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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5일 09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25일 09시 47분 KST

‘테슬라' 모르면 삼성·현대는 큰코다친다

ellon musk

제2의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일론 머스크는 열두살에 비디오게임 ‘블랙스타’를 만들어 500달러에 게임잡지에 팔았습니다. 엉뚱한 상상을 실행에 옮긴 것에 재미를 붙인 이 소년은 끊임없는 도전에 나섰습니다. 온라인콘텐츠업체 ‘집투’, 온라인결제대행 서비스 ‘페이팔’ 성공 신화에 이어 우주항공, 태양전지 등 미래 아이템에 몰두한 머스크가 막강한 성능의 전기차를 타고 나타났습니다. 그는 제2의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을까요?

그와 스티브 잡스를 비교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지난 6일 비즈니스 전문지인 <쿼츠>는 “스티브 잡스가 숨지고 3년이 지난 지금, 그의 후계자가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잭 도시(트위터, 스퀘어 창업자), 팀 쿡(현 애플 시이오)이 아니라 일론 머스크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적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 5월 스티브 잡스와 일론 머스크의 이력을 상세하게 소개하며 “일론 머스크가 스티브 잡스의 후계자가 아니다. 그는 잡스를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사회관계망 질의응답 서비스인 쿼라에는 ‘머스크가 잡스의 후계자인가요?’라는 질문이 올라와 있다. 의견은 분분하다. 그가 잡스처럼 20대에 창업해 실리콘밸리의 유명인사가 된 점이나,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열어젖힌 것처럼 테슬라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면이 비교되기도 한다.

지금 그의 말 한마디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시장에 파장을 일으킨다. 지난 14일 그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전문지인 <오토라인>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존의 직접 판매 방식만을 고수하지 않고, 딜러를 통해 자동차를 판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날 바로 미국 주요 매체들에 인용되며 퍼져나갔다.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이 발언이 화제를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테슬라는 유통 부문에서도 딜러를 이용하지 않는 직접 판매로 가격을 낮췄다. 이는 업계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뉴저지주를 비롯해 메릴랜드, 텍사스, 애리조나주에서 직접 판매가 금지됐다. 테슬라는 이들 주에서는 전시장에서 자동차를 보여주고, 전화나 인터넷으로만 주문을 받아왔다. 테슬라가 기존의 판매방식을 일부 수정할 가능성을 비치자 업계와 소비자들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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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출시한 테슬라의 모델S는 전기차는 성능이 안 좋다는 편견을 깨고 벤츠, 베엠베(BMW), 지엠의 고급세단과 견줘 뒤지지 않는 성능을 자랑한다. 테슬라모터스 제공

일론 머스크는 지난 9일 주력 차종인 ‘모델S’의 2015년형인 ‘모델D’에 자동운전장치인 ‘오토파일럿’ 기능이 담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론 레이저 센서를 통해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고, 자동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를 머스크는 “90%의 오토파일럿이 되는 자동차”라고 표현했다. 원래 자동운전 기술은 구글이 개발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구글은 수년간 무인(자동운전) 자동차를 시험운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내년부터 테슬라 모델D를 통해 자동운전을 체험하게 될 공산이 크다. 테슬라는 구글을 단박에 앞지를 태세다.

이밖에도 올해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가 시장을 놀라게 한 사례는 많다. 올해 2월 테슬라는 50억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자해 거대한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9월 공장 부지로 네바다주를 선정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전량 공급하는 파나소닉도 기가팩토리에 공동투자를 약속했다.

기가팩토리는 2017년부터 가동해 2020년부턴 연간 35㎾h 상당의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35㎾h는 지난해 전세계 리튬이온전지 생산량인 33㎾h보다도 많은 양으로 테슬라는 이 공장을 발판 삼아 2020년부턴 연간 5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 올 6월엔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가 가진 특허를 모두 무료로 공개하겠다”고 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다른 업체가 우리 기술을 활용해 전기차를 만들어도 우리는 절대 소송을 걸지 않을 것이다. 전기차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화제를 몰고 다니는 테슬라의 주가는 24일 기준으로 235.3달러다. 2010년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19달러였던 주가가 12배 넘게 오른 것이다. 시가총액은 293억달러(31조원)에 이른다. 지난해 2만2477대의 자동차를 판매한 테슬라가 단 한번에 지난해 473만대를 판 현대차(시가총액 38조원), 282만대를 판 기아차(시가총액 22조원)와 어깨를 겨루는 기업이 된 것이다. 그 기세는 아이폰 하나로 시장의 판을 뒤집은 애플을 떠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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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내부에 있는 17인치 화면으로 내비게이션, 에어컨, 오디오 등의 조작이 가능하다. 테슬라모터스 제공

테슬라는 자동차업계의 아이폰이 될 수 있을까? 테슬라로 인해 전기차 시대가 활짝 열릴까? 예측은 쉽지 않지만 테슬라가 걸어온 궤적을 살펴보면 추측할 순 있다. 특히 일론 머스크와 스티브 잡스가 공통적으로 중요시하는 것이 ‘사용자의 경험’이다. 아이폰을 사용하면 스티브 잡스가 무엇을 구현하려 했는지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일론 머스크도 2012년 6월 출시한 모델S에서 같은 것을 기대했다.

