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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29일 08시 1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29일 08시 26분 KST

길환영은 KBS에서 해임되지 않았다

한겨레

길환영 KBS 사장이 해임되지 않았다.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가 29일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을 지방선거가 지난 이후인 6월 5일로 연기해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전날 오후 4시부터 여의도 KBS본관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길 사장 해임제청안을 두고 9시간여의 격론을 벌였으나 표결처리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왜 9시간이라는 마라톤 회의를 했음에도 표결에 들어가지 못한 것일까.

먼저, KBS 이사회 구성을 알아보자.

KBS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된다. 여권 추천 7명, 야권 추천 4명. 표결을 통해 의사를 결정하려면 여든 야든 최소 6명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이날 회의에서 이사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진 것은 길환영 사장의 'KBS 공공성 훼손' 부분이었다.

당초 야당 측 소수 이사들은 △‘보도통제’ 의혹 확산에 따른 공사의 공공성과 공신력 훼손 △공사 사장으로서 직무 수행능력 상실 △부실한 재난보도와 공공서비스 축소에 대한 책임 △공사 경영실패와 재원위기 가속화에 대한 책임 등을 길 사장 해임제청 사유로 제시했다. 그러나 여당 이사들은 김시곤 전 보도국장 폭로로 드러난 청와대와 길 사장의 보도 개입 의혹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기자협회보, 5월 29일)

야당 이사들은 여당 이사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 ‘보도통제’ 부분을 삭제하고 표결에 부칠 것을 주장했다. 그렇게 물러서자 이번엔 여당 이사들이 수정된 제안사유를 바탕으로 길 사장에게 해명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고 맞섰다.

그렇게, 9시간을 보낸 끝에 표결이 무산됐다.

당초 길 사장 해임에 대해서 반대하는 기류는 거의 없었다. 여당 국회의원도 여당추천 KBS 이사도 길 사장에 대한 반대의사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국회 상임위에서 국회방송이 생중계되고 있는 가운데 “길환영 사장 하의 KBS는 사망선고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길 사장 체재에서 건강한 공영방송이 가능하겠냐’는 물음에 박근혜 대통령이 추천해 방통위에 안착한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정부여당 추천 한진만 KBS이사 또한 “길 사장이 용퇴해야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그래서 ‘표결’에만 들어간다면 길 사장의 해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미디어스, 5월 29일)

그럼에도 표결은 무산됐다.

6월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길 사장을 해임하든 아니든 여론에 미칠 영향력이 부담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KBS 안팎의 분석이다.

길환영 사장의 입장은? 아주, 강경하다.

길 사장은 이미 지난 26일 임시 이사회 서면 답변서에서 자신에 관한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KBS 양대 노조가 준비하고 있는 파업을 ‘불법파업’으로 규정하며 6·4 지방선거와 월드컵 중계방송을 성실히 완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길 사장에게 추가로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은 결국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야당 이사들은 반발했다. (기자협회보, 5월 29일)

이사회 표결 연기에 따라 KBS 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는 29일 오전 5시를 기점으로 공동 파업을 시작했다.

1노조에는 기술·경영 직군 중심으로 2천500여명, 새노조에는 기자·PD직군 중심으로 1천200여명이 소속돼 있다.

KBS 방송파행은 불가피 해 보인다. 뉴스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 그리고 KBS가 공들이고 있는 브라질월드컵 중계마저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KBS 길환영 사장이 지난 4월 19일 세월호 침몰 사고 200m 인근에서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

이 와중에 KBS 길환영 사장이 세월호 침몰 사고 인근에서 사진촬영을 한데 이어 보도용 ENG 카메라를 동원해 방문 당시의 모습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 다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날 KBS노조가 공개한 영상은 KBS 촬영기자가 ENG 카메라로 당시 길환영 사장을 찍은 것으로 현장 취재진과 기술진 등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에서 길 사장은 시종일관 웃으며 밝은 표정을이었고 그의 뒤로는 침몰한 세월호와 크레인 등도 눈에 띈다. 또한 동영상에서 길 사장은 지속적으로 카메라를 의식하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PD저널, 5월 28일)

KBS 노조는 길 사장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공영방송의 수장이 대규모 참사 현장을 방문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등 최소한의 철학도 갖추지 못한 상식 이하의 행위다.”

KBS, 파업은 이제 시작됐다.