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4년 10월 17일 16시 16분 KST

법원 "원전 인근 주민 암 발병은 방사선 때문"

Michael Kohaupt

원자력발전소가 기준치 이하의 방사선을 방출한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노출된 인근 주민이 갑상선암에 걸렸다면 원전 운영사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원전 인근 주민의 암 발생에 대한 배상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유사 소송이 잇따르는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2부(최호식 부장판사)는 17일 '균도와 세상걷기'의 주인공인 이진섭(48) 씨 부자와 아내 박모(48)씨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박씨에게 1천500만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원전 6기가 있는 고리원자력본부로부터 10㎞ 안팎에서 20년 가까이 살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바람에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만큼 피고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고리원전에서 방출한 방사선이 기준치(연간 0.25∼1mSv) 이하이지만 국민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정한 이 기준이 절대적으로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전에서 반경 5∼30㎞ 이내 주민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거리 주민의 1.8배라는 역학 조사 결과도 박씨가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갑상선암은 발병 후에도 장기간 생존하는 경우가 많고 한수원이 방사선량을 기준치 이하로 방출하려고 노력한 점 등을 고려해 청구한 위자료 2억원 가운데 1천500만원만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직장암에 걸린 이씨와 선천성 자폐증으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균도(22) 씨의 손배소를 모두 기각했다.

기존 연구에서 직장암은 방사선 노출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고,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은 자폐증이 방사선 노출과 관계가 있다는 연구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2011년 3월부터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균도와 세상걷기'라는 이름으로 전국 도보 투어를 하며 유명해진 이씨 부자 등은 2012년 7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진섭 씨는 "원전 인근 주민의 질병에 대해 한수원의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아 항소하고 다른 피해 주민의 소송을 돕겠다"고 말했다.

한수원 측도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원전 인근 주민이 갑상선암 진단을 많이 받는 것은 한수원에서 종합건강검진을 적극 지원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적극적인 법리 검토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치열한 법정 공방 2라운드가 불가피해졌다.

한편 2010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서만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기장군 주민이 이번에 일부 승소한 박씨를 포함해 41명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기장군 주민을 대상으로 한 한수원의 종합건강검진 지원사업이 올해 계속되는데다가 다른 병원을 이용하는 주민도 적지 않아 집단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