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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10일 16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10일 19시 23분 KST

병원도 재벌처럼? : 의료민영화 논란 3문3답

Shutterstock / mayamaya

정부가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10일 발표했다. 병원이 외부 투자를 받아 호텔도 세우고, 의료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벌일 수 있도록 한 것.

앞으로 병원을 경영하는 의료법인들도 외부 투자를 받아 여행·온천·호텔 등 다양한 업종에서 자회사를 세우고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

(중략)

보건복지부는 이처럼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늘리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이들 부대사업을 위해 자법인을 설립·운영할 때 지켜야할 ‘가이드라인’을 10일 발표했다. 시행규칙 개정안은 다음달 22일까지 입법예고된 뒤 8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6월10일)

정부는 지난해 12월, ‘투자활성화 대책’ 중 하나로 이 같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건 일종의 후속조치다.

정부의 방침은 ‘의료민영화’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보건의료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10일 총파업과 반대 운동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세 개의 질문과 세 개의 답으로 정리했다.

1. 뭐가 달라지나?

우선, 의료법인이 수익사업을 벌일 수 있는 범위가 크게 확대된다. 자회사 형태인 ‘자법인’을 통해 병원들이 호텔이나 수영장, 여행사 등을 세워 다양한 부대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 것.

현행 의료법령은 의료법인에 의료인 양성, 의료·의학 조사 연구, 장례식장, 주차장 등 매우 제한적으로 부대사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 시행규칙에서는 외국인 환자 유치업·여행업·국제회의업·목욕업·체육시설업(수영장 등)·장애인 보장구(의수·의족·전동휠체어) 제조·수리업 등이 대거 가능 부대사업으로 추가됐다.

지금까지 시도지사가 공고한 경우로 한정됐던 숙박업과 서점업도 시도지사 공고와 상관없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이 직접 의료관광호텔(메디텔;의료기관+숙박시설) 등을 두고 해외환자들의 국내 ‘의료관광’을 적극 유치할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 6월10일)

종합병원이 전체 병상의 5% 안에서만 외국인환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도 완화됐다. 외국인환자가 1인실에 입원할 경우, ‘5%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 이럴 경우 외국인환자를 유치할 수 있는 병상 수가 전체 병상의 11.2%로 높아질 거라는 게 정부의 예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1203개 병원을 운영하는 851개 의료법인이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된다. 길병원, 분당차병원, 을지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2. ‘의료민영화’ 논란 나오는 이유는?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되자 의료민영화에 반대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를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부 방침을 맹렬히 규탄했다.

이들은 “의료법인의 영리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 자회사 설립 허용은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 중 가장 논란이 많았고, 반대도 심했던 핵심사안”이라며 “의료법인의 비영리성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 의료체계를 뒤흔들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이 환자 진료라는 본연의 목적보다 돈벌이에 치중하게 만드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뉴스토마토 6월10일)

이들은 이번 조치가 ‘영리병원’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병원이 공공성보다는 수익성의 원칙에 따라 운영될 것이라는 것. 때문에 사실상의 ‘우회 의료민영화(영리화)’로 가는 정책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영리자회사의 위험성에 대해 “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수익 배당을 하게 되면,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료인들도 수익성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단순히 병원이 고가의 신형장비를 하나 가지고 들어와도 그 장비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과잉검사 및 과잉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단순한 장비 하나에도 이런 왜곡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헬스장, 보장구제조, 판매업, 건물임대를 통한 거의 모든 사업을 병원이 벌이게 될 경우 한국의료는 이제 그 기본적인 근간조차 파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레디앙 6월10일)

3. 정부의 해명 믿을 수 있을까?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내용의 상당 부분을 다양한 ‘안전장치’를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하지만 모든 의료법인이 이 같은 부대사업을 위해 자회사를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날 공개된 '의료법인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성실공익법인'으로 인정받은 의료법인만 자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중략)

성실공익법인은 ▲ 운용소득의 80%이상을 직접 공익목적에 사용 ▲ 외부감사 ▲ 출연자 및 특수관계인이 이사 현원의 5분의 1 이하 ▲ 전용계좌 개설 및 사용 ▲ 결산서류 등 공시 ▲ 장부 작성·비치 ▲ 자기내부거래 금지 ▲ 광고·홍보 금지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여기에 의료법인이 10%이상의 자법인 지분을 비과세로 취득하려면 '성실공익 의료법인의 목적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무부처 복지부장관의 허가까지 받아야한다.

자법인 난립과 모 의료법인 자산의 대규모 유출을 막기 위해 의료법인은 순자산의 30% 이내에서만 자법인에 출자(투자)할 수 있다. 동시에 자법인이 모 의료법인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도록 의료법인은 반드시 자법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의 30%이상을 보유한 '최대 주주'가 돼야 한다.

의료법인과 자법인간 부당 내부거래는 금지되고, 의료법인은 자법인 채무에 대한 보증을 설 수도 없다. 아울러 의료법인이 세운 자법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의료업을 수행할 수 없다. (연합뉴스 6월10일)

한 마디로 ‘병원(비영리기관)과 자회사(영리법인)를 철저히 분리했으니 영리병원이나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는 기우’라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나 우려는 여전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법인병원은 투자자에게 수익을 배분하게 할 수는 없게 한다는 뜻에서 ‘비영리’로 규제되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 비영리병원이 영리 자회사를 만들어 외부 투자자의 투자를 받고 이윤 배분을 한다. ‘엄마’ 병원은 비영리, ‘아들’ 병원회사는 영리 주식회사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몇 가지 제한조치를 통해 모병원과 영리자회사가 ‘엄격하게’ 분리되도록 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자는 모병원을 보고 투자를 하고 모병원이 자회사를 통해 이윤배분을 한다.

모병원과 자회사가 분리가 될까? 한국 기업들의 회계부정은 어떻게 저질러지며, 지금도 숱하게 일어난다는 병원의 건강보험 부당 청구는 왜 현장 실사가 0.1%도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병원의 돈은 영리자회사의 돈이고 이 두 돈은 똑같이 생겼다. 자본에는 국경도 없는데 회계장부 하나 못 건너뛸까? 병원 자체의 영리 병원화는 필연적이다. (프레시안 6월10일)

따지고보면, 한국의 병원 대부분은 이미 민간 병원이다. 그럼에도 의료보험이나 건강보험당연지정제 등의 제도적 장치로 제한적인 수준에서나마 의료공공성이 보장돼왔다.

정부의 이번 개정안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정부는 의료 민영화 논란이 괴담이라고 했다. 의료 자회사에 부대사업 허용 범위를 넓히면서도 의료 영역과 부대사업 영역을 제대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제도하에서도 차병원그룹은 의료와 부대사업을 사실상 한데 섞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략)

민간병원이 절대다수인 한국 상황에서 의료 현장이 영리 추구 인센티브에 따라 움직이는 순간, 시장화의 충격은 고스란히 환자들이 떠안을 전망이다. 수익 추구 인센티브가 작동할 때, 의료기관은 수익이 나는 쪽으로 자원을 집중하기 마련이다. 의료 공공성을 지탱할 자원은 자연히 쪼그라든다. (시사in 332호, 1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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