쩔 수 없이 주종, 수직관계를 깔고 들어가야 된다. 친구라서 더 비참한 굴욕이다"는 김동식(김대명 분) 대리의 말은 비단 영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기에, 허탈하고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