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4년 09월 15일 06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15일 07시 03분 KST

스웨덴 사민당의 귀환 : 청년실업, 양극화, 민영화의 폐해

AP/연합뉴스
지미 아케손 스웨덴 민주당 대표가 손을 들어보이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선거는 졌지만, 패배자는 아니다. 우리는 정권을 되찾을 것이다."

2006년 총선 직후 온건당 주도의 우파 연합에 정권을 내줄 당시 스웨덴 사회민주당 당수 예란 페르손 총리가 한 말이다. 사민당 주도의 좌파 연합이 그의 호언대로 정권을 탈환하는 데에는 딱 8년이 걸렸다.

8년 전 일자리 창출과 복제제도 정비를 앞세운 우파 연합에게 이번 패배는 언뜻 보면 아이러니하다. 우파 연합의 정책 목표가 적지 않게 달성됐다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부유세 폐지, 임금·사업소득자 감세, 고용 기업에 준조세 완화와 같은 정책은 25만개 일자리 창출,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최고인 20∼64세 고용률 79.4% 달성, 정부 부채 국민총생산(GNP) 대비 30%대 유지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우파 연합을 이끄는 프레드릭 레인펠트 총리가 2006년 총선 때 약속한 '소외 해소'도 조기은퇴자 수 35% 감소와 장기병가자 수 34% 감소라는 수치를 보면 `공약'(空約)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스웨덴 경제성장 성적표도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나쁘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졌다. 왜일까. 정치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의 분석을 토대로 굳이 이유를 꼽는다면, 청년실업 및 장기실업 해결 실패와 양극화 심화, 민영화 폐해라는 답이 나온다.

8년만의 정권탈환을 이룬 스웨덴 사회민주당의 총선 선거포스터. 집권연정의 감세정책보다 복지가 우선이라는 내용으로 호소하고 있다.

스웨덴의 15∼24세 실업률은 2006년 21.5%에서 작년 23.6%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장기실업자 수치도 7만5천250명에서 12만1천200명으로 늘었다.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8위에서 28위로 역대 최저의 성적에 머물렀다.

소득대체율을 실업급여 수령기간 200일 이후 70%로 낮추고 300일 이후에는 기간 연장 가능성을 폐지한 것도 사회적 약자를 비인간적으로 대우한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병에 걸려 현금보상을 받는 기간에도 능력에 따라 일을 하게끔 유도함으로써 임금생활자로의 조기 복귀를 강제한 조치도 이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민영화 확대로 보육, 의료, 양로요양 부문에서 복지가 줄고 주택가격과 가계부채가 증가한 것 역시 민심을 떠나게 한 주된 요인이다.

한마디로 우파 주도의 친(親)기업적 시장주의 강화와 복지 효율화보다는, 친노동적 시장질서 조절과 복지 재보강 쪽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이 기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 8년을 복지병 걸린 스웨덴의 전면적 우향우로 해석한다거나, 향후 사민당 주도의 좌파 연정 진로를 복지 일색의 좌향좌 복권으로 해석하는 것은 단견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스웨덴 웁살라대학 경제사연구소 소속 라쉬 마그누손 교수 같은 학자들이 사람들은 스웨덴 좌, 우 정파의 이념적 차이를 자주 과장한다고 지적하는 것은 그런 맥락에서다.

사민당은 2006년 정권을 잃었을 때에도 35.0% 지지를 받아 모든 정당 가운데 최고 득표율을 올렸다. 2010년에도 역대 최저인 30.7% 지지에 그쳤지만, 여전히 1등 정당이었다. 사민당의 경향적 약세에도 스웨덴 사민주의는 복지병 때문에 폐기 처분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반대편 라이벌 정당인 온건당 역시 집권 후 자당을 스웨덴의 유일한 노동자 정당이라고 선전할 만큼 좌우의 이념 논란을 떠나서 중간지대로 향했다.

하지만, 최근 총선공약 발표에서 논란이 됐던 것처럼 사민당 연정의 재집권에 따른 증세 여부와 복지 메뉴 확대 가능성, 그리고 민영화 철회 수준은 지속적으로 관심을 끌 전망이다.

사민당은 지난 2일 총선 공약 실행을 위한 예산을 400억 크로나(5조8천억 원)로 책정함으로써 전날 집권 보수 연정이 내놓은 130억 크로나(1조8천900억 원)와 선명하게 대비됐다.

또 다른 주목 거리는 이민자들을 싫어하는 극우 스웨덴민주당의 대약진이다. 2006년 총선 때 2.9%로 주요 정당 가운데 말석에 자리했던 이 당은 2010년에는 5.7%를 얻더니만, 이번에는 두자릿수 득표율로 3당 등극이 예상되고 있다.

개방적 이민정책으로 유명한 스웨덴에서 이 정당은 좌, 우파 연합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지만, 원내에서 목소리를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페미니스트 정당으로 사상 처음 원내 진입이 유력시되는 여성당도 집권 연정 가세 가능성부터 정치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공산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