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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5일 12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25일 12시 41분 KST

'삐라' 살포 강행하려던 보수단체, 결국 실패

연합뉴스
25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역 인근에서 마스크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청년들이 보수단체의 대북전단 풍선을 빼앗은 뒤 칼로 찢고 있다.

지역 주민들과 진보단체에 전단·풍선 빼앗겨 계획 무산

물리적 충돌 없었지만…‘찬반’ 단체들 여전히 대치 중

25일 오후 1시에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을 날리겠다는 보수단체의 계획은 일단 무산됐다. 지역 주민들과 진보 단체들이 나서서 전단과 풍선을 빼앗고 보수 단체 회원들이 탄 버스를 막아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3시40분 현재, 아직도 현장에서는 보수 단체 회원들이 흩어진 전단지를 줍고 대책 마련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이들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대북전단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25일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기로 계획하면서 이 일대는 전단을 날리려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를 저지하려는 파주시민 및 진보단체 회원들의 대치가 벌어졌다. 전날 대북전단 10만여장을 뿌리겠다고 공표한 최우원 부산대 철학과 교수와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등 보수단체 회원 30여명을 태운 버스가 이날 오전 11시40분께 임진각에 도착하자 이를 반대하는 파주시민 및 진보단체 회원들은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지 못하게 가로막으면서 양쪽 간에 충돌이 일어났다.

이들이 도착하기에 앞서 오전 11시20분께 대북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이들이 대북 전단과 풍선, 수소가스통이 실린 버스에서 전단과 풍선을 꺼내 풍선을 칼로 찢고 전단을 길 옆 풀숲에 버렸다. 전단을 살포하려던 박정섭 대한민국구국채널대표는 “이게 민주 진보 세력이라는 사람들의 실체다. 그들은 민주와 진보가 아니라 폭력을 자처하는 좌익 종북 세력이다. 우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전단을 꼭 날리겠다”고 반발했다.

대북전단날리기국민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북삐라 날리기를 시도한 25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민통선 안 주민들이 대북삐라 살포를 막기 위해 트랙터로 길을 막고 있다.

민주회복파주시민연대, 용인청년회 등 지역 주민들과 진보단체 회원들은 “전쟁을 일으키는 여러분들은 돌아가 달라”며 보수단체 회원들을 막아섰다. 통일운동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김아무개(42)씨는 “남북간의 군사적 대치상황에 불을 붙이고 임진각 주변 거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전단날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주에 사는 6.25 참전용사 박아무개(81)씨는 “총알떨어지면 여기 있는 사람 다 죽는다. 내가 목숨바쳐 나라를 위해 싸워 평화로운 세상이 이제 좀 왔는데 다시 전쟁을 일으키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농민(65)도 “농사꾼이 농사를 못 짓고 여기서 전단을 막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 지금 추수로 한창 바쁠 시기인데 일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버스에서 내리자 이들을 향해 계란을 던지기도 했다. 앞서 파주시국회의 회원들은 전날부터 보수단체에서 전단을 날리기로 예고한 임진각 망배단 옆에서 천막을 치고 철야농성을 벌였다. 일부 농민들은 트랙터를 몰고 와 임진각 진입로를 막았다.

개성공단기업협회도 이날 임진각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해치는 대북전단 살포를 중단하라”고 호소했다. 이희건 개성공단기업협회 수석부회장은 “대북전단을 날릴 때마다 바이어들이 불안에 떨며 물품 주문을 줄인다. 대북전단이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공장 가동률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대북전단날리기연합 최우원 대표가 25일 오전 경기 파주시 임진각 들머리에서 민주회복파주시민연대, 용인청년회 등 대북삐라 살포를 반대하는 회원들이 막아서자, 마이크를 잡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이런 반대 여론에도 보수단체 회원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들은 “빨갱이들은 대한민국을 떠나라”며 대북전단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외쳤다. 최우원 교수는 “(임진각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대북전단이 얼마나 무서운 것임을 증언해준다. 대북전단이 북한 전역을 뒤덮는 날에 김정은 정권이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고 말했다. 민영기 자유민주수호연합 대표는 “대한민국의 자유를 북한동포에게 전해주는게 잘못됐나. 파주시민은 여러분들의 고향보다 대한민국의 자유수호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민주를 자칭하는 세력들이 어르신들을 향해 계란을 던졌다. 거짓과 위선의 세력이 평화를 말하며 폭력을 행사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를 막는 이들을 비난했다.

경찰은 14개 중대 1200여명의 인원을 임진각에 배치해 진보·보수 단체 회원들간의 일어날지 모르는 충돌에 대비했다. 전단을 날리려 진입하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이들을 막는 진보단체 회원 및 파주주민 사이에서 한 때 고성과 욕설이 오갔지만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물리적 충돌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양 단체 회원 모두 경찰에 거세게 항의했다. 보수단체 한 여성회원은 “대한민국 경찰이 전단을 강탈당했는데 그것을 보고만 있느냐. 진짜 대한민국 경찰 맞느냐. 빨갱이 경찰 아니냐”고 얼굴을 붉혔다. 진보단체 회원들도 경찰이 버스를 막아선 시민들에게 길을 비켜달라고 한 데 대해 “저 사람들을 가라고 해야지. 어떻게 시민들보고 길을 비켜달라고 하느냐. 평화를 수호해야 할 경찰이 이래도 되느냐”며 불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