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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19일 11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19일 11시 29분 KST

위안부는 매춘부? 박유하 교수 책이 논란에 휩싸인 이유

일본군위안부역사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책 한 권이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박유하 세종대 교수(일어일문학)가 쓴 ‘제국의 위안부(뿌리와이파리)’다.

지난해 8월에 출간됐던 이 책이 왜 뒤늦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걸까?

일단 지난 16일의 기사를 살펴보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박 교수와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정복수(98) 할머니 등 9명은 이날 책 ‘제국의 위안부’ 작가 박유하(57·여) 세종대 일어일문학과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출판·판매·광고 등을 금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중략)

이옥순 할머니는 “피가 끓고 살이 떨려서 말도 못하겠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매춘부’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기술한 책을 쓴 박 교수를 강하게 성토했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고향에서 갑자기 일본군에게 끌려가 영문도 모르고 성 노예로 착취당했다고 입을 모으며 “박 교수의 책은 거짓”이라고 증언했다. (연합뉴스 6월16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박 교수가 위안부를 ‘매춘부’나 ‘일본군의 협력자’로 매도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성적 착취와 학대를 받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부정한 채 허위사실을 기술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

이어 “‘한일간의 화해를 위해 자신들의 행위가 매춘이며, 일본군의 동지였던 자신들의 모습을 인정함으로써 대중들에게 피해자로서의 이미지만 전달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며 “허위사실을 기술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정신적 고통을 줘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할머니들은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군에게 성적 착취와 학대를 당한 명백한 피해자”라며 “일본군 성노예제도의 존재와 그 피해사실은 유엔 산하 인권위원회나 미국의회 등 국제사회에서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6월15일)

그러나 박유하 교수는 스스로를 “일본의 제국주의나 식민지배에 누구보다 비판적인 사람”이라고 규정하며 ‘책의 취지가 왜곡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 중에서 논란이 불거진 ‘매춘’과 ‘동지’라는 표현을 설명하는 글(전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요약하면, 위안부를 강제로 끌고 간 주체는 일본군이 아니라 업자였으며, 당시 위안부는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배 하에서 협력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동지적 존재였다는 것이다.

지난해 출간 당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박 교수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우선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건 진실이 왜곡돼 있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박 교수는 위안부 문제가 식민지배와 가난, 가부장제, 국가주의의 복합적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그런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대변인 역할을 해 온 정신대대책협의회(정대협)를 비판했다.

‘일본군에게 강제로 끌려가 착취당한 20만명의 딸들’이라는 민족주의 프레임으로 위안부 문제를 왜곡시켜왔고, 그게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

박 교수는 정대협이 “‘저항하는 위안부’의 이미지와 ‘사죄하지 않는 일본’의 이미지를 만들었지만, 이에 어긋나는 다양한 양상은 외면한다”고 지적한다. 또 정대협의 주요한 요구인 일본의 법적 배상, 국회 결의를 통한 사죄와 배상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없고 요구할 근거도 불충분하다면서 “반제국의 의미를 가졌던 저항이 그곳에서는 어느새 민족권력화 되어 있었다”고 까지 말한다. (프레시안 2013년 9월6일)

박 교수는 이를 “정의의 독점” 사태로 규정하며, “부제가 대부분 생략되어 소개되지만 이 책은 ‘식민지지배와 기억의 투쟁’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라고 강조했다.

흥미로운 건, 박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이 언론을 통해 소비되는 방식이다.

보수 성향 언론들은 지난해 출간 당시는 물론 지난 4월말 열렸던 관련 심포지엄 때도 인터뷰 등을 통해 박 교수의 주장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반면 진보 성향 언론들은 대체로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저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일본 우익의 그림자는 어른거린다”(한겨레21)는 세간의 평가에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어 보인다.

한편 박 교수는 자신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맞고소’에 나서겠다는 보도는 사실무근이라고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