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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4일 03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8월 11일 13시 23분 KST

北 태블릿PC 사용후기

연합뉴스

북한의 최신 태블릿PC '룡흥'을 직접 손에 쥐어본 첫 느낌은 '두껍고 무겁다'였다.

화면 넘김은 무난했지만 전반적인 화면 터치 감도는 떨어졌다.

김일성·김정일 저작을 모아놓은 주체사상 교육 앱이 기본 앱으로 탑재돼 이 태블릿PC가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룡흥'에는 인터넷 기능이 없어 최신 모바일기기보다는 2000년대 학습용으로 인기를 끌다 자취를 감춘 구형 PMP에 가까워 보였다.

국책연구기관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종선 연구위원이 최근 입수한 '룡흥'을 직접 시연해보니 이 태블릿PC는 주체사상 학습이나 초·중등학생의 정규 교육을 목적으로 개발된 듯했다.

'룡흥'은 북한 룡악산정보기술교류소가 작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국제상품전람회에서 처음 공개한 태블릿PC다.

북한은 2010년부터 태블릿PC 개발을 시작, 2012년 '아리랑'(511공장)·'삼지연'(조선콤퓨터쎈터)·'아침'(아침팬더 합작회사)을 출시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의 외부세계 접촉을 통제하는 탓에 북한 태블릿PC에는 모두 인터넷 기능이 없다. 올해 출시를 앞둔 태블릿PC '울림'(평양기술회사)은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해 내부 인터넷망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룡흥'의 크기는 가로 193mm, 세로 119mm, 두께 12mm로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초기 모델과 비슷하다. 무게는 300g 수준이다.

왼쪽 위의 버튼을 눌러 전원을 켜자 화면에 구글 안드로이드 체제를 기반으로 했음을 알리는 안드로이드 로봇이 등장했고 이어 '판형콤퓨터 룡흥'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며 로딩이 시작됐다.

평양 창전거리를 배경으로 한 바둑판형 메뉴 화면은 국내에서 생산된 안드로이드 체제 기반의 태블릿PC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본 탑재된 30여개의 앱은 대부분 교육용과 게임용이었고 카메라, 사진첩, 계산기, 음악 등 모바일 기기의 기본 기능도 포함됐다.

이 중 '비약사전', '광명대사전', '백두산총서', '전자교과서·참고서', '중국어배우기' 등 교육용 앱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사상교육을 위해 개발된 '백두산총서' 앱을 실행하니 백두산 천지 사진을 배경으로 한 붉은색의 메뉴화면이 나타났다.

'김일성 동지 로작', '김정일 동지 로작' 등 세부 메뉴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 기록한 저술이 담겨 있었다.

'전자교과·참고서' 앱에서는 '국어문학학습문답집', '셈 공부' 등 초중등 과정의 다양한 교과서와 사전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당구', '로보트 달리기', '주패놀이' 등 게임 앱도 많았지만 대부분 그래픽과 구성이 조잡한 단순한 게임들이었다.

터치 스크린 감도는 국내 제품과 비교해 많이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졌고 사용 중 화면이 멈추는 현상도 자주 발생했다.

배터리 기능도 떨어져 종일 충전을 해도 몇 시간 가지 않아 배터리가 금세 소진됐다.

'룡흥'은 북한에서 200달러 내외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선 연구위원은 "북한 태블릿PC는 사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지만 시스템이 자주 정지되는 등 시스템 최적화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안드로이드 체제 전체를 개조해 생산한 '아리랑'의 사례를 들며 "개조 시도 탓에 언어 기능에 일부 문제가 발생했지만 자체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2013년형 '아리랑'은 중국에서 생산한 A721 메인보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아직 북한의 태블릿PC 하드웨어는 해외에서 부품을 수입해 단순 조립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의 PC 운영체제 '붉은별'과 최신 태블릿PC를 분석한 '통일을 대비한 북한의 IT기술 분석 및 협력방안'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조만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