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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25일 11시 3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25일 12시 31분 KST

절대권력 김기춘 ‘부통령', 이번에도 살아남을까?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낙마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잇따른 인사실패의 책임에서 김 실장이 자유롭지 못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김기춘 책임론’이 확산되는 이유는 그가 박근혜정부의 고위직 인사를 총괄하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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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은 검증뿐 아니라 문 후보자 인선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실패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문 후보자는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를 통해 김 실장에게 천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 6월19일)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에서도 ‘김기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는 “국민 뜻에 반하는 두 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는데 대통령 사과가 없다. 오히려 청와대 인사 검증 책임자인 비서실장은 건재하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김 실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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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김 실장 책임론이 제기됐다. 당권 주자인 김무성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7·14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에게 “어쨌든 두 번째 총리 후보자 낙마에 대해 (인사 검증을) 담당한 분은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역시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상민 의원도 “문창극 후보자도 박근혜 정부 인사 시스템의 피해자”라며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의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6월25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5월27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가 열리기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김기춘 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막후 권력자’로 꼽힌다. ‘부통령’이라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도 김 실장의 전횡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판단의 주체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실장의 인사에 대한 비판이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청와대 인사권을 틀어쥔 김기춘 실장의 전횡 탓에 인사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대놓고 부딪치지 않았을 뿐,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이런 비판은 공공연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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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청와대 사정에 밝은 이들은 김기춘 실장이 정부 내 모든 문제에 꼬치꼬치 관여하는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근혜 대통령의 ‘만기친람’에 빗대 ‘만기춘람’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최근 사의를 표명하고 청와대를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돈다. (시사in 353호, 6월19일)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쉽게 김 실장을 내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히 우세하다. 김 실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김 실장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와는 별개로 여당 내부에조차 신뢰를 잃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버팀목은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의 김 실장 의존도가 지나치다는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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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한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은 김기춘 실장 없이는 일을 못한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6월25일)

김기춘 실장은 지난해 8월 임명된 이래 여러 차례 야당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 속에 지금껏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 초 사퇴설이 불거졌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김 실장의 사퇴설은 최근까지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이었다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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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내에서의 업무 장악력도 여전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일치된 말이다. 다른 참모는 “김 실장이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짧은 보고’를 강조하는 김 실장 덕에 청와대 보고서의 양이 많이 줄어 방대한 보고서를 읽는 박근혜 대통령의 부담도 줄었다고 한다. (중앙일보 3월13일)

지난해 8월6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김기춘 비서실장과 함께 회의장에 걸어들어오고 있다. ⓒ한겨레/청와대사진기자단

김 실장과 박 대통령의 ‘각별한 관계’는 그 뿌리가 깊다.


김 실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2월 청와대 참모들이 박 대통령에게 보낸 각오의 글에 ‘멸사봉공(滅私奉公·나를 버리고 공을 위해 일함)’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에게 목숨을 바침)’라고 썼다. 1972년 유신헌법 초안을 작성하고,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정수장학회 졸업생 모임인 ‘상청회(常靑會) 회장, 박정희 기념사업회 초대 이사장을 지내는 등 박정희 전 대통령을 향했던 충성은 40년 뒤 딸인 박 대통령으로 대를 이어 계속되고 있다. (경향신문 5월25일)

지난해 비서실장에 임명된 이후 김 실장이 보여준 국정 장악능력도 박 대통령이 ‘무한신임’을 보내는 이유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 고비 때마다 강력한 ‘공안몰이’로 정국을 반전시키는 데 김 실장이 혁혁한 공을 세워왔다는 것.


김기춘 실장의 취임 후, 야권의 예상대로 공안 당국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졌다. 공안당국의 첫 표적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8월 이 의원과 통합진보당 몇몇 인사들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해, 전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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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은 지난해 9월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이 불거진 직후 ‘찍어내기’ 논란에도 김 실장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1월23일)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경남 사천시 저도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서울에 올라오자마자 73세의 김기춘씨를 비서실장으로 전격 임명했다. 당시에 박근혜 정부는 위기에 몰려 있었다. 지난 2012년 대선 때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사건이 드러났고, 원세훈 국정원장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박 대통령이 위기타개책으로 꺼낸 카드가 바로 ‘김기춘 카드’였던 것이다.

김 실장의 발탁은 성공적이었다. 수세에 몰렸던 박근혜 정부가 다시 정국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됐으며, 채동욱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문제가 불거져 국정원의 정치·선거개입 사건이 주요 이슈에서 사라졌다.

야당은 김 실장 임명 이후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들에 그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많은 국민들이 김기춘 실장을 ‘부통령’ 또는 ‘왕실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분이 국정 전체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간경향 1080호, 6월17일)

그러나 안대희 전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후보자까지 청문회도 가보지 못하고 잇따라 낙마함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조차 ‘김기춘 책임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2일 청와대 개편에서 김 실장이 유임됐을 때만 하더라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는데 검증 수단은 제한적이라 인사의 어려움이 크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나 문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비판 여론이 계속되면 어렵지 않겠느냐"는 청와대 내부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6월25일)

‘역대 최고 권력의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김기춘 실장은 과연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