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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25일 06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25일 06시 14분 KST

검색 안 되는 공공기관 홈페이지, 뭐하러 만들었나

Shutterstock / David Good

공공서비스 대부분 개방성 낙제점

#1. 올해 첫 해외여행을 떠나는 김개방씨, 요즘 전쟁이나 바이러스 등 싱숭생숭한 소식이 많아 인터넷에서 ‘해외여행 위기상황 대처’를 검색했다. 그런데 구글의 맨 처음 검색 결과가 이상하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위기상황별 대처매뉴얼’이라는 매우 적합해 보이는 페이지인데, 설명이 ‘사이트의 robots.txt 때문에 검색 결과의 설명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란다. 클릭해 들어가보니 웹페이지도 비어 있다.

#2. 주부 윤공유씨는 외국의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고자, 바뀐 도로명 주소의 영문 표기법이 궁금했다. ‘도로명 주소 영문 표기법’을 검색하니 안정행정부의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이라는 누리집이 검색된다. 그런데 들어가보니 그냥 이 누리집의 첫 화면일 뿐이다. 다시 영문 표기법을 찾으려 한참 뒤질 수밖에 없었다.

#3. 고등학생 온누리양은 학교 조별 과제로 ‘이암필구도’라는 조선시대 그림을 인터넷으로 조사하는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 포털 이(e)뮤지엄’이라는 서비스를 발견했다. 그는 이곳의 유물용어사전에서 이암필구도를 검색해, 나온 결과 링크(URL)를 친구에게 보냈다. 그런데 친구가 “이게 뭐냐”고 묻는다. 해당 링크로 들어가니 이암필구도 페이지가 아니라, 유물용어사전 게시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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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적확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기에 훌륭한 정보·통신 수단이다. 하지만 이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정보들이 공개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그 정보들에 대한 접근도 쉬워야 한다. 1990년대 웹이 확산하던 초창기에야 정보들이 귀했지만, 지금은 바다를 이룰 정도로 넘친다. 역설적으로 검색이 제대로 안 되는 정보들은 없는 것과 다름없는 게 지금의 인터넷 상황이다. 이런 검색을 통한 접근이 얼마나 쉬운지를 표현한 개념이 바로 ‘웹 개방성’이다.

웹·모바일 평가회사인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는 가장 자주 이용하는 국내 대표 공공서비스들 20곳의 웹 개방성을 평가한 결과 대부분이 낙제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외교부 해외안전여행’과 ‘국세청 근로장려세제’ 2곳은 검색엔진의 접근을 사실상 배제해서 100점 척도 평가에서 0점을 받았다. 전체 평균은 72점으로 웹 개방성 인증 요건인 95점에 3곳을 빼고는 모두 미달했다.

개방성 평가는 개인정보 등에 해당하지 않는 웹에 공개된 정보는 누구나 아무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첫번째 평가는 대부분 사용자가 쓰는 네이버, 다음, 구글 등의 검색엔진으로 해당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지 여부다. 사례 1이 문제의 경우로, 메시지의 robots.txt는 이 누리집이 검색을 차단하고 있음을 뜻한다. 검색엔진은 보통 검색로봇(현실의 로봇이 아닌 사이버 세상을 돌아다니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보들을 긁어모았다가, 사용자가 검색하면 빠르게 해당 웹페이지 주소들을 보여주는데, 이런 로봇이 오는 것을 거절한다는 게 robots.txt의 의미다.

1단계를 통과하면 누리집 내부로 들어가 일부를 감추지는 않는지, 설계상 특정 사용자를 배제하진 않는지 2단계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사례 2와 3이 두번째 평가에서 문제가 돼 감점을 받은 경우들이다. 사례 2의 경우 도로명 검색 결과를 이미지로 표시하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사용자가 누리집에 들어가서 보는 데야 문제가 없지만, 외부에서 텍스트로 검색하는 경우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식의 접근성 저해 요소를 ‘특정 페이지 접근 차단’이라고 한다. 이미지로 인한 제한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천송이 코트’를 언급하며 문제 삼았던 액티브엑스(ActiveX)나 플래시, 자바스크립트 등 특정 프로그램 설치를 요구하는 경우들이 여기 해당한다. 이번 평가에서 공공서비스들이 가장 미흡한 부분이 특정페이지 접근차단이었다.

모든 인터넷 웹페이지들은 각각 고유한 주소(URL)가 있는데, 사례 3은 이런 페이지별 주소를 차단해 접근성을 떨어뜨린 경우다. 이 경우 사례처럼 사용자끼리 정보 교환이 어려워지는 문제점이 있다. 사례의 박물관 포털 외에도 사용자 활용도가 높은 ‘국세청 전자세금계산서 이(e)세로’ 등 10곳이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식정보 사회에서 정보의 원활한 흐름은 인체에서 피의 흐름처럼 중요한 요소다. 특히 공공서비스의 정보들은 공공의 자산이면서 정보가치가 높기 때문에 더 높은 개방성이 요구된다. 문형남 웹발전연구소 소장(숙명여대 교수)은 “정부 3.0과 창조경제를 표방하는 정부에 걸맞게 웹 개방성에 대한 더 큰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평가를 진행한 웹발전연구소 진윤선 선임연구원은 “개방성은 부처별 담당자의 관심만 있으면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개선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