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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0일 07시 3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20일 07시 44분 KST

3차 석유전쟁, 벼랑 끝 치킨게임이 시작됐다

3차 석유전쟁의 포성이 울리고 있다.

개전국은 1·2차 전쟁처럼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다. 앞서의 전쟁에서처럼 사우디가 승전국, 패전국은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 등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석유전쟁의 배후 연출자인 미국은 물론 이런 시나리오를 원하겠지만….

서부 텍사스 중질유 11월 인도분은 지난 16일 하루 만에 배럴당 1.03달러가 떨어져, 2년 만에 최저인 80.75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82.91달러로 4년 만에 최저다. 유가는 최근 3개월 동안 무려 25% 가까이 하락했다. 배럴당 80달러 선 붕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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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하락을 부채질하는 것은 사우디의 태도다. 사우디는 10월 초 자신들의 시장지분을 지키기 위해 판매가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증산을 의미한다. 실제로 사우디는 지난 9월 산유량을 하루 10만배럴씩 늘렸다. 최근 석유수출국기구(오펙) 회원국 베네수엘라가 유가 하락에 대응하는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으나, 사우디와 이란에 이어 이라크까지 원유 판매가를 낮추는 대열에 동참했다. 오펙 회원국의 9월 하루 산유량은 전달 대비 40만배럴 늘었다.

사우디는 현재 불황 국면에서 산유량 감축으로 유가를 떠받칠 경우, 자신들의 판매량과 시장지분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이는 국가 운영에 사활적인 석유수입 감소로 연결된다. 사우디 관리들은 최근 뉴욕의 석유시장 관계자들에게 저유가 시대를 감내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명백히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는 명백히 ‘3차 석유전쟁’ 선전포고다.

사우디는 1974년 오일쇼크 이후 석유전쟁을 주도하며 항상 승자로 군림해왔다. 1차 전쟁은 1974년 이스라엘-아랍 국가의 4차 중동전쟁으로 촉발됐다. 미국 등 서방이 이스라엘을 지원하자, 사우디 등 아랍 산유국들은 미국에 석유금수를 선언했다. 석유값은 3달러에서 무려 4배인 12달러로 급등하며 오일쇼크를 일으켰다. 이는 2014년 초 달러 가치 기준으로는 60달러 수준이다.

1차전쟁은 사실 저유가에 대한 반동이었다. 1970년을 전후해 달러-금 태환 정지 등으로 전후 세계 경제체제인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했다. 달러 가치가 폭락하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시작됐으나, 석유값만 3달러 내외로 고정돼 있었다. ‘세븐 시스터스’라 불린 7대 석유 메이저들의 가격 지배력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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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이후 국제 원유가격 변화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1차전쟁은 유가 인상 전쟁이었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으로 촉발된 2차 오일쇼크를 거치며 1981년까지 진행됐다. 1980년의 평균 국제유가는 현재 기준으로 10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여기서 최대 승자는 사우디였고, 최대 희생자는 이란의 팔레비 독재정권이었다. 1차전쟁 기간 중인 1977년 전후로 유가는 일시적으로 절반까지 떨어졌다. 고유가에 취해 있던 팔레비 정권은 막대한 재정적자에 휩싸였고, 이로 인한 경제불안은 이란 이슬람혁명의 배경이 됐다.

미국 등 서방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나, 패전국은 아니었다. 오일달러가 미국 등으로 되돌아왔다. 영국과 북유럽 국가들은 고유가를 동력 삼아 북해유전 등을 개발해 산유국으로 등장했다. 특히 북해유전 개발 등은 2차 석유전쟁의 불씨를 던졌다. 1981년부터 유가가 속절없이 떨어지자, 사우디 등 오펙 회원국들은 산유량 감축으로 유가를 떠받치려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특히 사우디는 1980년 하루 1000만배럴 이상 되던 산유량을 1985~86년에는 250만배럴 이하까지 줄였다. 그럼에도 유가는 1986년 10달러(2014년 1월 기준 30달러)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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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겪게 된 사우디는 1986년 들어 2차 석유전쟁을 개전했다. 산유량을 200만배럴에서 1000만배럴로 극적으로 늘렸다. 이는 1998년까지의 기록적인 저유가 시대를 열었다. 석유가는 배럴당 10~20달러(2014년 1월 달러 가치로는 20~40달러)에서 움직였다. 최대 패전국은 소련이었다. 소련의 계획경제는 석유 수출 수입의 급감을 감당할 수 없었고 이는 소련 붕괴의 한 원인이 됐다. 2차전쟁은 사실 미국의 연출이었다. 당시 대소 강경노선을 펼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사우디와 협력해 저유가 시대를 지속시켰다.

이제 막을 올린 3차 석유전쟁도 2차 전쟁 때와 유사하다. 유가 인하 전쟁이다. 이번에는 2차전쟁 때보다도 미국의 입김이 더 느껴진다. 현재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가 가장 큰 고통을 받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유가 상승의 최대 수혜자는 러시아와 베네수엘라였다. 이 때문에 러시아의 <프라우다>는 “오바마 행정부는 사우디가 러시아 경제를 파괴하기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도 이번 사태를 ‘펌프 전쟁’이라고 명명했다. 누가 더 견딜 수 있을 때까지 석유를 파내느냐는 ‘치킨게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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