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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18일 14시 01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28일 03시 00분 KST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에게 남긴 5가지 유산

프란치스코 교황이 18일 한국을 떠났다.

지난 14일 서울 성남공항을 통해 입국한 교황은 4박5일 간의 일정동안 우리 사회의 낮은 곳을 찾고 사회적 약자들을 어루만졌다.

방한 일정 중 가장 큰 행사인 시복 미사가 치러진 16일 광화문 일대는 경복궁에서부터 시청광장까지 교황의 강론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는 가톨릭 신자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정치적 성향, 종교적 이념, 세대, 지역 등을 떠나 전 국민들은 교황의 몸짓, 말, 행동, 행보 모든 것에 주목했다.

왜 우리는 교황의 축복에 감동했을까.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이번 방한을 통해 교황이 남긴 5가지 유산을 정리했다.

1. “세월호는 비극적 사건…공동선을 위해 연대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카 퍼레이드를 하던 중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김영오 씨를 위로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인하여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하여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한국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15일, 대전월드컵 경기장 서모승천대축일 미사 집전에서)

교황의 메시지는 간결하고 분명했다. 방한 일정 내내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하며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전세계에 알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방한 첫날 서울 성남공항에서 만난 세월호 유가족에게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후 광화문 시복미사에서는 직접 세월호 배지를 달고 미사를 진행했고 유민이 아빠 김영오씨와 만났다.故이승현군 아버지 이호진씨에게 직접 세례를 내렸고, 이호진씨가 38일간 900km를 걸으며 전국을 메고 다녔던 십자가는 로마로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떠나기 직전까지도 직접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편지를 쓰는 등 교황은 일정 가운데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살뜰히 챙겼다.

“세월호 유가족들과의 만남, 대통령보다 교황이 더 많다”는 김영오씨의 말이 뼈 아프게 들릴 정도였다. 그동안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유언비어가 난무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은 안팎으로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상처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교황이 머문 4박 5일 동안은 그 어떤 비난도 들리지 않았다.

교황은 분명하게 말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한국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

2.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바란다”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를 마친 뒤 박근혜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을 주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속 강화되기를 희망한다. 오늘날 절실히 필요한 연대의 세계화에서도 이 나라가 앞장서 주기를 바란다. 연대의 세계화는 모든 인류 가족의 전인적인 발전을 목적으로 한다” (14일, 청와대 연설 가운데)

교황은 민주국가인 한국을 방문해서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언급을 했다는 점 자체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에서부터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사태,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자살, 용산 참사 등 숱한 정치사회적 문제가 불거졌다. 교황은 개별적 사건을 언급하기 보다는 간접적 화법을 통해 민주주의를 “강화하라. 연대하라”고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직접적으로 밀양·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차 해고 노동자, 용산 참사 유가족 등을 직접 초청해 위로했다.

물론 교황의 언어를 정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분석도 있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는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의 발언을 특정 정파가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건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전형”이라고 했다. “교황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교황령을 놓고 유럽의 세속 정치권력과 경쟁하느라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으나 그 뒤론 정교분리가 명확해져 보편적이고 영적인 발언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황사를 연구한 차용구(서양중세사) 중앙대 교수 역시 “세월호나 평화·소통·민주주의 등 방한 기간 중 교황의 언급을 보면 예상보다 훨씬 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내용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행보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어야 한다는 반론도 나온다. 위안부 할머니에게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의 세계화를, 밀양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노인과 지역에 대한 배려를,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용산 참사 희생자에게서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말이다.

특히 교황은 말했다. 아주 직접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가난을 만들어 내고 노동자들을 소외시키는 비인간적인 경제 모델들을 거부하기를 빈다."

3. “젊은이들이여!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나흘째인 17일 충남 서산시 해미읍성을 찾아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를 집전하기위해 입장하며 신자와 시민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곁에 있는 젊은이들이 기쁨과 확신을 찾고, 결코 희망을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집전에서)

“아시아에 살고 있는 젊은이로서, 이 위대한 대륙의 아들딸로서, 여러분들은 여러분의 사회생활에 온전히 참여할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사회생활의 모든 측면에 신앙의 지혜를 불어넣으라.” (17일 충남 서산 해미읍성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미사 강론)

교황은 이번 방한에서 젊은이들의 사회참여에 대해 강조했다.

SBS 윤창현 기자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제 서품을 받은 이후 고국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에 맞서 남몰래 저항해 온 분”이라며 “자신의 신부복을 입혀 수배 중인 젊은이를 외국으로 탈출시키는 등 군사 정권의 폭압 속에 '베르골리오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여러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교황이기에 젊은이들의 행동과 말에 귀를 기울이고, 젊은이들이 세상을 이끌어 나가는 주체가 되길 바란 것이다. 교황은 그러면서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를 괴롭히는 사회의 빈부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삶에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물질과 권력, 쾌락 숭배의 징후들을 우리는 본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많은 친구와 동료들이 엄청난 물질적 번영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빈곤, 외로움, 남모를 절망감에 고통받고 있다” (15일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교황은 젊은이들에게 행동하라고 분명히 이야기하고 있다.

4. 평화를 추구하려면 소통하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남과 북 등의) 평화를 추구하려면 소통해야합니다. 외교는 가능성의 예술이지요. 평화란 상호 비방과 무익한 비판이나 무력시위가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는 대화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14일 오후 청와대 연설에서)

교황은 우리나라를 평화의 부재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온 땅으로 규정했다. 교황은 “한반도의 화해와 안정을 위하여 기울여 온 노력을 치하하고 격려한다”며 말했다. 남북의 분단상황과 대치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이다.

남북 모두 한반도의 대치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5. 어린이들을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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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이번 방한에서 어린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번 차를 멈추고 아기들을 축복했고, 입을 맞추고 포옹했다.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교황은 장애를 갖고 태어나 가족에게서 버려진 이웃들 한 명 한 명에게 입을 맞추고 포옹하며 상처를 어루만졌다.

특히 교황은 손가락을 빨고 있던 갓난아기의 입에 자신의 손가락을 넣어 주기도 하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했다.

왜 그럴까. 바로 어린이들이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갈 주역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제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을 맞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메운 신자와 순례자 앞에서 삼종기도를 집전하면서 중동과 이라크, 우크라이나에서 서로 싸우는 이들에게 전쟁을 끝낼 것을 촉구하며 어린이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보였다.

멈춰라. 제발 멈춰라. 진심으로 여러분에게 간구한다. 형제자매여 절대로 전쟁은 안 된다. 난 고귀한 삶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빼앗긴 아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 아이, 불구가 된 아이, 고아, 전쟁 잔해를 장난감으로 갖고 노는 아이, 어떻게 미소를 짓는지를 모르는 아이를 생각한다. (7월 27일, 연합뉴스)

교황은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비극적 사건에 대해 연대하고, 민주주의를 강화시키고, 젊은이들이 희망을 빼앗겨서는 안되며, 평화를 추구하기 위해서 소통을 하며, 어린이들을 사랑하라고 말이다.

이제 그 메시지의 실현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