그가 모델S를 대중에게 처음 소개하는 장면은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킨다. 2011년 10월1일 일론 머스크는 모델S를 직접 운전하고서 3000여명이 모인 신차발표회의 단상에 올랐다. 그가 차에서 내리자 동승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하차한다. 옆좌석과 뒷좌석에서 다섯명이 내리고도 트렁크를 열자 어린아이 두명이 더 나온다. 그가 트렁크에서 짐가방들을 꺼낸 뒤 “이 차에 7명이 타고도 상당한 짐을 실을 수 있다”고 말하자마자, 또 한사람이 보닛을 열고 ‘프렁크’(프런트+트렁크의 합성어)에서 튀어나온다. 실제 프렁크에 사람이 타지는 않지만, 모델S가 가솔린 자동차와 달리 기계장치들이 복잡하지 않아 내부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차 앞으로 걸어오면서 머스크는 말한다. “오늘은 전기차 중의 최고가 아니라 모든 종류의 차 중에 최고를 소개하려 한다.” 일론 머스크가 ‘최고의 전기차’가 아니라, 그냥 ‘최고의 차’라고 소개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델S가 전기차의 단점을 여럿 해결했기 때문이다. 모델S는 최대 302마력으로 웬만한 포르셰 스포츠카와 힘이 맞먹는다. 멈춘 상태에서 시속 100㎞로 달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6초, 한번 충전하면 최대 426㎞를 주행한다.

모델S가 이런 성능을 구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발상의 전환 덕분이다. 테슬라가 모델S를 출시하기 이전까지 지엠(GM), 도요타, 현대, 폴크스바겐 등의 대기업들은 전기모터가 내연기관인 엔진을 보조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주로 만들었다. 간혹 전기차를 만들어도 경차나 소형차였다. 배터리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전기를 보조적인 구동수단으로 삼는 소형차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달랐다. 2008년 2500대만 한정 생산한 스포츠카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대형 고급차를 지향했다. 모델S에는 배터리 약 7000개를 교류와 직렬로 복잡하게 연결한 배터리팩을 차체 아래쪽에 깔았다. 테슬라가 이용한 배터리는 18650 리튬이온전지다. 지름 18㎜, 길이 65㎜라서 18650이란 이름이 붙은 이 원통형 전지는 1970년대 개발돼 노트북 피시 등에 흔히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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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의 스포츠카 '로드스터'

테슬라가 아주 새로운 배터리를 개발한 것이 아닌 셈이다. 오히려 다른 업체들은 이 배터리가 무겁고 발열이 심하다며 리튬폴리머나 니켈수소 전지 등을 전기차에 사용했다. 하지만 테슬라는 무거운 이 배터리를 고집했다. 덕분에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체를 가볍게 해도 무게가 2톤이 넘는다. 발열이 심한 문제는 배터리팩 내부에 환기, 열차단 시스템을 만들어 해결했다. 품질을 내세우자 소비자들은 바로 반응했다. 지난해 5월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모델S의 평점을 99점으로 매겼고, 현재까지도 모델S는 생산되는 즉시 판매될 정도로 예약이 차 있다. 올해엔 3만5000대를 생산·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숙제는 충전시간이다. 모델S는 흔히 볼 수 있는 110V나 220V 콘센트로 충전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충전할 때까지는 1시간가량이 걸린다. 기존 전기차보다 충전시간을 상당히 줄였지만 대중화의 걸림돌인 것은 분명하다. 테슬라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마련했다. 하나는 20분이면 충전이 가능한 테슬라 전용 충전소 ‘슈퍼차저’를 미국 전역과 유럽, 아시아 등지에 세우는 것이다. 자사 자동차는 무료로 충전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누리집을 보면, 170개의 충전소가 미국에 이미 세워졌고 2015년 말이면 미국 어디서든 반경 160㎞ 안에서 충전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혀 있다. 2016년이면 일본, 중국 전역으로 충전소가 확대되고, 동유럽과 러시아, 터키에도 세워질 예정이다.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충전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방안은 배터리 교체다. 지난해 8월 머스크는 “모델S는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교체하는 데 90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는 가솔린 자동차를 주유하는 시간보다 짧다”고 밝혔다. 배터리 ‘충전’이 아닌 ‘교체’가 가능하다는 이 아이디어는 전기차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전기차의 영원한 숙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스마트기기와 융합한 하나의 플랫폼에 가깝다. 자동차 운전석에 앉으면 여러 개의 화면이 눈에 띄고 가운데에 제일 큰 17인치 화면이 있다. 일종의 태블릿피시다. 여기서 운전 이외의 내비게이션, 오디오, 에어컨, 좌석 조정 등 각종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모터는 엔진과 달리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음악을 듣기에도 최적의 환경이다. 자동차는 전원이 들어오는 즉시 통신망에 연결된다. 머스크는 내년 출시할 ‘모델X’를 소개하며 사이드미러를 없애고 그 자리에 카메라를 달겠다고 밝혔다. 즉 운전하면서 뒤쪽이나 옆을 볼 때 사이드미러 대신 앞에 있는 화면을 보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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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개발에도 뛰어든 야심찬 일론 머스크

테슬라가 꿈꾸는 미래도 야심차다. 2016년에 모델S의 반값인 3만5000달러(3700만원)에 ‘모델3’를 출시해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엔 연간 판매량 5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더 대담한 꿈을 꾼다. 그는 “10년 안에 ‘전기차 패리티’ 달성이 가능하다”고 공언한다. 전기차 패리티란 전기차를 구매해 이용하는 가격이 가솔린 엔진 자동차를 사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는 의미다. 전기차 패리티에 앞서 언급되는 것이 ‘그리드 패리티’인데,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생산비용이 기존 발전시설의 전력생산 비용보다 저렴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머스크는 그리드 패리티와 전기차 패리티, 양쪽 모두의 기술혁신에 발을 담그고 있다. 그는 태양전지업체인 ‘솔라시티’의 최대주주이자 경영자를 겸하고 있다. 또한 처음으로 민간 우주여행을 성공시켜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16억달러의 우주 화물운송 사업을 수주한 ‘스페이스엑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온라인 결제시스템인 ‘페이팔’을 공동 창업해 ‘여러 차례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경험’이 있는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시대를 활짝 열어젖힐까.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