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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22일 07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22일 07시 52분 KST

"노숙자도 사람답게" 美시민단체 '샤워 버스' 운영

미국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도시 중 하나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시민단체가 노숙자를 위한 '샤워 버스'를 운영해 화제가 되고 있다.

노숙자가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도 이용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지극히 현실적 배려에서 나온 사업이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의 시민단체 '라바 메이'는 개인용 욕실 2개가 설치된 '샤워 버스'를 만들어 지난달부터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근처 노숙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버스에는 따뜻한 물이 나오며, 깨끗한 변기와 샤워 시설이 설치돼 있다. 또 샴푸, 비누, 수건도 무료로 제공된다.

버스에 샤워 시설과 변기를 설치하는 데 든 비용 7만5천달러(7천700만원)는 구글 등의 기부로 충당됐다.

시 당국은 이 버스가 근처 소화전에서 물을 끌어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노숙자들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되찾도록 해 주고 싶었다는 것이 라바 메이 창립자인 도니스 샌도벌의 얘기다.

샌도벌은 "만약 당신이 집이 없고, 거리에서 살고 있고, (씻지 못해) 지저분하다면, 뭔가 상황을 호전시켜 보려고 하더라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설명했다.

씻지 못해 냄새가 나는 노숙자는 구직 면접을 볼 수도 없고, 저소득층 임대주택 수용 시설에 들어가고 싶다고 신청할 수도 없다.

또 이런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것이 동떨어진 얘기가 돼 버린다는 것이다.

샌도벌은 "그래서 샤워를 한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무척 놀라운 일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샤워를 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샤워를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워한다"며 "이토록 간단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을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라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일부 노숙자 쉼터에 샤워 시설이 있긴 하지만, 며칠이나 몇 달에 한 번이라도 씻고 싶어하는 노숙자들이 몰려 줄을 매우 길게 늘어서야 한다.

이와 별개로 시 당국은 도심의 슬럼가 세 곳에서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후에 이동식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다.

노숙자들이 화장실을 갈 수가 없어서 대소변을 길에서 보는 바람에 악취가 진동한다는 주민과 보행자들의 불평이 잇따라 접수된 탓이다.

시내 인구가 82만여명인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수는 지난해 기준으로 6천400명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