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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21일 06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21일 06시 37분 KST

체납 세금 징수 공무원, "협박 전화가 일상"

"제가 어제 포장마차에서 한 남자가 하는 얘길 들었는데, 부인이 아픈 척하는 동안 자기는 세탁기 안에 숨어 있었다면서 '바보 같은 조사관이 속더라'고 했어요."

이런 내용의 시민 제보전화를 받은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안승만 조사관은 아연실색했다.

전날 체납자의 집에 갔을 때 그 부인이 다 죽어가는 얼굴로 남편과는 이혼한 지 오래라고 해 안방만 겨우 둘러보고 나온 차였다. 남편의 주민등록도 말소된 상태라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안 조사관은 다음 날 다시 그 집을 찾았고, 부인은 계속 중환자 행세를 하며 남편을 찾아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안 조사관은 집을 뒤진 끝에 베란다 벽장 안에서 팬티 바람의 체납자를 찾아냈다.

세금을 언제까지 내면 되느냐는 체납자에게 안 조사관은 "내가 사무실에 돌아갈 때까지"라고 답했고, 사무실에 복귀하자 1억원이 바로 입금돼 있었다.

안 조사관은 서울시 38세금징수과가 출범한 2001년부터 8년간 세금조사관으로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해 37억원을 체납한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자택을 방문해 현금을 징수하려 했을 때 최 전 회장의 부인이 "헌금을 가져가면 하나님께 벌 받는다"고 소리치자 "세금 내면 하나님도 잘했다고 하실 것"이라고 재치있게 답해 유명인사가 되기도 했다.

안 조사관은 위장이혼 후 100억원대 부동산을 배우자에게 넘기고 주소를 7번이나 옮겼다가 걸리자 맨발로 도망친 70대 노인,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아 119 고가 사다리를 불러 타고 들어가 잡아야 했던 체납자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안승만 조사관. ⓒ연합뉴스

가슴 아픈 기억도 있었다.

한 체납자는 직접 시청을 찾아 "배우자가 사업 실패 충격으로 암에 걸렸고, 하루하루 부업을 하며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안 조사관은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집에 갔을 때 부인이 쥐고 있던 부업 도구와 옆에 있던 약봉지가 떠올라 많이 슬펐다"고 말했다.

조사해보니 체납자는 한때 무역사업으로 국가 훈장까지 받았지만 경기 침체로 어려워졌다. 안 조사관은 동산 압류 처분을 일부 취소하고 상황이 더 어려워지면 결손처분도 해주기로 했다.

시는 정말 사정이 어려운 체납자에 대해선 결손처분 조치를 해주고 있다. 지난해 결손처분한 체납세는 1천130억원이다.

안 조사관은 이 일을 하다 보니 대문 앞에서 늘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그는 "협박 전화를 받는 게 일상이어서 늘 가족이 걱정된다"며 "자긍심 없이는 이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조사관은 세무직 공무원의 일이 고되지만 승진은 일반 행정직보다 3∼4년 정도 늦다며 사기 진작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소득세는 국세의 10분의 1 규모지만 국세와 같이 5천만원 이상 체납자에 대해서만 출국금지를 할 수 있게 해 실무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방세는 3천만원만 체납해도 출국금지 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2001년 출범 이래 5천736억원의 체납세를 징수했다. 그러나 아직 1조 908억원(7월 기준)의 체납액이 남아 있다.

안 조사관은 "전직 대통령이나 대기업 총수 등 여론 주도층의 체납은 일반 시민의 체납을 부추기는 면이 있어 특별관리하고 있다"며 "우리 과의 모토인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징수한다'를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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