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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11일 08시 2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11일 09시 05분 KST

임대 아파트를 둘러싼 갈등 : 소셜믹스가 해법이 될까?

한겨레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기존 주민들이 새 입주민들이 이사들어가는 걸 막고 나섰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가 이 아파트에 임대로 들어오게 되자 집값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해 말 LH공사는 2년간 미분양 상태로 있던 이 아파트 52채를 분양받아 한부모 가정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들에게 임대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이 아파트 입구에 승용차 여러 대가 주차장 출입구를 가로막고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 카드키가 없으면 주차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해 입주민들은 카드키를 빼앗아 출입을 방해했다.

주민들은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기존 주민 대표는 SBS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입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를 받으니까 마찰이 생길 것 뻔하다”고 호소했다.

반면 사회적 배려 대상자 입주민은 “굉장히 힘들다. 애가 그런 얘기를 듣게 되면 트라우마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다음달까지 사회적 배려대상 10가구가 추가로 입주할 예정이어서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다.

그들은 왜 막고 나섰나

이처럼 주민들이 임대 아파트 반대를 하고 나서는 데는 주민들의 자산 이득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아파트 매입 시 주택자금 대출 등 금전적으로 무리를 하면서 아파트에 기대가격을 설정해놓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 역시 학교에서 차별을 받기도 한다.

지방 대도시 한 중학교에 재학했던 시절 한 선생님의 이상한 언행을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었다. 나이 지긋한 이 남자 선생님은 수업 도중 떠든 아이들을 혼낼 때마다 반드시 “집이 어디냐”고 물었다. 대답에 따라 어떤 아이는 벌을 섰고, 어떤 아이는 조용히 자기 책상으로 돌아갔다. 학기 초 학생들은 선생님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느 순간 학생 집이 좀 사는 동네면 떠들어도 봐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준다는 말이 나돌았다. (경향신문, 2013년 12월 11일)

경향신문 문주영 전국사회부 기자는 “중산층으로 대변되는 분양아파트와 저소득층 거주지인 임대아파트의 반목은 이미 고전이지만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이 동네는 되고 저 동네는 안된다니, 우리 사회의 갈등이 이 정도까지 심화됐다는 게 새삼 놀라웠다”고 지적했다.

이런 갈등이 극에 달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소셜믹스’라는 주거정책을 들고 나왔다.

소득수준에 따른 거주자들 간의 위화감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 임대·일반주택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서울 개포주공2단지는 재건축할 때 단지 내에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는 임대아파트(106가구)를 일반분양아파트보다 주민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에 따로 배치하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소셜믹스(social mix)개념’을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바람에 이 계획을 바꿨다. 중소형 아파트 건물에 임대아파트를 골고루 배치하지 않으면 허가자체를 내주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재건축·재개발단지들이 법적 허용치만큼의 임대아파트만 배정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부터는 ‘주민들 간의 실질적 공동거주’가 이뤄지도록 챙기겠다는 게 핵심이다.

주민들은 집값 형성에 부정적이란 이유를 들고 있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전용 60㎡ 이하 소형 비중이 30%나 되는 데다 임대아파트 주민까지 섞여 살아야 한다”며 “부자단지 이미지가 안 생겨 집값이 주변단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메세나폴리스 조감도

임대주택의 설움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초고가 주상복합아파트 '메세나폴리스'에서도 발생했다. 임대주택 입주민들이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차별을 뒀기 때문이다.

처음 이 단지가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사업주체가 103동 4~10층에만 임대물량을 몰아넣고 입구와 엘리베이터를 따로 설치하면서다. 분양주택 입주자와 차별 논란을 부른 것이다. 가사도우미, 헬스케어, 헬스트레이닝, 골프ㆍ요가강습 등의 서비스는 물론 커뮤니티센터도 사용할 수 없었다. 여론이 악화되자 시공사인 GS건설은 엘리베이터를 보강하고 일정 기간 커뮤니티시설을 개방하기로 검토하면서 사태는 마무리되는 듯 했다. (아시아경제, 6월25일)

음료를 마시는 카페는 분양자 전용 카드키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고 게스트룸과 키즈룸은 임대 입주민에게 개방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제기됐다. 메세나폴리스만의 특화 서비스로 알려진 가사도우미 비용 역시 시공사에서 절반을 지원하고 있으나 임대 입주민에게는 제공되지 않는다.

임대주택 주민들은 같은 건물에서 거주하면서 서비스를 차별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서울시에 조정해달라고 요청해놨지만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서울시와 SH공사는 물론 관할 자치구인 마포구는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결성돼 재산권을 행사하고 있고 임대주택 매입 당시 커뮤니티시설 등 편의시설 사용권은 계약서에서 명백하게 빠져 있어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소셜믹스 정책이 차별만 노골화한다며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단순히 여러 계층을 섞여 살게 하면 융화될 것이라는 소셜믹스 정책이 설계단계부터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한국 사회에서 특정 지역에 산다는 것은 곧바로 계급을 의미한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주택을 일반주택과 분리해 짓던 과거로 돌아갈 경우, 임대주택 단지는 불량주거지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중략) 따라서 소셜믹스 정책을 재검토하는 대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 정책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옳다. 재개발·재건축 시 임대주택 입주민이 일반분양 입주민에 비해 차별받지 않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과 시·도 조례 등에 명확한 규정을 넣을 필요가 있다. 시민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소셜믹스는 가난한 이에게만 유리한 정책이 아니다. 계층갈등이 적은 사회,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는 모두에게 이익이다. (경향신문, 2012년 2월 26일)

과연 조화로운 주거는 가능한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