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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30일 02시 3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30일 03시 09분 KST

KBS 임직원 80% 파업 돌입

연합뉴스

<한국방송>(KBS)의 양대 노조가 29일 길환영 사장의 퇴진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임직원의 80%에 이르는 두 노조 구성원과 부장·팀장급 간부들까지 제작 거부에 동참하는 대규모 파업이라 첫날부터 방송 파행이 속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와 한국방송 노동조합(1노조)은 이날 오전 5시를 기점으로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 독립’을 위해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프로그램 제작을 거부했다. 파업 참가 인원은 집계되지 않았으나, 두 노조 조합원은 3750명 안팎에 이르러 전체 임직원(4700명 안팎)의 80%를 차지한다. 특히 이날부터 노조 소속 아나운서 80여명이 모두 파업에 동참했다.

파업의 여파는 바로 나타났다. <6시 뉴스> 한상헌, <뉴스광장> 박사임, <지구촌 뉴스> 김윤지 등 한국방송 1·2채널의 모든 뉴스 프로그램에서 앵커가 교체됐다. 그동안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9>를 홀로 진행해온 이현주 아나운서도 파업에 동참해, 보직 사퇴하지 않은 간부인 이창진 아나운서가 대신 진행했다. 이날 뉴스 대부분은 아나운서가 혼자 원고를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세계는 지금>은 진행자 없이 영상만 내보냈으며 <소비자 리포트>는 불방됐다. 라디오 방송도 파행을 빚어, 라디오 뉴스들은 5분짜리로 단축 편성됐다. 일부 프로그램은 불방됐다. 권오훈 새노조 위원장은 “시청자들에게 죄송하다. 한국방송이 정치적으로 독립해 진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한 행동이니 국민들이 지지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엔 각종 직능협회, 부장·팀장급 간부진이 함께 참여한다는 점에서 예전보다 훨씬 큰 파괴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파업 땐 부장급 간부들이 대신 제작했으나 이번엔 300명 이상의 부장·팀장급 간부들마저 보직을 사퇴하고 사실상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백용규 1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신관 앞에서 열린 두 노조의 공동 파업 출정식에서 “길 사장 퇴진과 케이비에스의 정치적 독립을 위해 양대 노조가 처음으로 같이한다. 직능협회와 보직간부가 같이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건 케이비에스 모든 직원 대 길환영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두 노조와 16개 직능협회는 이날 연석회의를 열어 공동 행동 방법 등을 논의했다. 송승룡 한국방송 전국기자협회장은 “지역에 있는 취재·촬영기자 총 28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서울로 합류했다. 노조원이 아닌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이번 파업은 근로조건과 무관한 명백한 불법파업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엄격하게 묻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비록 1심 판결이지만 2012년 <문화방송>(MBC) 노조가 김재철 당시 사장의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벌인 파업에 대해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놨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사 노동자들에게 공정방송은 중요한 노동조건에 해당한다. 세월호 보도를 거치면서 케이비에스 노동자들은 노동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말했다.

다음달 5일 열리는 이사회가 파업의 향방을 가르는 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한국방송 이사회는 길 사장 해임 제청안 표결을 이날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