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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15일 12시 1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15일 20시 36분 KST

누가 팬택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나

연합뉴스

팬택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얼마 전까지도 이병헌이 CF에서 들고 나오던, 그 휴대폰을 만들던 회사 말이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팬택은 지난 3월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채권단과 협의해 기업을 정상화시켜보겠다는 것. 채권단도 동의했다. 당장은 회사가 어렵지만, 조금 손을 보면 회생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채권단이 제시한 ‘경영정상화 방안’이 벽에 부딪히면서 팬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당장 2000여명에 이르는 직원과 8만명에 가까운 협력업체 직원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제2의 쌍용차’가 우려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헐값매각과 ‘먹튀’ 논란이 재연될 조짐이 보인다는 것.

왜 이렇게 됐을까? 답은 간단하지 않다. 팬택 외에도 통신사와 정부, 채권단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다. 보조금이나 휴대폰 유통구조, 정부 정책 등 우리나라 통신산업의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사안이기도 하다.

분명한 건 이번 사태의 원인이 팬택에게만 있지 않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팬택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팬택 사태를 바라보는 ‘5가지 시선’을 통해 문제의 원인과 전망, 해결책을 살펴보자.

1. 팬택 : 통신사는 ‘슈퍼갑(甲)’이었다

휴대폰 판매량은 기기 자체의 품질이나 경쟁력보다는 보조금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대개의 경우 고만고만한 기기들 중에서 당장 몇 만원, 몇 십 만원 더 싸다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보통이라는 얘기다.

보조금에는 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과 팬택 같은 제조사가 부담하는 보조금이 있다. ‘판매장려금’이라고 불리는 돈이다. 팬택이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로 이 판매장려금을 꼽는 의견이 나온다.

통신사가 공짜폰을 풀어야겠다고 하면 단말기 제조사 입장에서는 보조금을 따라서 지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통신 구조다. 게다가 삼성과 LG등 1, 2위 업체들이 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여력이 없는 팬택도 어쩔 수 없었다. 어쨌든 판매를 일으키고 돈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블로터닷넷 7월10일)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국내 통신사들이 휴대폰 기기와 요금제를 묶어서 팔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기기의 유통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것. 팬택 같은 제조사는 통신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대라도 더 팔려면 한 푼이라도 보조금을 더 지급해야 하고, 통신사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

이렇게 통신사와 제조사가 보조금을 뿌려댄 결과, 그야말로 미로 같은 휴대폰 유통구조가 정착됐다. ‘2년 약정에 공짜’라는 식의 호객행위가 넘쳐나지만 누구도 정확한 기기 값이 얼마인지, ‘요금할인’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이런 구조에서 팬택은 살아남을 길이 마땅치 않다. 열심히 휴대폰을 만들어도, 결국 판매량을 좌우하는 건 보조금이다. 국내 업계 3위이긴 하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경쟁하는 데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스스로를 팬택 직원이라고 밝힌 한 블로거는 우리나라 휴대전화 유통구조의 문제점과 통신사들의 ‘갑질’을 비판했다.

우리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스마트폰을 파는 제조업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통사에 스마트폰을 납품하지요. 그러니 이통사가 이렇게 만들어라, 저렇게 만들어라 하면 그걸 따르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통사가 우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물건을 사지 않기 때문입니다.

(중략)

그런데 이통사는 폰을 껴서 자신들의 서비스를 판매하지요. 최신단말의 경우 69요금제, 89요금제 아니면 팔지도 않습니다. 부가세까지 끼고, 24개월 약정을 생각했을 때 우리는 240만원을 들여서 폰을 구매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것에 둔감합니다. 1만원 2만원도 요금 내는 것을 아까워하던 사람들이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69000원 89000원은 아까워하지 않습니다.

(중략)

우리가 피 같은 요금이 왜 생존가능성이 없는 팬택으로 흘러들어가야 하냐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팬택의 상당한 금액이 이미 이통사의 보조금으로 들어갔으며 이통사는 그 보조금으로 마케팅을 했습니다.

(중략)

제발 많은 분들이 이 부조리한 이통사 구조와 요금제도를 직시하셨으면 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4명이면 최소 200만원~400만원을 연간 이동통신 요금으로 소비하고 계신 분들... 분노하셔야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체계 속에서 우리는 그냥 그렇게 침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정부와 이통사는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팬택 - 우리의 삶의 터전’, 7월10일)

물론 팬택이 공개적으로 통신사들을 비판할 상황은 못 된다. 오히려 이준우 팬택 대표이사는 지난 10일 잔뜩 자세를 낮추며 도움을 호소했다.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팬택 사옥에서 열린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진행 현황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준우 팬택 대표(가운데)를 비롯한 문지우 팬택 부사장(왼쪽), 박창진 부사장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 통신사 : 무턱대고 도와줄 수는 없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통신사들은 팬택의 운명을 좌우할 칼자루를 쥐고 있다. 지난 4일 채권단이 3000억원을 출자전환 하는 조건으로 통신사들에게도 1800억원을 부담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팬택으로부터 받아야 할 돈을 현금 대신 팬택 주식으로 받자는 것.

