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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5일 06시 46분 KST

'에볼라 확산' 미국, 세계 최강 자부하더니 왜 이렇게 됐나?

AP
13일 에볼라 대책회의 중인 오바마 미 대통령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환자의 치료에 실패하고 그를 돌보던 간호사마저 에볼라에 감염돼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

에볼라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병원이다.

1966년 설립돼 올해로 48년째를 맞은 이 대형 병원은 병상 898개, 의사만 1천200명을 보유한 곳으로 우수한 환자 치료 실적으로 지역 사회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러나 에볼라 사태 발발 이후 이 병원의 위상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로 지난 8일(현지시간)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이 처음으로 이 병원을 찾았을 때 오진한 것을 비롯해 이후 치료과정에서 부정확한 정보에 따른 여러 차례 발표 번복으로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렸다.

12일 유해물질 청소노동자가 미국 댈러스에서 에볼라에 감염된 여성 간호사의 아파트 주변을 청소하고 있다. ⓒAP

급기야 던컨을 치료하던 여성 간호사 니나 팸(26)이 12일 두 번째 에볼라 감염 확진 판정을 받자 치명타를 맞았다.

에볼라 환자 치료와 추가 감염 저지에서 모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나자 이 병원에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첫 에볼라 환자를 치료했다는 이유로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이 뭇매를 맞고 있긴 하나 이는 에볼라 사태를 총괄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필두로 위기 대응에 치명적인 민 낯을 노출한 미국 의료시스템에 전체에 대한 질타라는 해석이 많다.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은 에볼라 증상과 더불어 39.4℃의 고열 증세를 보인 던컨을 지난달 제대로 진료하지 않고 26일 집으로 돌려보내 에볼라 확산 사태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와 의료진의 의사소통을 저해한 이 병원의 전자진료기록 시스템이 비판의 표적이 됐다.

팸의 확진 판정이 나온 12일 오전에는 병원을 찾는 응급 환자를 받지 않고 다른 병원으로 보낸다고 발표했다가 오후에 이를 철회한다고 재공지한 뒤 다시 응급실을 폐쇄한다고 밝혀 혼선을 줬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팸의 감염 경로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소속 의료진을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병원의 처사는 또 한 번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버클레이 버던 병원 최고경영자는 13일 오후 늦게까지 전 병원 의료진을 소집해 공개토론회(타운홀 미팅)를 열고 뒤늦게 에볼라 교육에 나섰고 던컨을 치료한 의료진 중 최대 70명을 감염 우려 대상자로 보고 추적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톰 프리든 CDC 소장이 전날 "미국 의료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듯이 위기 상황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비단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뉴욕시 레녹스 힐 병원의 응급전문의인 로버트 글래터 박사는 14일 일간지 USA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CDC가 각 병원에 에볼라와 관련한 대처 지침을 내렸더라도 이 지침이 제대로 실행 중인지를 확인할 법 집행기관이 없다"며 구속력을 갖춘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꼬집었다.

미국병원협회 조사팀의 켄 앤더슨 박사도 "병원들은 에볼라 환자 발생 후 CDC의 방침을 검토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통일된 대응책은 없어 걱정이 크다"며 연방 정부의 느슨한 대처에 우려를 나타냈다.

지역 신문 댈러스 모닝 뉴스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상대적으로 후진국보다 앞선 기술과 응급 대응 능력으로 에볼라와 같은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보건 당국의 막연한 자만심이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큰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미국의 의료 체계와 사회 시스템이라면 에볼라 확산을 저지할 수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은 실상과 동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리어 걸림돌이 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