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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22일 10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22일 10시 52분 KST

코피노 '아빠찾기 소송' 첫 승소 : 사회적 파장 클 듯

kopino.org

한국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른바 ‘코피노(Kopino)’ 두 자녀가 한국 법원으로부터 친자 확인을 받아냈다.

코피노는 한국인(Korean)과 필리핀인(Filipino)의 영어 합성어로 코피노가 직접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해서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권양희 판사는 필리핀에 사는 ㄱ군과 ㄴ군이 한국에 사는 아버지 ㄷ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ㄱ군과 ㄴ군은 ㄷ씨의 친생자임을 인지한다”고 판결했다.

연합뉴스는 22일 “양국 교류 확대와 비뚤어진 한국 남성들의 성문화, 낙태를 죄악시하는 필리핀 분위기에 따라 코피노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작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낳을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사업가 ㄷ씨는 혼자 필리핀으로 건너가 회사를 운영하다가 현지 여성 ㄹ씨를 만나 두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한국에 이미 가족이 있는 ㄷ씨는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 후 10년 전 한국으로 귀국했고, 필리핀 현지 여성과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었다. 이후 ㄹ씨는 사업가 ㄷ씨의 이름과 사진만 가지고 한국에 입국,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를 통해 만난 변호사 도움을 받아 지난 2012년 12월 소송을 제기했다. 1년 6개월 넘게 이어진 재판에서 법원은 ㄱ군과 ㄴ군, ㄷ씨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이들의 친자관계를 밝혀냈고, 지난달 30일 ㄱ군과 ㄴ군의 친자확인 청구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ㄹ씨는 이 판결이 확정되면 ㄷ씨에게 양육비 등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경향신문, 6월 22일)

코피노는 비뚤어진 한국 남성들의 성문화와 무관치 않다.

상당수 코피노가 해외 성매매 결과로 태어난다. ㄷ씨처럼 사업가나 유학생이 현지 여성과 동거 중에 낳은 아이를 버리는 경우도 많다.

코피노 지원활동을 하는 한국코피노협회 한문기 협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필리핀 한국인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을 넘었다"며 "골프 치고 성매매하는 상품이 음성적으로 판매되면서 코피노가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협회장은 "예를 들어 호주인이나 중국인이 현지 여성과 아이를 낳으면 소액이라도 매달 양육비를 보내는데, 유독 한국인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확한 코피노 수가 집계된 적은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아동성착취반대협회(ECPAT) 자료를 인용해 코피노 수가 3만명, MBC는 2만명, 현지 활동가들은 1만명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MBC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최근 5년을 기준으로 필리핀에서 성매매로 검거된 한국인의 수는 250여명, 전체 외국인 중 압도적인 1위이다. 천주교 국가인 필리핀에선 낙태가 금기시돼 코피노를 임신하면 그냥 낳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버려진 코피노들은 현재 필리핀 전역에서 엄마와 단둘이 힘겹게 살아가거나 고아가 되는 등 비참한 처지에 놓여있다. 코피노 숫자는 최근 10년 동안 10배나 증가했다.

코피노 증가세가 뚜렷한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계 노력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려는 ‘아빠 찾기’부터 인식 변화를 위한 캠페인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아빠 찾기’로 이어지는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세종 공익센터의 강기효 미국 변호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칫 한국인 남성의 국내 가정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소송 제기는 대단히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피노어린이재단에 역시 코니노 어린이 후원금 모금에 대해 “한국의 가정에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며 “재단이 아이들의 아버지를 찾는 곳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즉, 필리핀 현지에서 사는 아이들이 정착해서 잘 클 수 있도록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동영상에 따르면 재단 관계자는 “이 아이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져다 주면 한국사회와 필리핀 사회의 교량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목”이라고 덧붙였다.

코피노, 이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