그러나 통신사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채권단이 처음 제시한 기한인 지난 8일까지도 답을 하지 않았고, 한 차례 연장된 14일까지도 침묵을 지켰다. 14일, 채권단이 다시 한 번 기한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통신사들도 할 말은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는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통사가 보유한 팬택에 대한 채권 1천800억원을 출자전환한다고 해도 원금 회수 가능성이 크지 않고, 주주로서 추가적인 부담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여기에 적자가 큰 회사에 출자할 경우 배임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걸리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이 일정부분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출자 전환을 포기하는 이른바 '로스컷'(손절매)을 선택했다는 해석이다.

특히 이통사들은 출자전환을 하게 되면 이통사의 지위가 채권자에서 주주로 변경된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통사 입장에서 팬택 회생을 위한 추가 부담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7월8일)

통신사들이 팬택의 독자 생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도 물론 보조금 문제가 끼어 있다.

팬택의 독자 생존이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것은 팬택 매출채권의 ‘성질’을 이해하면 알 수 있다고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팬택의 매출채권은 판매 장려금이다. 고객이 휴대폰을 살 때 지급되는 보조금이 이것이다. 그런데 팬택은 사실상 해외시장이 막혀 있고, 국내 통신사만 상대로 영업한다. 상대적으로 을(乙)의 위치인데다, 삼성, LG와 달리 ‘저가’라는 인식이 있어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오죽하면 일일이 대리점을 찾아다니며 별도로 보조금 정책을 펴기도 했다.

한 전문가는 “추가로 지불한 장려금이 통신사로부터 받아야 하는 대금을 오히려 뛰어넘은 것”이라며 “이런데도 각 통신사엔 엄청난 재고(약 70만대)가 쌓여 있다. 재고를 팔려면 또 다시 보조금을 대거 투입해야 하고, 고스란히 돌려받지 못하는 빚만 쌓인다. 이런 사정이기에 이동통신사가 출자전환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7월6일)

한편으로 통신사들은 채권단에 불만을 터뜨린다. 채권단이 교묘하게 부담을 통신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

채권단으로서는 이동통신사들이 출자전환에 참여하면 손해 볼 일이 없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을 통해 기업 회생에 나서면 된다. 반면 이동통신3사가 마지막까지 출자전환에 참여하지 않아 팬택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은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이들 이동통신사들에게 떠넘길 수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채권단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누가 아이디어를 냈는지 모르지만 치밀하게 짜인 각본”이라며 “조건만 보더라도 자신들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주판을 두드린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7월11일)

한 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채권단이 정말 팬택의 회생을 원했다면 자신들이 먼저 출자전환을 하고 동참을 요청하는 게 순서”라며 “살리든 죽이든 결정권과 책임은 채권단에 있는데, 제 손에 피 묻히기 싫다고 절벽에서 등 떠미는 역할만 통신사에 넘긴 꼴”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MTN 7월14일)

3. 채권단 : 왜 통신사 손실을 메꿔줘야 하나

반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통신사들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팬택의 회생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통신사들의 손실만 메워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물귀신 작전'을 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일부에선 채권단이 먼저 출자전환을 하고 이통사를 설득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채권단으로선 이통사의 약속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휴대폰을 생산하는 팬택은 이통사들이 휴대폰을 구매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회사다. 결국 ‘이통사의 협조’는 팬택 정상화의 전제조건인 셈이다.

(중략)

채권단만 출자전환할 경우 이 돈은 이통사의 채권을 상환하는데 사용된다. 이통사가 상거래채권을 회수하고 팬택과의 거래를 줄이거나 끊어버리면 팬택의 회생은 불가능하고 채권단은 헛돈만 쓴 셈이 된다. 채권단이 팬택 회생방안에 이통사를 끌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통사들은 지금도 더 이상 상거래채권을 늘리지 않기 위해 팬택 제품을 구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통사들은 규모가 큰 사적 채권자들이다”며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하는 자금은 기업 회생에 쓰여야지 대기업 채권자들의 손실을 막아주는데 사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7월14일)

통신사들이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주도하며 팬택 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채권단이 이동통신사의 출자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이번 팬택 위기의 책임이 이동통신사에도 있기 때문이다. 팬택이 경쟁적인 가입자 뺏기의 희생양이라는 것은 이동통신사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이동통신사는 향후 추가 지원 우려 때문에 쉽게 출자전환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7월14일)

