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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15일 11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15일 12시 01분 KST

무리한 추진하다 결국 무산된 외국영리병원

한겨레
영리병원 국내 1호로 꼽혔던 중국 산얼병원의 국내 유치가 무산됐다.

정부, 산얼병원 사업주체 문제 알고도 적극적 검증 안 해

보건복지부가 15일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 후보였던 제주도 산얼병원의 설립을 승인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1호 외국 영리병원' 설립이 무산됐다.

정부는 신청 당시부터 자격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산얼병원 설립을 불과 한 달 전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 안건으로까지 올리며 무리하게 추진해 논란을 키웠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투자자 재정난에 응급의료체계도 미흡

복지부의 이번 불승인 결정은 중국측 사업자인 ㈜CSC가 지난해 2월 제주도 서귀포에 500억원을 투자해 48병상 규모의 산얼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신청한 지 1년 반 만에 나온 것이다.

복지부가 산얼병원 불승인 사유로 밝힌 것은 ▲ 투자자 적격성 ▲ 응급의료체계 ▲ 줄기세포 시술 등 세 가지.

먼저 외교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CSC의 모기업인 톈진화업그룹은 대표가 구속 중이고 채권·채무관계가 복잡한 데다 산하 회사 두 곳은 주소지 확인 결과 존재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CSC도 최근 제주도에 새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모기업의 재정난을 인정하면서도 투자의 실행가능성에 대한 근거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 응급의료상황에 대비해 제주도 내 병원과 체결한 협약이 최근 해지돼 응급의료체계를 갖추지 못했고, 불법 줄기세포 시술에 대해 관리·감독할 수 있는 방안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도 불승인 이유였다.

복지부는 지난해 8월 불법 줄기세포 시술 우려와 응급의료체계 미비를 이유로 산얼병원의 승인을 보류한 바 있으나 이후 개선된 점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투자 자격에 대한 문제까지 커진 것이다.

결국, 잇단 규제 완화책을 내놓으며 외국계 투자개방형 병원 유치에 공을 들이던 정부도 부실투성이 산얼병원을 승인해주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 "정부, 의혹 알고도 무리한 추진" 비판

산얼병원은 국내에서 설립이 가시권 안에 들어온 첫 '외국계 영리병원'이라는 점 자체만으로도 설립 신청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이 영리병원 전면 도입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비 폭등으로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우리 의료제도의 파탄을 불러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기에 복지부도 사업 승인을 한 차례 보류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며, 추후 확인 과정에서 일찌감치 투자자의 비위 연루 가능성도 인지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 매체 등을 통해 CSC 모기업 대표의 비위행위를 알게 돼 제주도에 전달했다"며 "당시 제주도는 확인 결과 문제없다는 입장을 복지부에 밝혔다"고 말했다.

복지부와 제주도가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서 곧바로 외교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사실을 검증했다면 더 빨리 불승인 방침을 결정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도 겪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산얼병원에 대한 의혹이 커지는 와중에도 관련 안건은 지난달 12일 대통령 주재 무역투자진흥회의에까지 올라갔다.

당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 투자개방형병원 설립과 관련된 규제 완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산얼병원의 승인 여부를 9월까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산얼병원의 사업계획서를 복지부는 계속 신중하고 비판적인 시각에서 검토해왔다. 무역투자진흥회의의 안건으로까지는 올리지 말자는 입장이었다"며 부처 간에 엇박자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또 보건의료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최종 허가권자인 제주도는 최근 산얼병원 관련 논란이 증폭되는 과정에서는 CSC 한국법인의 관계자에만 의존해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허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산얼병원은 애초부터 선진 의료시설 유치라는 외국계 영리병원의 취지에는 전혀 맞지 않는 후보였다"며 "그런 병원 승인을 1년 이상 끌어온 것은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 실적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