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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09일 18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09일 18시 32분 KST

"뻘 쌓인 금강, 호수처럼 변해간다"

"강 바닥을 뒤덮은 뻘은 강이 정체돼 호수처럼 변해가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9일 오전 4대강 사업 구간의 하나인 금강 백제보 앞에서 환경단체와 함께 금강 현장조사에 참여한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박사는 이같이 결론을 내렸다.

9일 오후 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세종보 위쪽 요트선착장 물 위에 떠 있는 큰빗이끼벌레.

금강을 지키는 사람들 등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날 금강 백제보와 공주보, 세종보 일원에서 4대강 사업이 수질 환경에 끼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9일 오후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박사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백제보 아래 금강에서 채취한 저질토를 살펴보고 있다.

이 박사가 배를 타고 백제보의 상류와 하류 바닥에서 흙을 채취해 비교한 결과, 하류 쪽의 흙의 오염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오후 충남 부여군 규암면 호암교 아래 지천. 인근의 금강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역행침식이 진행돼 사면이 깎여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류에서 채취한 시료에는 모래가 아닌 단단히 뭉쳐진 형태의 찐득찐득한 검은 뻘이 가득했고, 악취가 코를 찔렀다.

이 박사는 "지난해 공주보 상류에서 채취할 때만 해도 흙을 잡으려면 손 안에서 흩어져 버릴 정도였는데, 일 년 만에 완전히 단단히 뭉쳐진 형태가 됐다"며 "보 건설에 의해 유속이 느려지면서 고운 입자가 쌓였고, 공기가 통하지 않은 혐기 상태가 되면서 물고기들이 숨 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수심 1m 깊이의 백제보 우안 쪽 유속을 측정해본 결과 0.02m/s 정도로 매우 느린 편이었다.

백제보 인근은 2012년 10월 누치, 참마자, 동자개, 끄리 등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떼죽음당한 채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해 충남도 민관공동조사단은 용존 산소 부족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현정 박사는 "추정컨대, 보에 의해 강의 유속이 느려지면서 작은 알갱이 입자들이 많이 가라앉았고, 조류제거를 위해 쓰인 황토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입자들과 응집하면서 오염물질화 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오염물질의 분해를 위해 산소가 소모됐고, 결국 용존산소 부족으로 물고기가 폐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박사가 지난 2월 27일 공주보 인근 금강 13군데 지점에서 강바닥의 저질토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오염물질의 지표인 유효인산이 다량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강에 모래가 아닌 점토와 퇴적층이 쌓이는 것이나 정체된 물에서만 사는 큰빗이끼벌레가 출몰하는 것은 강이 호수처럼 고인 물이 돼 가는 증거로 볼 수 있다"며 "강과 지하수가 자연스레 연동되는 흐름마저 끊기면서 농업용수의 오염 등의 문제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세종보 인근 요트선착장과 금강 불티교 아래 하천 곳곳에서는 외래종인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됐다.

큰빗이끼벌레는 대형 인공호수나 저수지 등 정체 수역에서 출현하는 이끼 모양의 태형동물이다.

주먹 크기에서 축구공 크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뭉쳐져 있는 이끼벌레가 선착장 기둥이나 강변 돌에 붙어 있거나 물 위에 떠 있는 상태이다.

물컹물컹한 몸체가 시각적으로 혐오감을 주는 것도 있지만, 하수구에서 나는 것과 같은 악취가 진동해 문제가 되고 있다.

김종술 대전충남녹색연합 운영위원은 "큰빗이끼벌레의 사체가 부패하면서 내는 암모니아 가스가 수질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종현 금강유역환경청 수생태관리과 팀장은 "큰빗이끼벌레는 1990년대부터 국내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댐이나 저수지가 아닌 강 본류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수량이 이례적으로 적고 수온이 높았던 1994년 3월에 큰빗이끼벌레가 이상 번식한 적이 있다"면서 "최근의 이끼벌레 번식에 대해서는 환경부에서 4대강 전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부여군 규암면 호암교 아래 지천에서는 4대강 사업의 영향으로 역행침식이 진행돼 사면이 깎인 모습이 확인됐으며, 인근 금암리에는 4대강 공사에 쓰인 준설토가 그대로 방치돼 붕괴 위험이 제기됐다.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부여에는 낙화암, 부소산성 등이 있어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자치단체는 금강 개발사업을 위해 요트선착장을 마구잡이로 건설했다"며 "결국 기대했던 관광 효과는 없었고, 자치단체는 혈세를 쏟아부어 수질 오염에 앞장선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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