4. 언론·전문가 : 헐값매각, 기술유출은 누가 책임지나

통신사들이 끝내 출자전환을 거부하면 채권단이 제시한 회생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수순에 따라 팬택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고, 회생 가능성은 희박해진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신 해외매각이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4월, 인도의 한 업체가 인수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그럴 경우 헐값매각기술유출 등 이른바 ‘먹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또 팬택의 몰락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시장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정관리인이 투입된 뒤 채권단과 이해 관계자의 의견에 따라 자체회생, 매각, 파산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출자전환마저 포기한 채권단이 단독으로 팬택의 회생을 도울 리는 만무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결국 파산하거나 제 3자에게 헐값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현재까지 팬택 인수자로는 중국, 인도 업체들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자국 내에서 저가 스마트폰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팬택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기술과 미국 AT&T 등과 연결되는 유통망이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업계 관계자는 “이들 외국계 기업이 팬택을 인수할 경우 쌍용자동차처럼 기술만 빼가는 먹튀 논란이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효과도 없는 영업정지 명령을 내려 3위 제조사를 어려움에 빠뜨린 정부와 기업회생 의지가 부족한 산업은행은 상황을 이렇게 만든 책임을 벗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7월11일)

산업연구원의 김종기 연구위원은 “팬택이 해외 업체에 매각되면 이런 기술력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또 국내 시장에서 삼성-엘지의 양강 체제가 더욱 굳어지며 장기적으로 국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4월15일)

전직원의 절반 이상이 연구인력인 팬택은 지난 23년간 기술개발에만 3조원을 투자하며 기술 집약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등록 특허는 4985건, 출원중인 특허는 1만4573건에 이른다.

(중략)

국내 단말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팬택은 그동안 대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도하지 못한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다. 2010년 삼성전자와 LG전자보다 앞서 국내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리우스’를 내놓았다. 지난해에는 ‘베가 아이언’을 내놓고 애플도 해내지 못한 끊김 없는 금속테두리를 구현했다. (머니투데이 7월8일)

팬택 '베가 아이언' CF.

5. 정부 : (..................) ??

채권단과 통신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한편 중재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는 담당 부처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동부제철의 경우 그룹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할 수 있고 금융시장이 흔들릴 우려가 있었지만 팬택의 경우는 다르다”며 “팬택의 처리 방향은 시장 자율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도 자신들 관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팬택 상황은 따로 검토한 적도 없고 지원할 계획도 없다”라며 역시 채권단과 이통사로 문제 해결의 책임을 돌렸다.

(중략)

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위나 금감원, 미래부, 방통위, 산업부 모두 팬택은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2기 내각 교체로 이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진 것도 복지부동의 주요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7월15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입주한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모습. ⓒ한겨레

그러나 따지고 보면, 정부도 팬택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초 정부가 단행한 통신사 영업정지 조치가 제재효과는 커녕 오히려 통신사들에게 도움이 된 반면, 도리어 팬택의 경영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이렇게 뒷짐을 져도 괜찮은 걸까. 1~2월에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회생의 실마리를 잡았던 팬택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힌 건 미래부가 통신3사에 내린 사상 최장기간 영업정지였다. 이 기간 통신사는 마케팅 비용이 줄어 오히려 이익을 봤고, 팬택과 판매점 등 중소기업들에 피해가 집중됐다.

정부는 이 같은 사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영업정지 이전에 업계와 전문가들이 여러 차례 지적하고 대책을 요구했고 미래부도 그 피해를 감안해 대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당시 미래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이통3사 CEO들에게 “제조사와 유통점들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당부하는 것이 전부였다. (MTN 7월14일)

상반기 각 45일간 이뤄진 영업정지는 팬택에게 그야 말로 독약이 됐다. 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곳곳에서 팬택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들이 나왔지만 결국 영업정지가 강행됐고 팬택은 제품 출고가 꼼짝없이 묶였다. 그 와중에도 정부는 계속해서 단말기 출고가를 내리도록 여러 제조사들을 압박했고, 통신 3사는 가장 먼저 팬택의 등을 떠밀었다. ‘팬택 살리기’가 왜 제품 출고가를 내리는 것이었는지 지금도 아리송한데, 결국 출고가는 떨어졌고 그 부담은 다시 팬택에 돌아갔다. 결국 우려처럼 상반기 영업정지의 화살은 정확히 팬택의 한 분기 영업정지로 이어졌고, 단통법을 앞둔 무리한 출고가 인하도 팬택 쥐어짜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결국 지난 6월부터 팬택은 통신 3사에 단말기를 한 대도 팔지 못했다. (블로터닷넷 7월10일)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 팬택의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한때 품질 관리나 AS를 소홀히 하면서 브랜드 가치가 하락하는 등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고, 저가 정책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만 매달렸던 것도 실패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팬택사태’의 원인을 설명하기 어렵다. 1991년 설립된 이후, 중소기업 중에는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휴대폰 제조사가 바로 팬택이다.

팬택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건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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