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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4일 03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04일 03시 41분 KST

어처구니없는 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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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최아무개(43)씨는 지난 5월12일 안산고용노동지청을 찾았다. 집 근처 ‘ㅈ마트’에서 일하는 부인 김아무개(44)씨가 6년째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5210원인데 김씨는 4800원을 받았다. 최씨는 신고를 하며 “아내가 지금도 그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신원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최씨와 부인의 신분은 단 하루만에 드러나고 말았다. 신고 다음날 지청의 한 근로감독관이 “당사자도 아닌데 왜 신고를 했느냐”고 묻더니, 잠시 뒤 ㅈ마트 이사라는 사람이 “직원 김아무개씨 남편 분이시냐? 신고를 했다니 섭섭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근로감독관이 마트에 “최아무개씨가 최저임금 위반 신고를 했는데 최씨를 아느냐”고 물었고, 마트 쪽은 직원들이 입사 때 낸 주민등록등본을 확인해 최씨가 직원 김씨의 남편이란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결국 부인 김씨는 6월9일 다니던 마트를 그만둬야 했다. 마트 쪽은 “권고사직을 당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며 압박했고, 김씨가 일하던 야채매장의 근무시간도 줄였다. 졸지에 동료 직원 두 명도 임금이 줄자 마트 일을 그만뒀다. 김씨는 최저임금과의 차액 3년치(임금채권 소멸시효) 350여 만원을 받아낸 대가로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신분이 공개돼 불이익을 당한 최씨가 강력히 항의하자 지청 쪽은 그때서야 사과를 했다. 이덕희 안산고용노동지청장은 3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근로감독관이 최씨를 퇴직자로 착각해 마트 쪽에 이름을 얘기한 잘못이 있다”면서도 “이런 실수가 없더라도 어차피 신고자가 누구인지 알려질 수밖에 없는 게 근로감독의 현실”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과 관계자는 “제보의 일종인 근로감독 청원 형식으로 처리하면 신고자를 드러내지 않고도 충분히 근로감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ㅈ마트의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최씨 요구에 지청은 마지못해 7월22일부터 근로감독을 벌였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위반 혐의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근로기준법은 5명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용자에게 노동자의 인적사항과 노동시간, 임금액 등을 적은 임금대장을 반드시 작성토록 정하고 있다.

안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재직자들에게 물어봤지만 ㅈ마트 쪽이 임금대장을 적지 않은 바람에 법률 위반 혐의를 입증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청은 마트를 그만둔 직원 세명에게는 최저임금 지급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조사가 형식적이었다는 것이다.

그 탓에 ㅈ마트는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서만 “임금대장을 작성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을 뿐 최저임금법 위반에 따른 처벌은 피하게 됐다. 노동계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이 빚어진 원인을 그동안 고용부가 솜방망이 처분만 반복한데서 찾는다. 법률은 근로기준법이나 최저임금법을 어길 경우 사용주에게 과태료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지만 고용부는 주로 시정명령만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